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 이수정

안녕하세요 로컬리티 Global -K 3기 러시아학과 14학번 이수정입니다.
 
저는 이번 학기 시베리아에 위치한 러시아 제 3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Novosivirsk)에서 7+1 파견학생으로 수학합니다. 저는 엔게우 대학 생활과 러시아 문화에 대해 경험과 지식을 섞어 칼럼을 게재할 것입니다.
기타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유롭게 연락 주세요~

 

dhfpswl0325@naver.com 

Title 열일곱 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8-30 16:14 Read 488

본문

 

여자라서 행복해요 : 러시아의 양성평등

 

 

러시아에 여자로 살다보면 참 많은 배려를 받게 된다.

꽃을 자주 받는 것, 뒤에 오는 여자를 위해 문을 열고 먼저 보내주는 것, 무거운 짐을 들지 못하게 하는 것 등 사소한 것에서도 느낄 수 있고, 러시아 여자들 또한 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여러 번 지하철을 타야만 했을 때, 젊은 남자든 노인이든 Можно?(혼자 할 수 있어요? 도와줄까요?) 하며 내게 짐을 들어주어도 되겠느냐고 묻곤 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괜한 경계심에 Нечего, спасибо(고맙지만 사양할게요) 하며 거절했었는데, 나중에 러시아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는 당연한 행위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러시아에서는 여자가 무거운 짐을 드는 것을 못 본다는 것이다.

여성의 자주적 행동과 양성평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는 러시아의 문화 속에 살면서 여성에 대한 배려 속 그들의 양성평등에 대한 지각에 대해 살펴보고자 마지막 칼럼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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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러시아의 양성평등의 구획은 1917년 러시아혁명을 기점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이전의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와 같은 가부장적, 남존여비의 사회였다. “도끼 자루로 아내를 때려눕힌 뒤 아내에게 숨이 붙어 있는지 확인하라. 숨이 붙어 있다면 아내는 엄살을 피우고 있을 뿐, 사실은 더 때려주길 원하는 것이다.” 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가정폭력이 만연하고 여성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시기였다.

 

하지만 1917년 혁명과 도시화를 계기로 소비에트 연방의 공산주의 사회를 거치면서 남녀평등사회로 거듭나게 된다. 누구든지 원하면 이혼할 수 있었고 낙태가 합법화됐다. 2차 대전 등의 전쟁 속에서 남편과 아들을 보낸 후, 사회의 주요 인력으로 떠오른 여성들이 사회의 주 세력으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스탈린 시기에 여성의 권위가 다시 과거로 차츰 돌아가는 시기를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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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젊은 러시아인들은 남녀평등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한 러시아 친구와 한 이야기 중 나는 이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자는 결혼한 뒤에도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해야 하며, 집에서 항상 치마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남편이 나가서 돈을 벌고, 아내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서 그녀는 한국의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비용 지불에 대해 물었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권위 보장, 양성평등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치페이라는 말과 데이트 통장이 생겼다고 이야기해주니 그녀는 살짝 놀란 듯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는 데이트를 할 때 웬만하면 남자가 돈을 낸다고 했다. 그러면 돈이 없는 남자는 어떡하냐고 물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내 친구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내가 본 러시아의 젊은 여자들은 굉장히 당당한 편이다. 생활 속에서 본인의 의견 어필도 잘 하는 편이고, 커리어에 있어서도 많은 욕심을 낼 정도로 본인의 인생에 방향이 확고한 여성이 많았다. 러시아어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중국에서는 남자들이 요리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돈도 버는 것처럼 러시아 여자들도 이와 같다고 말할 정도로 러시아 여성들을 천하무적처럼 말씀하셨다. 하지만 남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사뭇 다르게 더 사랑받고 싶어 하고, 보호 받고, 배려 받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정도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별도의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전통적으로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되라고 가르치는 러시아의 가정교육의 영향도 있다고 한다. 직업적 소명은 이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인식이 되어 온 것이다.

 

러시아 여자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여성으로서 받는 배려나 대우를 양성평등과 직접적으로 관련지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러시아 친구 중 남자가 많이 없어 직접 물어보지 못해서 남자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강인하고 남성적인 남자가 인기가 많은 것이다.

 

한국은 페미니즘, 데이트 폭력, 경단녀 등 양성 평등에 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성별 간에 많은 논쟁이 일고 있지만, 또 그만큼 개선하려는 의지도 곳곳에서 보여 진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양성평등, 남자 대 여자, 5:5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아직 꾸준히 받아들이는 데에 가깝다.

 

누가 맞다 틀리다를 논할 순 없지만, 이번 칼럼을 통해 한국인들이 보다 더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의식적으로 되짚어보고 논쟁을 벌여, 변화를 꾀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 언젠가 러시아에도 양성평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때가 온다면, 과연 여성에 대한 배려를 여성들이 제 손으로 깨어나갈지도 궁금해졌다.

 

 

참고자료

http://platum.kr/archives/74403

https://russiafocus.co.kr/society/2017/06/26/reosia-yeojadeulyi-isanghyeong-namjaga-doegi-wihan-5gaji-jogeon_79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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