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한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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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7-10 15:19 | Read | 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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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 한글학당에서의 봉사 체험기
이번 달 6월 12일은 러시아의 날(День России)로 러시아의 공식 휴일이었다. 마침 휴일을 맞아 친구에게서 모스크바의 한울 한글학당에서 한국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하는데, 봉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야기에 대해 써보려 한다.
모스크바 한울 한글학당은 고려인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학당이다. 같은 뿌리였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모국어가 되어버린 고려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자는 뜻 깊은 취지로 한국인 원장님이 운영하고 계신다.
이번 한국을 알리는 행사는 Чеховская 역 근처 Сад Эрмитаж 공원에서 진행되었다. 당일이 러시아의 휴일이라서 그런지 공원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많은 행사, 공연들이 진행되고 있었고, 노인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러시아 부모들까지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제법 규모가 큰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고 일손이 부족하진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한울 한글학당의 고려인 수강생 몇몇 분들도 행사를 도와주러 오셨다. 고려인 수강생분들 대부분이 한국어를 능숙하게 말하셨고, 직접 채소를 길러 한국음식인 김치와 고사리 무침을 만들 정도로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많이 사랑하시는 분들이셨다. 이분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오신 음식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봉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광스럽게도 한울 한글학당의 원장님이 직접 예쁜 한복들을 가져오셔서 한복을 입고 행사를 진행했었다. 주된 행사는 서예 체험과 한지 공예였는데, 나는 주로 러시아인들이 서예를 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쓸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러시아인들의 입장에서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예'에 많이 관심을 가져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걱정과는 다르게 행사를 시작 하자마자 공원에서 산책하던 아이들부터 젊은 학생이나 할머니들까지 행사에 관심을 가졌고 체험해보고 싶어했다.
서예를 하면서 자신이 한국에 다녀왔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국어를 쓰더니 신기해 하면서 아이처럼 행복해 하시는 아주머니도 계셨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올가' 라는 성함의 할머니께서는 그 자리에서 한글 서예를 바로 배우시더니, 친절한 아가씨라고 내 이름을 물어보시고 직접 한국어로 내 이름을 써 주시기까지 했던 일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각보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한글과 서예에 관심을 표해서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k-pop이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러시아인 이더라도 한국이나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고 적극적으로 알고 싶어했다. 그들이 한국인에게 열려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보통 러시아에서는 동양인이 무언가를 하면 중국인 이거나 중국에 관련된 것이라고 여기는게 대부분이고, 설령 한국의 존재를 알더라도 중국어와 한국어가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그들에게 한국과 한국만의 고유한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여서 더 특별한 날이고 보람찼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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