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 권유정

현재 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수 중입니다. 러시아학과 학생이라면 정말 많이 들어보고 또 다녀와 본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궁금증이란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살면서 부딪히고 느낀 점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것들과 사뭇 달랐습니다. 또한 몇 개월을 살면서 '미리 알았더라면, ~을 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도 남는 터라 후배들이 제 경험을 참고하여 더 성공적인 연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차갑고 추운 면만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해 저만의 관점과 경험을 토대로 따뜻하고 밝은 러시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 글을 통해 학우들에게 연수, 여행 그리고 해외생활 면에서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선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조사하고 성실히 글을 쓰겠습니다.  

 

Title 세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3-20 10:17 Read 654

본문

나의 알마티 체험기

 

사실 이 글을 쓸까, 고민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나의 수학 지역은 상트이고 사람들이 나의 글을 통해 러시아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마티는 나름대로 상트와 비슷한 점이 많고 또 나의 관점으로 이 도시에 대해 풀어나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럼 이제 나의 약 5일간의 알마티 체험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 팁이라면 카자흐스탄과 한국은 비자 협정이 이미 맺어져 있다. 그러나 협정이 맺어졌다고 손 놓고 갈게 아니라 학교 측에 상세하게 날짜, 경유지, 호텔 등에 대해 알려야 한다. 교환학생의 경우 im.international.office@gmail.com로 메일을 보내면 되고, 7+1 파견 학생의 경우 어학당 사무실 307호에 가서 직접 물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 하자마자 거주지 등록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 나의 경우 거주지 등록을 새로 하지 않았지만 이주 카드가 한번 바뀌었기 때문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서 새 거주지 등록증을 받았다. 새로운 거주지 등록증을 받기 위해선 이주 카드(공항에서 받은 작은 카드), 거주지 등록증, 여권 전 페이지를 복사한 서류들을 가지고 사무실(교환학생은 филологический факультет(줄여서 필팍) 사무실로, 7+1 파견 학생은 어학당 사무실 307호로) 들러야 한다. 그럼 직원이 거주지 등록증을 받을 날짜를 알려줄 것이다. (위의 사항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한국에 한번 갔다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ce99564884fc40edb067f4decf9784dd_1490928


첫째날

 

첫날은 도착하자마자 전철을 이용했다. 흥미로웠던 점은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러시아에 비해 알마티의 전철역 내부는 깔끔하고 현대적이라는 것이다. 낮에 도착한 탓에 우선 배를 채우러 엘지 거리로 향했다. 엘지 거리의 столовая에서 스파게티, 미트볼, 치킨 샐러드, 음료수를 시켰는데 해서 1320탱게( 당시 환율로 따지면 거의 4000) 밖에 들지 않았다. 확실히 식자재 값이 러시아에 비해서 싸다고 느꼈다. 첫날 저녁을 먹고 나니 이미 밖이 어두워졌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알마티 시내임에도 불구하고 가로등이 별로 없고 다들 어두컴컴한 채로 다닌다는 점이었다.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불을 키고 있는 집들도 별로 없었다. 유일하게 빛났던 것은 사과 그림의 전광판이었다. '알마티' 라는 도시 명칭이 '사과의 할아버지'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도시 곳곳에서 사과 그림을 자주 있다.

 

- 둘째날

둘째날은 우선 메데우와 쉼불락으로 향했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해서 거의 산이 시작되는 바로 앞에서 내려 산으로 올라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다들 쉼불락의 스키장을 가려는지 스키복 차림에 보드나 썰매를 들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지 다들 버스를 기다리는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버스를 타고 빙빙 끝에 메데우 빙상장에 도착했다. 우리 나라로 치면 수학 여행 필수 코스 하나인지 중고등 학생들이 많았다. 또한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이 고급 승용차인걸로 봐서 이곳에서도 상류층 집안 사람들이 주로 놀러 오는구나, 생각했다. 대충 바깥 구경을 끝내고 쉼불락 스키장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방법은 케이블카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는 곳은 조금 내려가야 하기도 하고 가격이 비싸서 그냥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는 편도로 300탱게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간척지 위에 세워진 도시이기 때문에 산을 없다. 그래서인지 쉼불락이 반갑게 여겨졌다. 근처엔 하이킹을 하거나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내려갈 케이블카를 탔고 가격은 1500탱게였다.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비싼 편이지만 조용히 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있어 아깝지 않았다.

  

 

ce99564884fc40edb067f4decf9784dd_1490928

 

바로 카스티예프 박물관으로 향했다. Абылхан Кастеев 카자흐스탄의 민족 화가이다. 그의 이름을 박물관 답게 내부 역시 독립과 민족에 대한 자긍심으로 가득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림의 모든 설명이 카자흐어 러시아어 영어 순이라는 점이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그들의 나라에 대한 자긍심이 얼마나 큰지 느껴졌다. 나중에 알게 사실이지만 Аматы 라는 명칭도 원래는 Алма-ата였다. 그런데 а 끝나는 이전 명칭은 러시아어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카자흐어를 반영한 Алматы 바뀌었다고 한다. 이처럼 강대국에서 독립하여 민족성을 되찾아가려는 모습이 우리 나라의 역사와 닮아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 카자흐스탄은 러시아대학교 학생증 혹은 국제 학생증을 들고 가도 학생 할인을 받을 없다. 성인 요금을 준비하자!

