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 권유정

현재 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수 중입니다. 러시아학과 학생이라면 정말 많이 들어보고 또 다녀와 본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궁금증이란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살면서 부딪히고 느낀 점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것들과 사뭇 달랐습니다. 또한 몇 개월을 살면서 '미리 알았더라면, ~을 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도 남는 터라 후배들이 제 경험을 참고하여 더 성공적인 연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차갑고 추운 면만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해 저만의 관점과 경험을 토대로 따뜻하고 밝은 러시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 글을 통해 학우들에게 연수, 여행 그리고 해외생활 면에서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선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조사하고 성실히 글을 쓰겠습니다.  

 

Title 열세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7-31 11:46 Read 738

본문

러시아어 공부 팁

 

한국인이 러시아어를 배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러시아어 자체가 매우 어렵다. 단어가 길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 속의 성, 시제, 격 그리고 강세까지 따지며 말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특히 아시아권 언어와는 공통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동양인 입장에선 입문하기도, 마스터하기도 어려운 언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시간엔 내가 약 1년동안 러시아어를 익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방법들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 단어

 1. Quizlet

 

구글 아이디만 있으면 사이트 및 휴대폰 앱과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 단어장의 최대 장점은 인터넷 사이트로 단어장을 만들 경우 강세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앱으로 작성할 경우 강세가 찍힌 모음은 제공되지 않는다.) 아마 처음 러시아어 단어를 치면 러시아어인지 확인하는 창이 뜬다. 여기에 확인 버튼을 누르면 기본 알파벳부터 강세가 찍힌 모음까지 제공되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단어들을 기록할 수 있다. 또한 사이트와 앱이 연동되기 때문에 어디서든 수정이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앱을 이용할 경우 인터넷 없이 단어 카드, 게임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종이에 단어를 적어서 다닐 경우 번거로울 뿐 더러 보기 싫어질 때가 많다. 그에 반해 휴대폰은 항상 손에 쥐고 다니는 물건이기 때문에 메시지를 확인하듯 자연스럽게 켜서 보게 된다. 일정 요금을 내면 사진 첨부 및 음성 녹음도 가능하나 기존의 기능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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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어 사전

 

 

 이 공부 방법은 영어 공부 방법 영상을 보다가 알게 된 방법이다. 사실 나는 영어 공부 방법 관련 영상을 보며 나온 팁들 중 괜찮은 몇 개들을 러시아어에 대입해 본다. 그랬을 때 이 단어 사전 방법은 많은 도움이 됐었다. 예를 들어, притворяться라는 모르는 단어를 봤다고 치자. 그럼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이 동사가 어떤 상이며 쌍을 이루는 동사는 무엇인지, 강세는 어디에 찍히는지 체크한다. 그리고 시제 별로 변화형을 확인한 뒤에 의미 및 예시를 러시아어로 기록한다. 시제별 변화형의 경우 보통 완료상 동사의 미래 시제 변화형이 불규칙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만 기록해도 좋다.

 

 이 단어장을 만들 때 викисловарь, словарь Ожегова 혹은 얀덱스, 구글 사진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Викисловарь의 장점은 단어의 강세, , 변화형뿐만 아니라 형동사, 부동사까지 한눈에 보기 좋게 표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각 단어 뜻 별로 예문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Словарь Ожегова는 시중에서 실제 사전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전이 매우 크고 무겁기 때문에 가지고 다닐 용으로 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대신 словарь Ожегова 사이트 검색 엔진에 단어를 치면 손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예문도 викисловарь에 비해 알찬 것 같다. 다만 동사를 검색할 경우 가끔 검색 내용이 안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쌍을 이루는 동사를 검색하면 나오기도 하니 참고하자.(보통 불완료상보다 완료상을 검색해야 결과가 잘 나온다.) 가끔 단어가 가진 뜻이 너무 방대할 경우 얀덱스 혹은 구글 사진을 검색해 보자. 그러면 러시아인들이 이 단어를 떠올렸을 때 연상하는 것들이 바로 사진들로 표현되기 때문에 빠르게 그 뉘앙스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단어 사전 방법의 장점은 쓰기 및 단어 공부가 자연스럽게 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어로 모든 것들을 기록하다 보면 계속 모르는 단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 이 단어 하나를 정리하기 위해 부가적인 단어까지 외우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의미들을 정리하고 예문을 작성하면서 쓰기 공부까지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론 나만의 사전이 생기는 셈이니 더 애착을 가지고 공부하게 된다.

