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 이수정

안녕하세요 로컬리티 Global -K 3기 러시아학과 14학번 이수정입니다.
 
저는 이번 학기 시베리아에 위치한 러시아 제 3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Novosivirsk)에서 7+1 파견학생으로 수학합니다. 저는 엔게우 대학 생활과 러시아 문화에 대해 경험과 지식을 섞어 칼럼을 게재할 것입니다.
기타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유롭게 연락 주세요~

 

dhfpswl0325@naver.com 

Title 열세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7-20 10:59 Read 540

본문

패션 스타일을 통해 보는 러시아인의 특성

 

러시아로 유학을 가기 위해 짐을 싸던 대략 5개월 전, 추위를 막을 수 있으면서도 멋 좀 부릴 수 있는 옷이 어떤 것일까 고민하며 골라 담던 것이 생각난다. 결국 있는 옷 없는 옷 전부 다 캐리어에 챙겨 넣은 데다 러시아에서 의외로 옷을 많이 사게 되어 오히려 가져온 옷들을 많이 버리는 상황이 되었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여유로운 유학생활 덕에 시내에 나갈 때마다 쇼핑은 필수코스가 되었다. 러시아에서 쇼핑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나라간 추구하는 의상 스타일이 극명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어렵지만 눈으로 그리고 느낌으로 알 수 있는 한국과는 또 다른 러시아스러움이 분명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 가디건이나 셔츠를 어깨에 두르는 것을 좋아해 그런 스타일로 옷을 입고 외출할 때면 한국스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내가 느낀 러시아의 패션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우리나라 7080 복고의 느낌이다. 작은 꽃들이 자잘하게 수놓인 원피스와 땡땡이 무늬나 스트라이프 무늬가 많은 점, 화려한 색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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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의 일상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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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걸그룹의 복고패션

 

이번 칼럼에서는 러시아에서 생활하며 살펴본 러시아인의 패션을 우리나라와 비교해 되짚어보면서, 그 속에 반영되어 있는 그들의 취향과 그들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노출을 마다 않는 여성들

서구 여성들의 체형은 동양 여성들보다 굴곡이 심하고 풍만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속옷가게에 가보면 기본적으로 진열되어 있는 속옷의 사이즈가 달라 놀랄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들은 자신의 몸매를 부각시키는 옷을 입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여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반팔 티셔츠 위에 뷔스티에 원피스(상의가 민소매 끈나시로 된 원피스)를 입는 것을 즐긴다면, 그들은 원피스만 입는 식이다.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아 신체의 노출을 경히 여기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러시아 여성들에게 노출은 자신감이 넘치고 풍만한 몸매를 가진 자의 특권이기도 했다. 특히 2-3개월의 짧은 여름 동안만 가벼운 옷이 허락되기 때문에 그 기간을 확실히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남성들 또한 여성의 노출을 뚫어지게 쳐다보지 않았다.

 

한번은 러시아어 수업을 가르치시는 젊은 여자 선생님이 노출이 정말 심한 원피스를 즐겨 입으셔서 눈 둘 곳이 없어 당황하기도 했는데 그 자신감과 당당함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2] 투피스보다는 원피스

보통 젊은 한국여성의 패션은 상의 티셔츠나 와이셔츠를 짧은 치마 안으로 넣어 입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에서는 원피스, 특히 일상에서 입기 편하고 하늘하늘한 꽃무늬 원피스 뿐 아니라 격식을 차릴 때 입는 레이스 달린 원피스까지 그 종류가 참 다양했다.

 

러시아의 의상 문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극장에서의 차림새이다. 500루블(대략 1만원)이면 볼 수 있는 오페라가 많이 열리는 덕에 보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볼 수 있었는데, 공연이나 쇼와 같은 문화예술이 발달한 러시아에서는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도 의상을 통한 최소한의 예의를 요구했다. 모두들 깔끔하고 단정하게, 그리고 화려하게 옷을 갖추어 입었는데 대부분의 여성들은 예쁜 원피스를 선호했다. 우리나라에서 마치 결혼식장에 가는 느낌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참고로 남성들은 정장바지에 가디건이나 셔츠를 많이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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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옷가게 진열장

 

 

3] 여름에는 선글라스, 겨울에는 모자가 필수

내가 지내던 노보시비르스크의 아카뎀고로독이 특히나 더욱 자연친화적이고 자연경관이 비교적 훼손되지 않은 곳이기도 했지만, 유학 중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국토의 넓이가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을 깎고 그 자리에 건물을 세운다면, 러시아는 산을 놔두고도 건물을 지을 땅이 풍족한 느낌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비교적 자연을 보존하고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러시아인만큼 계절을 나는 아이템이 존재한다. 아직도 비전공자들 중에서는 러시아에 사계절이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름이 짧기는 하지만 러시아 시베리아의 여름은 30도를 올라가는 것이 식은 죽 먹기이다. 또 침엽수와 같은 키 큰 나무가 있지만 직사광선이 강하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많이 쓰고 또 많이 판다.

 

익히 강추위로 명성이 자자한 시베리아의 겨울에는 체온유지를 위한 털모자가 필수이다. 한국에서는 모자가 취향에 따라 골라 쓰는 패션 아이템이지만, 러시아에서는 추운 겨울 외출 시 모자를 쓰지 않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긴다. 내가 본 중에서도 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들은 동양인들 뿐이었다.

 

4] 비교적 꾸미기에 관심 없는 남성들

한국은 외적인 미에 대한 관심도와 그 기준이 점차 상향되면서 남성들도 패션에 많은 관심을 가지 있고, 또 성형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이다. 반면 러시아는 지난 네 번째 칼럼: 러시아 내 성형수술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형은 물론이요, 화장에도 아직 사회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러시아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답변은 아주 솔직하고 과감했다. 바로 러시아의 성비가 여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곱번째 칼럼: 지난 러시아에 할머니가 많은 이유에서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굳이 꾸며서 여성들에게 잘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청결하고 단정하게만 입어도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호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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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해변가 패션

 

러시아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내키는 대로 사는 그들의 삶에 크게 매력을 느꼈다.

 

농경생활 이후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인식이 조성되면서 타인에 대한 관심이 당연하고 또 익숙한 한국에서는 상대의 외적인 모양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보다는 우리의 유행, 흐름과 일치하는지 다른지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상대의 외모에 대한 지적은 지나친 실례이며, 오늘 내가 입고 싶은 옷과 장신구는 내가 자유롭게 결정한다. 남들 보기에 조금 유치한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도 되고, 색깔이 지나치게 화려해도 된다.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데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본인만의 색깔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단순해 보이는 취향존중이 개인의 자아존중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모습이 바로 내가 느낀 러시아가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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