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남미 - 장예경

“브라질로 유학을 간다고?...”

 

지구 반대편의 남아메리카,

삼바와 축구로 익숙하지만 사실 전혀 모르는 나라.

 

그 멀고도 먼 나라 안에서 모든 것이 낯선 한국 유학생의 일상, 그리고 그 문화에 녹아들기 위한 적응기와 성장기를 함께 봐주시겠어요?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 브라질학과 장예경, ho02183@naver.com

Title 세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11-24 16:08 Read 999

본문

세 번째 칼럼,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쿠리치바(CURITIBA)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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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치바 식물원(JARDIM BOTANICO, CURITIBA)

 

 

철과 유리로 이루어진 둥근 온실과 프랑스식 정원, 위 사진은 쿠리치바의 대표적인 관광지 보태닉 가든(JARDIM BOTÂNICO)의 모습이다. 시립 관광 연구소(Instituto Municipal de Turismo)에 의하면 한 해 동안 쿠리치바에 방문하는 관광객은 345만에서 372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위 사진 속 정원은 관광객을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약 180만 인구를 가진 파라나(PARANÁ) 주의 주도이자 친환경적인 분위기와 교통, 그리고 교육으로 유명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쿠리치바가 정말 들리는 소문대로 살기 좋은 도시인지, 방문하고 느낀 내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 세계에서 마흔네 번째로 위험한 도시?



 도착한 첫날 아침,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의 집까지 약 30분간 걸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남미에서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다니는 것은 곧 강도를 부르는 행동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내가 들어왔던 쿠리치바는 브라질에서 가장 안전한 대도시 중 하나였고, 함께 동행한 선배가 쿠리치바에서 일 년을 살았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걸었다.

 

 사실 내가 지내고 있는 포르투 알레그리(PORTO ALEGRE, RS)였다면 모두가 두 팔 걷고 말렸을 것이다. 포르투 알레그리는 히우그란지두술(RIO GRANDE DO SUL)의 주도이자 유학생들 사이에서 위험하기로 소문이 난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리치바에서 지내는 동기 및 선배들에게서는 아쌀뚜(ASSALTO), 즉 강도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기에 안심하고 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말 아침의 거리는 한산했고, 보통 위험한 장소로 꼽히는 대교 밑엔 몇 명의 노숙자가 있었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 도시는 포르투 알레그리와 달리 깨끗했고 교통 체계 또한 깔끔해보였다. 좋은 첫인상이 남았다.

 

 그러나, 내가 안심하고 걸어 다닌 이 도시가 사실은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44위로 꼽혔다고 한다. 멕시코의 한 NGO 단체가 발표한 결과인데 현재 전쟁 중인 지역은 제외한 결과라고 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포르투 알레그리가 43위를 차지한 것. 상반되게 느낀 두 도시가 사실은 별 차이 없이 둘 다 위험했던 것이었다.

 

 도착 첫날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튿날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위험할 뻔한 일이 있었다. 숙소 앞 PRAÇA OSÓRIO(오소리우 광장)에는 세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광장에 나와 일행이 들어서자마자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나 우리 쪽으로 향해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일찌감치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우리가 자리를 피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 덕분에 아무 일이 없었지만, 늦은 시간의 광장은 남미뿐만 아니라 어디든 위험할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 브라질 언론사 GLOBO 홈페이지

 

http://g1.globo.com/mundo/noticia/2016/01/brasil-tem-21-cidades-em-ranking-das-50-mais-violentas-do-mundo.html)

 

 

 

- 살기 좋은 도시, 날씨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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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기 직전 라르고 다 오르댕(LARGO DA ORDEM) 가는 길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으로는 경제, 문화, 안전, 교육, 교통, 자연환경 등이 있다. 쿠리치바는 이 중에서 자연환경으로 특히 각광받아온 도시이지만, 그 아름다운 환경을 만끽하게 하는 날씨는 전혀 받쳐주지 않았다. 쿠리치바에 머무는 34일 중 3일 동안 비가 내렸다. 그리고 현지에서 생활하는 지인들에 의하면, 이 날씨가 평소 날씨 그대로라고 한다.