 

 

* 러시아엔 속지를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공책이 있다. 나의 경우 이 속지들에 단어들을 정리하고 따로 고리 하나를 사서 거기에 끼워 넣고 다녔다. 그럴 경우 한 손에 들고 다니며 보기도 편할 뿐 더러 중간 중간에 속지를 교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 사이트

 

 

단어 사전 공부법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GNiLB0PhPGg

 

викисловарь - https://ru.wiktionary.org/wiki/%D0%97%D0%B0%D0%B3%D0%BB%D0%B0%D0%B2%D0%BD%D0%B0%D1%8F_%D1%81%D1%82%D1%80%D0%B0%D0%BD%D0%B8%D1%86%D0%B0

 

словарь Ожегова

http://slovarozhegova.ru/search.php

 

3. 문장 외우기

 

 

이 방법은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정말 유용하다. 특히 러시아어의 경우 단어마다 그 단어가 취하는 전치사나 격이 다르다. 따라서 단어마다 일일이 문법 사항을 외우는 것보다 아예 문장 하나를 통으로 외우는게 더 편하다. 문장을 발췌하는 경우는 수업 시간, 영화, 일상 생활 등등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 바로 메모지에 옮겨 벽에 붙여 놓는 것이다. 나의 경우 전철역에서 어떤 남자애가 자시 친구에게 'Ты просрочил?' 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면 바로 교통 카드 넣는 기한을 놓쳐서 당장 충전해야 하는 상황이구나, 하고 이해함과 동시에 표현 하나를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표현들을 포스트잇에 정리해서 벽이나 문에 붙여놓고 수시로 오며 가며 눈으로 익힌다. 이 방법을 쓰면 한국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완벽한 문장들을 뱉어 낼 수 있다.

이 공부 방법에 대해 더 상세히 알고 싶으면 아래의 영상을 추천한다. 사실 이 영상은 중국어 공부법에 관한 영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문장 외우기 방법과 노하우에 대해 자세히 다뤄져 있어 언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고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EDzj78V_32g&t=12s

* 영화의 경우 얀덱스를 통해 구해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netflix를 추천한다. 얀덱스에서 영화를 구해 볼 경우 자막이 없는 경우가 많다. Netflix의 경우 러시아어 더빙판이 있다면 러시아어 자막도 제공된다고 보면 된다. 자막이 더빙된 소리와 완전 일치하진 않지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좋다. 다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달 거의 만원 가까이 나간다는 단점이 있다.

 

- 듣기

 

듣기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영역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도 어렵게 느껴진다. 내 생각으론 듣기를 잘하기 위해선 무식하게 많이 듣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실천해 본 여러 방법들 중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수업이었다. 나의 경우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그러면 교수님이 자주 쓰는 표현, 버릇 등이 드러나게 된다. 사실 한국인들도 사람마다 말하는 스타일의 차이가 있듯이 러시아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각 교수님들의 말을 통해 여러 스타일의 러시아어를 익힐 수 있다. 다만 이 방법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어떤 반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당연히 아래 반일 수록 교수님들은 더 쉬운 표현을 쓰고 천천히 말씀하신다. 그래서 초반엔 교수님 말씀을 다 못 알아 듣더라도 내 수준보다 높은 반에 있으려 노력했다. 그 외에 추천할 만한 사이트로는

 

1. kbs world radio

사이트도 있고 앱도 있다. 앱에서 팟캐스트를 들어가면 여러 프로그램들이 나온다. 미리 다운받으면 와이파이 없이 들을 수 있다. 다만 앱의 성능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미리 다운받아 놓아도 갑자기 파일이 없어지거나 듣는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2. 1tv(보수 성향)

러시아의 국영 뉴스 채널이다. 평일엔 거의 3시간 간격으로 9~11개 정도의 뉴스 거리들이 정리되어서 나온다. 영상 뿐만 아니라 그 텍스트도 제공되니 함께 보면 좋다. 다만 주제가 무겁고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서 좀 지루하다는 단점이 있다.

