러시아 - 양현정
안녕하세요. Global-K Network 3기 리포터 양현정입니다.
현재 한국외대 러시아학과에 재학 중이며, 7+1 파견학생으로 모스크바의 러시아 민족우호대학교(РУДН – 루덴) 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Global-K Network 리포터로서 러시아 유학 정보부터 문화, 예술, 경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칼럼을 작성할 계획입니다.
많은 학우 분들께 유익한 정보 드리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qmelqmel9597@naver.com 으로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Title |
다섯번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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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4-24 09:59 |
Read |
923 |
본문
세르기예프 파사드(Сергиев Посад) 여행기!
<세르기예프 파사드 수도원>
이번 해의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은 4월 셋째 주이다. 마침 이 주간에 세르기예프 파사드를 1박 2일로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 칼럼은 황금 고리중의 하나인
세르기예프 파사드에 다녀온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세르기예프는 모스크바 북동쪽으로 70km떨어져 있는, 중세 러시아의 건축양식이 아직까지도 잘 남아있는
대표적인 도시중의 하나이다. 세르기예프 이외에도, 모스크바
근교에는 중세 러시아의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몇 개의 도시들이 더 있다. 이 도시들을 연결하면 원 모양을
이루는데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비유적으로 황금고리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도시들로는 수즈달, 블라지미르, 야로슬라블 등이 있다.
그 황금고리 중에서도 세르기예프 파사드가 유명한 이유로는 성 세르기예프 수도원이 1993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기 때문과, 러시아 정교회의 종교적 수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도>
모스크바에서 세르기예프 파사드로 가는 방법은 기차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이번 여행에서 나와 일행들은 이동수단으로 버스를 선택했다. 버스는
지하철 베데엔하(ВДНХ)역에서 내린
뒤, 코스모스 호텔방면으로 5분 정도 걸어가 그 옆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서 388번을 타면 된다. 세르기예프가 관광지로
유명해서인지 388번의 버스 배차간격은 20분으로 나름 자주
오는 편이다. 버스의 가격은 1인당 편도 200루블로 현금으로 기사님께 지불하고, 베데엔하(ВДНХ)에서 세르기예프 파사드까지는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참고로 기차를 이용할 시에는, Комсомольская역에서 내려 옆에 있는 Ярославский
вокзал 에서 세르기예프로 이동하면 된다고 한다. 기차는 편도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꿀리치를 파는 상인의 모습>
첫 날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저녁 늦게 세르기예프 파사드에 도착했기 때문에, 그 다음 날인
토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세르기예프 수도원을 구경했다. 여행을 갔던 날이 부활절 전 날이라서 그런지, 수도원 입구 근처에서 러시아인들이 부활절에 먹는 빵인 꿀리치(кулич)를 파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꿀리치는 컵케이크와 비슷한 모양으로 안에는 말린 과일들이 들어있고 겉에는 설탕시럽을 올린
빵이다. 설탕시럽 위에는 알록달록한 장식들을 올려서, 보기만
해도 엄청난 단맛이 느껴지는 그런 빵이라고 할 수 있다. 부활절에 먹는 빵에서 조차 단 것을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식성을 느낄 수 있었다.
수도원의 입장료는 일반
성인 기준으로 350루블, 수도원 내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티켓의 값은 100루블이다. 그러나 나와 일행들은 모두
러시아 대학교에서 유학중인 학생이었고 러시아 대학교의 학생증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다. 그러니
세르기예프에 방문하게 된다면 잊지 말고 유학중인 러시아 대학교의 학생증을 챙겨가자!
<우스펜스키 사원>
수도원 안으로
들어오니, 인상적인 파란색의 지붕에 아름다운 금색별을 가진 우스펜스키 사원(Успенский
собор)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 사원은 수도원에서 가장 큰 건물로 1559년
이반 뇌제의 명령에 의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겉은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마치 장난감 성처럼 생겼지만 내부에는
실제로 정교회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고 거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종탑>
또한 우스펜스키 사원 왼쪽에는 민트 색을 가진 예쁜 종탑이 있었는데, 높이가 약 90m에 달하고42개의 종이 있으며 만드는 데만 여러 사정으로 지연되어
약 30년이 걸렸다고 한다.
<성수>
우스펜스키 사원 오른쪽에는 성령 강림 교회와 성수를 떠 갈수 있는 분홍색 건물이 위치하고 있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성수를 받을려고 큰 물통을 들고 와서 길게 줄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삼위일체 사원>
우스펜스키 사원의 바로 뒤에는 황금색의 지붕을 가진 삼위일체 사원이 위치해 있다. 삼위일체 사원은 수도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러시아의 천재
이콘 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성상화가 위치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러시아 정교인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장소이자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어서 내부의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고 눈으로만 담아올 수 있었다. 내부에는 삼위일체 성상화 말고도 많은 성인들의 이콘이 있었는데 러시아인들이 이콘들에 입을 맞추며 경건하게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관광지에 왔다는 생각보다 정말 성스러운 장소에
왔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빠스하(Пасха)>
부활절 전 날에 세르기예프를 방문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빠스하(Пасха)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부활절 전 날, 자신들이 집에서부터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알록달록한 부활절 달걀과 꿀리치를 들고 와서 가운데에 초를 꽂고 기도를 드린다. 이렇게 기도를 드리고
축성이 된 음식들을 다시 집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이 모습이 1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러시아인들의 모습 이라는데, 여행 날짜를 부활절 전날로 잡아서 운 좋게 러시아인들의
정교회 의식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러시아인들의 종교에 관한 생각이나, 러시아 정교회를 직접 눈으로 보고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르기예프 파사드는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아주
성스러운 곳이고 실제로 수도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중세시대에 볼 수 있을 법 한 수도승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의 입장에서 러시아 정교회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모스크바에서
유학중인 학우라면 당일 치기로도 여행이 가능하니,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러시아 정교회의 모습을 위해서, 한 번쯤 방문해보라고 꼭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