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두 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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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3-07 10:23 | Read | 978 |
본문
두번째 칼럼-겨울을 몰아내고 봄을 맞이하자! <마슬레니차 축제>
광장
1년 내내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겨울 일 것만 같은 러시아.
그러나 러시아에도 봄이라는 계절이 찾아온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러시아에는 마슬레니차(Масленица)라는 축제가 존재한다. 마슬레니차는 겨울을 몰아내고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가진 러시아의 큰 축제이다. 마슬레니차는 금식이 시작되는 사순절 직전에 열리는 축제이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이 기간동안 기름진 음식들과 술을 마시며 흥겹게 노는 축제를 벌인다.
마슬레니차는 보통 2월말부터 3월초
사이의 사순절 직전 일주일 동안 진행되고, 매년 부활절을 기준으로 해마다 축제 시작일이 바뀐다. 올해는 마슬레니차 축제가 2월 20일부터
2월 26일까지 진행되었다.
연유를 곁들인 블리늬
축제는 주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단위로 진행되며 사람들은 이 기간에 얇은 팬 케이크
같은 블리늬(блины)를 먹는다. 사순절에는 버터, 계란, 우유, 치즈를 먹지 못하므로 러시아인들은 사순절 일주일 전인 이
기간에 위의 재료들을 듬뿍 넣은 블리늬를 만들어 먹는다. 참고로 ‘마슬레니차’ 라는 축제의 이름도 버터를 먹을수 있는 주간이라고 해서 마슬러(масло)에서 유래했다.
마네쥐 광장에서
열린 마슬레니차 축제
이 주간에는
러시아 전역에서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이다. 이 기간 동안은 광장, 학교, 공원 등 곳곳에서 마슬레니차 축제를 느낄 수 있다. 또, 평소에 차갑게만 보이던 러시아인들이 활짝 웃으며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루덴에서 학생들이
호로보드를 추는 모습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일요일이다. 러시아인들은 축제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일주일간 축제를 함께해 온 마슬레니차 인형을 태운다. 나는 이 행사를 보기 위해 모스크바의
축제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보았고, 주로 큰 공연이나 문화 체험은 광장 쪽에서 하지만 인형 태우기 같은
행사는 공원에서 많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인형 태우기를 보기 위해 모스크바의 필리(фили)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저마다 곳곳에서 블리늬 한 장씩을 먹으며 공연단의 축제를 관람하고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축제를 구경하러 온 가족들도 많았고 흥에 겨워 춤을 추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볼 수 있었다.
마슬레니차 인형
슬슬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마슬레니차 인형 앞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제 마슬레니차 인형에 작별을 고할
시간이 온 것이다. 이 인형 태우기 행사는 다른 말로 마슬레니차 장례 지내기(포하라니 마슬레니차, похороны Масленицы)라고도 한다.
마슬레니차 인형은 주로 여자 모습을 본 딴 인형인데 이는 새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졌다. 또는, 러시아어에서 겨울이 여성형 명사(지마-зима)이므로 겨울과 작별한다는 의미에서 여자 모습을 한 인형을 태운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은 이 인형이 타고남은 재를 들판에 뿌리며 풍요로운 농사를 기원한다.
악단들과의 사진
인형 태우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일주일간의 축제와 이별의 인사를 하며 마지막 순서로 있던 공연단의 노래를 다 함께 즐긴다. 마슬레니차
축제에서 러시아인들은 서로 손을 잡고 동그랗게 큰 원을 그리며, 우리 나라의 강강술래와 비슷한 춤인
호로보드(хоровод)를 춘다. 이 광경을 보기 전까지 나는 러시아인들이
이렇게 흥이 많은 민족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평소에 내 머릿속의 러시아는 외국인에게 불친절하고, 극단적으로는 인종 차별주의자 스킨헤드가 곳곳에 있는 나라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날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 러시아인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내 손을 잡고 같이 호로보드를 추자고 이야기 했다.
이번 마슬레니차를 경험하며, 평소 우리의 선입견과 전혀 다른 러시아인들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 마슬레니차 축제 내내
강강술래와 비슷한 춤인 호로보드를 추고, 쥐불놀이와 비슷하게 타고 남은 재를 뿌리며 풍요로운 농사를
기원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월대보름과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인들의 축제를 함께 즐기며, 한국과 비슷한 생각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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