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다섯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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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8-03 13:39 | Read | 736 |
본문
러시아는 푸틴을 좋아해
2017년은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이 정치계에 입문한 지 약 18年 째 되는 해이다. 소련이 무너진 뒤 예전만큼의 기강을 보여주지 못하는 러시아이지만, 푸틴이 정권을 잡은 뒤로는 세계가 그래도 조금은 러시아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을 아주 좋아한다. 내 러시아 친구들도 대부분 그랬다. 그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는데 광활한 영토를 사로잡는 그의 카리스마에 대한 예찬, 덕분에 조금 먹고 살만 해졌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만약 러시아 친구와 친해지고 싶다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아 보아라. 내 친구들의 대부분은 맞장구를 치며 더욱 흥분해서 대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러시아가 푸틴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열다섯 번 째 칼럼을 적게 되었다.
2007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푸틴
먼저 푸틴이 정치계에 발을 들인 것은 1999년이다. 8월에 보리스 옐친에 의해 총리로 깜짝 발탁된 뒤 옐친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는데 일조하면서 존재감을 알렸고, 12월에 보리스 옐친이 건강 문제로 사퇴하면서 푸틴이 본격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었다.
이후 푸틴이 일을 잘 한 것도 있지만 시기적으로도 잘 맞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보리스 옐친 집권 시기 사회적·경제적 혼란이 대단했기 때문에 푸틴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더욱 반갑게 여겨지는 것이다.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들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사회 전반을 지배하던 옐친 시기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채가 쌓이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체첸과의 체첸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하기도 하면서 러시아는 자존심이 바닥으로 내려앉고 있는 시기였다.
푸틴은 이와 대조적으로 올리가르히를 제압하여 재벌들의 질주를 막는가 하면, 레드 마피아도 강하게 처벌했다. 또 유가상승을 등에 업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오일머니를 벌어들여 국민들에게 빵을 먹일 수 있는 형편으로 만들어냈다. 경제 회복이야말로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였던 것이다.
또한 가장 최근인 2014년에 크림반도를 병합한 일은 국제 사회에서 아주 많은 손가락질을 받음과 동시에 서방의 경제 제재가 휘몰아쳤지만, 이 또한 푸틴 지지율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 다른 이유로는 현재 상황에서 통합 러시아당의 푸틴을 맞설 수 있는 대항마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야당인 공산당의 당수 겐나디 쥬가노프와 자유민주당의 당수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가 각각 3%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이 두 번째로 높은 실정이다.
사실 아직까지 푸틴이 지속적인 집권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보이지 않지만 공공연한 정적 제거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여건이기 때문에 마땅한 대항마가 나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공산당의 겐나디 쥬가노프
그리고 나는 푸틴이 영리하게 그리고 훌륭하게 국민들을 상대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신뢰 뿐 아니라 개인적인 일상 속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또 때로는 다정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 본인의 다양한 면을 매력 발산하는 것이다.
푸틴이 유도와 스키 등의 스포츠를 즐겨 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고, 정치계 입문 이전 KGB(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받은 군사교육을 바탕으로 그는 직접 전투기를 조종해 공군 기지를 시찰하기도 했다. 또 2008년에는 우리에서 탈출해서 기자에게 달려드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마취 총으로 한 번에 기절시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공식 석상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 여심을 사로잡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러시아 국민들은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국제 사회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서슴없이 발언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그의 카리스마와 결단력, 추진력에 크게 매혹된 듯하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특히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친구들의 경우 더욱 무분별하게 푸틴을 옹호하는 경향을 띤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말 즈음에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축재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었을 때, 이에 대한 뉴스를 보고 러시아 친구에게 상황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녀는 나보다도 러시아 정치에 관심도 정보도 없는 듯 했으나 그럼에도 푸틴을 계속해서 옹호했다. 반부패 운동을 벌이며 야권 운동가인 나발니가 연행되는 것을 보고 걱정스레 말했지만, 그녀는 즉시 나발니는 전과가 있다는 과거를 들어 그에 대해 비평하며 당시의 뉴스 기사와는 사뭇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푸틴은 아직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 속에 2018年 대권 도전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그의 독주를 제지하는 방해물만 등장하지 않는다면 2024년까지도 합법적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오랜 집권에 대해 독재가 아니냐는 평도 있지만 국가와 국민에 대한 강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넓은 러시아를 지켜내고 있는 푸틴 대통령을 아직 러시아 국민들은 지지하고, 의지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디 푸틴 재임 중 우리나라와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굳건해졌으면 하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임기를 마친 뒤 후대에게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대통령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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