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 권유정

현재 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수 중입니다. 러시아학과 학생이라면 정말 많이 들어보고 또 다녀와 본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궁금증이란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살면서 부딪히고 느낀 점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것들과 사뭇 달랐습니다. 또한 몇 개월을 살면서 '미리 알았더라면, ~을 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도 남는 터라 후배들이 제 경험을 참고하여 더 성공적인 연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차갑고 추운 면만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해 저만의 관점과 경험을 토대로 따뜻하고 밝은 러시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 글을 통해 학우들에게 연수, 여행 그리고 해외생활 면에서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선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조사하고 성실히 글을 쓰겠습니다.  

 

Title 열한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6-29 15:28 Read 798

본문

СПбГУ 어학당 100%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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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친구들이 연수 지역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선택하면 거의 대부분 СПбГУ 어학당을 다닌다. 왜냐하면 СПбГУ는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대학 중 하나로 어학당 내 프로그램도 체계적이고 규모가 큰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곳 교수진들 가운데 동 대학 출신자이거나 해외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반만 잘 배정받으면 수준 높은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시간엔 내가 공부하고 있는 곳을 소개하고 1년 동안 다니며 느낀 점 및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 처음 반 배정 받기

 

대부분의 친구들이 1학기 연수의 경우 2월 말, 2학기의 경우 8월 말쯤 러시아로 들어온다. 이 시기엔 다양한 나라에서 온 교환 학생들, 연수자들이 반 배정 시험을 받기 위해 몰린다. 나의 경우 시험 치기 전 간단하게 복도에서 교수님과 대화를 나눴었다. 주로 러시아어를 얼마나 배웠는지 물었었는데 대강 2년 배웠다고 대답했다. 그 뒤 시험을 치루고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낮은 반(학부 1~2년 수준)에 배정 되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시험 성적보다 교수님의 재량이 더 반영되는 듯 했다. 혹시나 시험 전 교수님이 러시아어를 몇 년 배웠냐고 물으신다면 실제보다 조금 더 보태서 대답할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아시아인 학생들의 경우 좀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일단 유럽인들은 어휘나 문법 쪽이 약해도 금방 잘 알아듣고 좀 더 잘 하는 것? 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곳 유럽인들 중 동유럽권 출신이거나 러시아 이민 가정 출신 자녀들은 어린 시절부터 러시아어를 써왔고 습득도 빠르기 때문에 상당 부분 높은 반에 몰려 있다. 반면 내 주위의 아시아권 친구들은 자신의 실력과 비슷하거나 낮은 반에 배정되어 불만을 토로하거나 반을 바꾸느라 애먹는 것을 자주 봤다. 따라서 아니다 싶으면 당장 다음 날 찾아가서 너무 쉬우니(과장을 해서라도) 바꿔달라고 요구하자. 대부분의 반들은 매월 말 테스트가 있다. 괜히 반 바꾸는 걸 미루다가 테스트까지 쳐버리면 더 바꾸기 힘들어 지니 유념하자. (테스트를 친 이후로는 무조건 테스트 결과에 따라 반 배정이 이루어 진다. 만약 결과가 좋다고 해도 반 배정 담당 직원이 까다롭게 굴기 때문에 초반에 정정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총 2번 반을 바꿨었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이유에서 였고 두 번째는 4개월쯤 흐른 뒤 반을 더 높여야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담당 직원이 까다롭게 구는 바람에 3번이나 부탁한 끝에 반을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교수님, 커리큘럼 등등 어학당 자체의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견해론 이런 프로그램보다도 어떤 사람들과 공부하냐, 이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전 반은 주로 비슷한 교환학생들로 이루어 져 있었다면 현재 반은 교환학생, 직장인, 대학원 준비생 등 신분도 다양하고 개개인의 실력도 월등히 높다. 이런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면 자연스레 더 자극 받고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된다. 1년 연수생들의 경우 보통 4~6개월쯤 되면 러시아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고 여기저기 다니기 편해 지면서 점점 공부에 소홀해 지기 쉽다. 그럴 때 추천해 주고픈 팁이다.   

