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네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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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8-03 12:13 | Read | 6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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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스크로 오세요
노보시비르스크에서의 유학생활에 아주 익숙해져갈 때 쯤 나는 친구들과 근교 도시인 톰스크로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알고 있는 톰스크에 관한 정보는 시베리아의 교육의 중심지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톰스크 인구 12명 당 1명이 대학생일 정도로 ‘대학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톰스크로 유학을 가는 선배들도 주변에서 꽤 찾아볼 수 있었다. 톰스크에는 많은 유명한 대학이 있는데 톰스크 국립 대학교, 톰스크 공과대학교, 시베리아 국립 의학대학교, 톰스크 주립 교육대학교 등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노보시비르스크가 생기기 전에는 톰스크가 시베리아 최대의 도시였다고 하여, 한 때 최고였던 도시가 지금은 어떻게 변화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그 곳으로 출발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톰스크는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생각보다 왕래가 어렵지 않다. 버스로도, 기차로도, 비행기로도 갈 수 있는데, 나는 편도 4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 기차 좌석형을 택해 1박 2일동안 저렴하면서도 편안하고 재미있는 여행을 다녀왔다.
톰스크는 러시아 톰스크 주의 주도이고, 인구는 대략 48만 명이 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울산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산업·기술 협력에 힘쓰는 곳이다.
내가 본 톰스크는 노보시비르스크보다 정리된 신축물들의 향기가 나면서도 어딘가 허름한, 동적이기 보다는 정적인, 그리고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택시로 30분이면 도시를 관통할 수 있을 만큼 도시 면적이 넓지 않아 당일치기도 가능하고 1박을 한다면 더욱 여유롭게 도시를 구경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관광지가 많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본 곳 중 몇 군데를 추천해 본다면, 먼저 첫 번째는 톰스크 주립 대학교이다. 이 곳은 알렉산더 2세에 의해 1878년에 창립되었으며, 1888년에 개관하였다(라고 학교 본관 외벽에 떡하니 쓰여 있다). 시베리아에 세워진 최초의 러시아 대학으로, 현재도 러시아에서 가장 큰 대학 중 하나이며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
학교인지 정원인지 헷갈릴 만큼 나무와 꽃들로 캠퍼스를 잘 정돈해 두었고, 본관 앞 쪽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룹 비틀즈의 동상을 세워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방문한 날이 바로 신입생 초청회가 있는 날이어서 많은 부모님과 학생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톰스크 남쪽에 위치한 лагерный сад 이라는 공원이다.
식사 후 산책을 하며 둘러보기에 아주 적당하며, 많은 가족들과 연인들이 산책하러 왔다. 멀리에서도 눈에 띄는 큰 동상이 무기를 다른 이에게 건네주는 모습으로 서 있는데 그 밑에는 불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 정말 감탄할 만한 장관은 동상 뒤에 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오비강 유역과 넓게 펼쳐진 사이베리아 평원이 감탄만 나올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여행의 마지막은 톰스크 역사 박물관에서 마무리하기를 추천한다.
박물관 내부를 방문한 뒤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대에 올라가보면 톰스크 시내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건물들의 지붕과 어딘가 어리숙해보이는 건물 배치, 서울의 달동네같이 허름한 일부 동네까지도 전부 다 보이는 곳이다.
이번 톰스크에서의 여행은 관광이나 지역탐구와 같은 큰 의미를 가지고 갔다기보다는 유학 말미의 불안한 마음을 잘 정리하고 본인에게 안식과 휴식을 선물해주기 위한 시간이었다. 톰스크라는 도시는 생각보다 안정적인 분위기와 포근함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위치나 지리적 조성 등을 보았을 때는 내가 수학하는 엔게우보다도 톰스크에서 유학생활을 보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일 것이라 생각이 드는 것이, 학교 주변에 위치한 많은 공원들이 충분한 휴식공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시내와 학교가 밀접하게 위치하여 보다 안락하고 이동이 편리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를 여행할 때 톰스크라는 도시를 선택해서 오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혹시라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여유 있게 머물게 된다면 근교인 톰스크에 방문하여 노보시비르스크와는 또 다른 매력의 잔잔함을 주는 이 도시에서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을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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