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 이수정

안녕하세요 로컬리티 Global -K 3기 러시아학과 14학번 이수정입니다.
 
저는 이번 학기 시베리아에 위치한 러시아 제 3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Novosivirsk)에서 7+1 파견학생으로 수학합니다. 저는 엔게우 대학 생활과 러시아 문화에 대해 경험과 지식을 섞어 칼럼을 게재할 것입니다.
기타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유롭게 연락 주세요~

 

dhfpswl0325@naver.com 

Title 일곱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5-15 10:36 Read 714

본문

러시아에 할머니가 많은 이유

 

 

 러시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할머니들(бабушки)’ 이다.

사회 곳곳의 특정 일자리들을 예를 들면 박물관 안내원, 외투 보관실(гардероб), 매표소 직원 등 마치 독점이나 한 듯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할머니들을 볼 때면 왜 할아버지들은 안 보이는지, 어떻게 일자리를 갖게 된 것인지 항상 궁금했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러시아에 할머니들이 많은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노인 고용, 할머니들의 사회 진출에 관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확보하기가 어려워 나의 경험과 러시아 친구들과의 토론을 토대로 이유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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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서 일하시는 할머니>

 

 

 1] 65세 이상의 남성이 여성의 절반 수준

 러시아가 우리나라보다 고령인구 증가율이 더 낮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이 흔한 이유는 여초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여성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이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 2차 대전의 영향이 가장 크다. 1941년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하면서 소련은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남자들을 징집하였고, 결과적으로 3450만명의 동원자들 중 30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BBC소련의 1923년생 남자 80%는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2009년 기준 전체 성비 남:=86:100 중에서 당시 전쟁과 무관하지 않은 65세 이상 인구 성비는 남:=46:100 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치안을 위한 경비 일에는 할아버지를, 청소 일에는 할머니를 고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기숙사 1층에는 요일별로 다른 할머니가 사감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에서 할아버지보다 할머니를 보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번외로 러시아 친구들이 말하기를, 특히 내가 공부하고 있는 아카뎀 고로독의 경우 여초 현상이 훨씬 심하다고 했다. 때문에 지나가는 커플들을 보면 여자가 승리했다고(winner) 우스갯소리로 말한 적도 있다. 그리고 지나가던 노부부들이 그토록 다정해 보인 것도 이러한 이유가 한 몫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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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구 성비>

 

 

 

 2] 노인고용에 대한 엄청난 국가적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노인 고용을 위해 할머니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은 할머니들이 어떻게 일을 하실 수 있을까? 하지만 러시아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노인들은 은퇴 후 집에서 쉰다고 말했다. 또 그러한 일자리는 아마 아는 사람의 도움을 통해 구하셨을 것이라 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여성 55, 남성 60세가 되면 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갑작스러운 노인 증가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에 달하여 노령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서, 현재 연금 개혁에 대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금 수령 나이 상한을 올리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란 속에서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소위 말해 일하는 할머니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일자리를 쟁취하고 계신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친구들에게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가 직업을 아직 갖고 계신지 물었을 때, 살아계신 경우 일 하시기 보다는 집에 계시면서 연금을 받고 계시다는 답이 돌아왔다.

 

 

3] 할머니를 내세움으로써 얻는 국가적 이득

 주로 예쁘고 멋있고 젊은 사람들을 서비스업 종사자로 고용하는 한국과 달리, 러시아는 큰 체력을 요하지 않거나 단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리에 할머니를 내세운다. 포근하면서도 노련함을 떠올리게 하는 할머니들을 사회 곳곳에 내세우는 것이 마치 소련시절의 강인함을 내려놓으면서도 깊이 있어 보이는 국가 이미지 형성에 큰 이익을 주는 듯하다.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경우 작품의 가치만큼이나 깊이 있는 인생을 사신 할머니들은 그 곳을 더욱 고풍스럽게 느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할머니를 통한 국가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적은 보수로 노동 가능한 노인들을 고용하는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경제원칙에 아주 합리적이면서, 노인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동시다발적인 문제해결의 창구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러시아를 보면서 단순 업무에 젊은 계층을 배치하는 한국의 고용 상황은 재원 낭비, 젊음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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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할머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


 한국은 2050년 일본에 이은 노인비율 세계 2위를 자랑하고 있지만, 세대 간의 갈등과 격차는 더 벌어지면서 노인에 대한 공경과 존중이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노인들을 사회에 어우러지게 하면서 세대 간 분리를 완화시키고, 또 국가적으로도 그 이점을 잘 챙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러시아의 할머니들에 대해 물었을 때 한 친구는 이 문제에 대해 대체 왜 궁금해 하느냐고 물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사회에 녹아있는 노인들의 활동이 자연스럽다는 반증이다. 러시아의 할머니들처럼, 노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사회 곳곳에 배치한다면, 한국도 노인 비율은 낮출 수 없지만 그들이 잘 어우러진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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