  

 

ce99564884fc40edb067f4decf9784dd_1490928

 

- 셋째날

셋째날은 우선 국립 중앙 박물관(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центральный музе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알마티 동계 유니버시아드 광고판이 크게 걸려 있길래 봤더니 카자흐스탄 청년 바로 옆에 한국인 여성이 같이 있는 사진이 있었다. 지리적으로는 러시아와 가까울 모르나 러시아인보다도 한국 여성을 바로 옆에 세워 뒀다는 점에서 한국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같아 뿌듯했다. 박물관은 너무 크고 관도 많아서 정신 없었다. 게다가 여기도 주요 수학 여행 코스 하나인지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빼곤 초등학생쯤 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다였다. 그래서인지 가는 곳마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신기했던 것은 아이들 중에서도 카자흐어를 하는 아이, 러시아어를 하는 아이들로 나눠서 견학을 진행하는 점이었다. 양쪽에서 전혀 다른 언어를 하고 있으니 외국인 입장에선 진기한 풍경이었다.

  

 

ce99564884fc40edb067f4decf9784dd_1490928

ce99564884fc40edb067f4decf9784dd_1490928

 

박물관을 보고 대통령 공원으로 향했다. 시내 중심에서 멀어서 버스를 타고 갔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공원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도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친구들을 데려 와서 산책을 하고 책을 읽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러시아의 도시 생활을 경험하다가 이곳 사람들을 보니 진정한 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니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들의 그런 넉넉한 마음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ce99564884fc40edb067f4decf9784dd_1490928

 

넷째날

 

날은 젠쉬코브 성당과 사이란 호수를 다녀왔다. 마침 갔던 날이 1 19 'крещение господне'라고 예수 공현 축일이었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이슬람교도를 주로 믿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민족 구성상 러시아인들도 있기 때문에 많은 (러시아 정교를 믿는) 러시아계 사람들이 성당 앞으로 몰렸다. 성당 앞에서 물을 뜨고 달력을 사느라 분주한 사람들 가운데서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커다란 물통이 있고 사람들이 수영복만 입은 성호를 그으며 세번 물에 입수하는 것이다. 의식을 행하면 바로 옆에 있는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답변이 Я святой(나는 성인이다) 였다. 의식을 구경한 성당 근처에 위치한 민속악기 박물관을 찾았다. 사과의 도시답게 악기의 가운데에 사과 그림이 조그맣게 그려져 있었다. 그렇게 구경을 마친 사이란 호수로 향했다.

  

 

ce99564884fc40edb067f4decf9784dd_1490928

 

 

사실 빅알마티 호수나 고려인 최초 정착 마을을 다녀오고 싶었으나 혼자 택시를 잡아 교외로 나가는게 위험할 같아 대신 선택한 사이란 호수이다. (카자흐스탄에선 정식 택시가 다니지 않고 일반 승용차를 세워 가격 흥정을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러나 호수를 다녀오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우선 сайран 전철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알마티의 도심만 걷다가 갑자기 빈민 마을을 가로질러 가게 되었다. 집집마다 도둑에 대비하여 개를 키우는지 지나갈때마다 개들이 짖어 댔다. 내가 갔을 당시 사이란 호수는 모두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자연 경관도 아름다웠지만 곳에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정말 신나 보였다. 다들 종이 박스나 타이어를 들고 와선 어른이고 아이고 없이 열심히 썰매를 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종이 박스 하나 구해와서 같이 썰매를 타본 아쉽다.

 

- 마지막

마지막 날은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들 자리에 앉아 있다가도 노인이나 여자들이 타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했다. 또한 내가 짐이 많은 신경 쓰이는지 кондуктор(버스 안내원) 와서 카자흐어로 뭐라고 조언(?) 해줬다. 알아들었지만 그냥 알아들은 있었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45일의 여행을 마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다.

 

카자흐스탄이 사실 한국인들이 자주 접할 있는 나라는 아니다. 또한 관광 인프라가 갖추어졌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나는 점이 카자흐스탄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꾸민 것이 아닌, 그대로의 그들의 모습과 생활을 있다. 러시아어나 카자흐어가 안된다면 다니는 것이 힘들겠지만 러시아어만 알아도 카자흐스탄은 한번쯤 볼만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앙아시아어과 학생들에겐 당연히 추천하고 러시아어과 학생들에게도 한번쯤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외대로 81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교양관 213-1호
031-330-4593~4 / localitycenter@hufs.ac.kr
Copyright (c) 2024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컬리티 사업단.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