 

3. телеканал дождь(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이다. 짧은 시간 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tv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뉴스들이 많아서 좋다. 1tv 뉴스와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4. BBC russian

말 그대로 bbc에서 다루는 러시아 뉴스이다. 따라서 러시아뿐만 아니라 영국과 관련된 주제, 예를 들면 '영국에 사는 러시아인들''영국인이 생각하는 러시아'와 같은 영상도 있다. 재미있는 뉴스를 찾고 있다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역시 유튜브 채널이다.

 

5.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유튜브 채널

당연히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채널이여야 한다. 나의 경우 뷰티, 여행, 일상 등 관심사에 따라 총 10개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 중이다. 아침을 먹거나 심심할 때 유튜브를 켜서 새로 올라온 영상 혹은 재미있었던 영상을 반복해서 본다. 여러 영상들을 보며 러시아인들이 지소형 단어를 자주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나도 일상 생활에서 써보려고 노력한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듣기 및 말하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말하기

 

우리가 러시아까지 연수를 오는 제 1의 목적이다. 그리고 객관적 평가가 힘든 영역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단순히 일상 대화를 하는 것과 고급스러운 말을 하는 것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수업을 잘 들을 것을 추천한다. (반은 자신의 수준보다 높다는 전제 하에)

 

현재 내 수업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월, , 목으로 정치, 문화 수업이 있다. 정치 시간엔 주로 러시아의 헌법을 살펴보고 관련 텍스트를 읽는다. 그 뒤 자기 나라의 정치 시스템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거나 글을 써야 한다. 문화 시간의 경우 먼저 학생이 교수님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어려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 및 질의응답이 곧 수업 내용이 된다. 그만큼 한번 말을 할 때에도 많은 생각을 요하게 된다.

 

사실 처음엔 내 의견을 말하는 것 조차 부끄러웠다.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못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고 말을 하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아까 방법대로 교수님, 다른 학생들이 하는 말들을 들으려 노력하다 보니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좀 감이 잡히게 되었다. 그리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을 감안하여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과 일대일 느낌으로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이 없어졌다

 

그 외엔 대외 활동을 추천한다. 첫 칼럼에서 소개한 한글학교도 좋고 어학당 게시판, 페북 교환학생 혹은 한인회 페이지, vk 등을 뒤져보면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이 제법 된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활동만 잘 고른다면 꾸준히 러시아어를 쓸 기회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러시아인도 사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외 활동에서의 경험이 생각 외로 오래 간다. 작년에 스피킹 클럽에 갔다가 'Я уже не решила'라고 했더니 바로 러시아인 친구가 'Я ещё не решила'가 바른 표현이라고 고쳐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혼자서 뭐든 해보려고 하는 것도 말하기의 한 방법이다. 병원 예약, 비자 연장, 카드 발급 등 일상 생활의 모든 활동들이 말하기 연습이다. 예를 들어 어떤 종이를 스캔해서 유에스비에 넣고 싶다고 치자. 그러면 사전을 뒤지거나 검색을 통해 몇 가지 문장들을 준비해 놓고 가게로 갈 것이다. 거기서 내 말을 알아 듣게 되면 나는 이미 표현을 하나 익힌 것이다. 만약 직원이 못 알아 듣는다면 다른 표현으로 되물을 것이다. 그럼 그 표현이 바른 표현이자 내가 새로 익혀야 할 표현이 된다. 이런 식으로 혼자 여기 저기 일 처리하러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말하기 연습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1년동안 터득한 러시아어 공부 방법이다. 많은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것들이라 더 남다르게 느껴진다. 이 방법들이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할 순 없겠지만 좋은 지침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러시아어는 파면 팔 수록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언어다. 연수를 앞둔 사람이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로 러시아어를 다져 놓고 올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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