 

 

 

- 비자 연장시

 

요즘은 상트로 연수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 블로그들도 많고 또 학교 측에서 유의 사항들을 각 나라 언어로 번역하여 게시해 놓기 때문에 걱정할 건 없다. 다만 1년 연수생 중에 한 학기 교환, 한 학기 자비 혹은 7+1인 사람들은 각 학기마다 비자를 처리하는 곳이 다르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교환학생의 경우 필팍, 자비 및 7+1은 어학당에서 처리해야 한다. 교환 학생 기간 중 비자 처리는 단수에서 복수 비자로 넘어갈 때이다. 이 때 필팍에 미리 교환학생 뒤에 어학당과 계약을 해서 더 공부할 것이라고 얘기해 두자. 그러면 직원이 그 계약서까지 가져오면 한꺼번에 비자 연장을 해주겠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계약하면서 다시 여권을 내지 않아도 되니 훨씬 편하다. 상트는 보통 비자 연장을 위해 여권을 1달 정도 맡겨야 하는데 우리 입장에선 1달동안 신분증이 없는 셈이니 한꺼번에 연장하는 편이 낫다. (여권이 없으면 러시아 내 다른 도시 여행도 불가능하다.)

 

 

 

또한 질문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메일을 보내거나 직원에게 직접 찾아가서 물어볼 것을 추천한다. 여기 직원들이 다들 불친절하지만 자주 물으러 다니다 보면 얼굴을 기억하고 서류 처리 관련 팁을 가끔씩 말해주곤 한다. 러시아인들은 일 처리가 느릴 뿐 더러 실수도 자주 하기 때문에 찾아가서 러시아어도 써보고 서류 처리도 완벽히 할 수 있다면 일석 이조이지 않을까?  

 

 

 

* 현재 러시아 내 비자법이 바뀌었다. 따라서 예전처럼 무턱대고 공부하고 싶은 만큼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 그러니 직원에게 최대 며칠까지 비자를 연장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물어보자.

 

 

 

- 수업

 

수업은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문법 영역으로 나뉜다. 보통 반마다 2~3명의 교수님이 계신다. 반이 높을 수록 오전 수업이 많으며 보통 월~금 수업이지만 가끔 평일 4 + 토요일 수업을 하는 반도 있다. 나는 되도록이면 수업은 빠지지 말고 들을 것을 권하는 편이다.

 

 

 

우선 우리가 어학당을 다닌다는 특수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러시아학과의 경우 당연히 자비 및 7+1은 어학당에서 공부를 할 것이고 교환학생의 경우 학과 혹은 어학당 중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학과 수업을 선택할 경우 어문계열을 제외한 과 수업을 들어야 한다. 러시아어를 러시아어로 배우는 것도 어려운데 아예 다른 학문을 러시아어로 배워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이 어학당 수업을 선택한다. 그런데 어학당은 말 그대로 외국인을 위해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곳이다. , 교수님을 제외하면 전부 러시아인이 아닌 곳이다. 러시아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다들 열성적으로 러시아인 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 노력이 빛을 발해서 정말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귈 수도 있지만 사실상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게 내 판단이다. 혹은 친구를 사귀더라도 그 친구는 아마 나를 배려해서 더 간단하게 말해주고 또 내 실수를 쉽게 눈감아 줄 것이다.

 

 

 

그러나 수업은 다르다. 우선 훨씬 무거운 주제로 토의를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보통 일상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표현이나 단어가 많다. 반면 수업 시간엔 동성 결혼, 시리아 내전 등 한국어로도 다루기 힘든 주제들을 다루다 보니 훨씬 수준 높은 단어들을 사용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것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긴가 민가 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러면 교수님은 그 자리에서 바로 실수를 지적해주고 더 좋은 표현을 알려주기 때문에 어휘량이 확 늘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어휘량이 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질문도 자주 생각나기 때문에 말하기 실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수업은 다른 어떤 공부 혹은 활동보다도 주가 되어야 함을 명심하자.

 

 

 

* 이와 더불어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 및 복습은 필수!!

 

 

 

오히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다른 한국인들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이다. 나도 1년을 보내며 슬럼프 및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시기엔 더욱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 놓고 싶고 위로 받고 싶어진다. 그럴 때 말동무로서 제일 편한 상대가 한국인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자꾸 한국인들을 찾다 보면 결국 내 생활 반경에 한국인들만 있게 되는 상황이 온다. 그럼 몸만 러시아에 있지 정신은 한국에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우리가 비싼 돈 주고 러시아까지 온 마당에 다시 한국인을 찾고 사귀려는 노력이 굳이 필요할까 싶다. 물론 반에서 혹은 다른 활동을 통해 자연스레 한국인을 사귈 순 있다. 그건 나도 괜찮다고 본다. 다만 너무 의지해서 그 사람들하고만 다니지 말라는 의미이다.

 

 

 

- 성적표 및 여행

 

성적표 역시 교환/자비 및 7+1에 따라 처리 장소가 나뉜다. 교환학생의 경우 필팍에서 처리하면 되고 나머지는 어학당에서 처리해야 한다. 다만 교환학생의 경우 성적만 다 받아오면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해주기 때문에 훨씬 간편하다. 자비 및 7+1의 경우 똑같이 성적표는 받되 그 성적표를 다시 어학당 사무실에 내고 справка와 сертификат을 받아야 한다. Справка의 경우, 봄학기 가을학기 이런 식으로 분기별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고 сертификат은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성적표도 유의해서 볼 것을 당부한다. 교수님들이 잘 모르는 것 같으면서도 세세하게 학생들 하나하나에 대해 알고 계신다. 따라서 성적표의 점수엔 그 학생의 태도, 출석 및 실력 등등이 종합적으로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 나의 경우 교환 및 7+1 시기에 받은 성적표들을 각각 비교하여 앞으로 어느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매달 말 테스트는 성심 성의껏 치자.)

 

 

이 성적엔 출석도 반영되는 만큼 언제 여행을 가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도 다들 하고 있을 것이다. 보통 교환학생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시기가 학생들이 줄어드는 시기이다. 겨울은 1, 여름은 7~8월이다. 특히 러시아는 1월 초에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에 아예 그 첫 주를 통째로 방학으로 하여 쉰다. 이 시기엔 날씨도 너무 춥고 해도 짧아서 어디 다니기도 힘드니 아예 외국이나 먼 곳으로 여행가는 것도 좋다. 여름의 경우 7~8월 시기가 우리로 치면 계절학기 시기이기 때문에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님들도 휴가를 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기만 적절히 잘 배분하면 성적에 영향은 주지 않으면서 길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

 

 

다 쓰고 보니 잔소리 같은 얘기 뿐 이지만 이게 내가 솔직하게 느낀 것들이다. 연수를 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한국인들이 낮은 반에 있는 것이었다. 중국인은 논외로 치고 일본인만 해도 높은 반에도 골고루 포진해 있는 반면 한국인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사실 대부분의 유럽인들, 일본인, 그리고 대만인들은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학비 및 기숙사비를 면제받고 온다. 그러나 우리는 교환학생이라 하더라도 그 신분만 주어질 뿐 학비 및 기숙사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자비 및 7+1은 당연히 그 배로 든다.) 이렇게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힘들게 오는데 노하우가 없어서인지, 혹은 의욕이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반일 수록 한국인들이 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정보 부족 때문이라면 내 글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비자 처리를 하며 들은 가장 충격적인 말이 한국인과 중국인은 러시아어도 못하면서 왜 굳이 러시아에 오는지 모르겠다는 직원의 하소연이었다. 이 직원이 무례한 것도 있지만 과연 이 사람 탓만 할 수 있을까? 우리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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