 

 여행 첫날은 맑았다. 날씨가 더울 것이라 생각해 가볍게 입고 외출한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굵은 빗줄기가 하늘에서 쏟아졌고, 금방 그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빗줄기였기에 우산을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마치 우리를 비웃듯, 숙소에 도착하기 직전에 비가 그쳤다. 그리고는 또다시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다시 맑아졌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상식적인 날씨가 아니었다. 낮에도 추울 수 있고 밤에도 더울 수 있는, 24시간 동안 사계절의 날씨를 모두 겪을 수 있는 지역이다. 이런 날씨가 3일 동안 반복됐다. ‘이곳이 남미의 런던인가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날씨는 사람의 기분뿐만 아니라 생활패턴과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는 삶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나 살기 좋은 도시 쿠리치바의 날씨는 잠시 방문한 나흘 중 사흘 동안의 내 기분을 만족시키지 못 했다. 이 도시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딱 하나, 날씨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듣던 대로, 대중교통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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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치바의 원통형 버스 승강장


쿠리치바의 교통 시스템은 아직까지는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브라질의 이미지를 깨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전 세계의 모범이 됐다. 우리나라 버스 시스템 중에도 버스 환승 시스템, 버스 전용 차선 등이 쿠리치바의 시스템을 모델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사실 교통 체계가 잘 정비됐다는 것은 한국에서 브라질 공부를 할 때부터 알고 있었기에 큰 감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 교통은 더 잘 정비돼 있었다.

 

 우선 쿠리치바의 중심지는 도로 너비가 굉장히 넓었다. 황량하리만큼 넓은 도로를 보고 의아했는데, 그 넓은 도로의 가운데는 버스전용차로를 위해 이용됨을 알 수 있었다. 즉 중앙 도로는 BRT 시스템이 적용된 빨간 급행 버스(EXPRESSO)가 달리고, 그 나머지 도로를 일반 자동차 통행을 위해 사용한다.


 또한 버스 승하차를 위해 원통형 승강장(TUBO)이 설치됐는데, 생각보다 이 승강장의 역할이 엄청났다. 보통 버스를 타기 위해서 사람들은 승강장에 길게 줄을 선다. 그리고 승강장 주변에는 버스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라 늘 승강장 주변은 담배 냄새와 담배꽁초들이 널려 있다. 그러나 이 원통형 승강장은 한번 들어가면 나왔다가 다시 들어갈 때 다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환승객들은 요금을 두 번 지불하지 않기 위해 대게 승강장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덕분인지 승강장 주변은 비교적 쾌적했고, 원통 모양의 승강장에서 질서 있게 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보며 꽤나 선진국의 시스템을 보는 듯했다. 일정이 짧아 버스를 많이 이용하지는 못했지만, 지나가며 보이는 승강장만으로도 그 시스템이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일정이 끝난 뒤 향한 공항까지도 살기 좋은 도시의 위상을 보여주듯 깔끔하고 잘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보통 대도시라고 해서 공항이 늘 좋은 편은 아닌데, 쿠리치바 아폰소 공항(Aeroporto Internacional Afonso Pena)은 상파울루의 과룰류스 공항, 콩고냐스 공항만큼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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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치바 버스 노선도


 이 외에도 아름다운 공원들과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는 내 기억 속의 쿠리치바가 쾌적한 도시로 남게 하는데 일조했다. 또한 교육의 도시라 학생이 많아서인지, 브라질에서 네 번째 높은 지역별 GDP(Produto Interno Bruto, PIB)를 차지하는 도시라 경제 상황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포르투 알레그리보다 물가가 대체적으로 저렴했다. 편리한 교통, 깨끗한 도로, 잘 정돈된 공원들, 저렴한 물가까지 쿠리치바는 살기 좋은 도시일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고 왔다.

 또한 여담을 붙이자면 쿠리치바에는 동양인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먹던 식재료, 쓰던 화장품 등을 쇼핑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적은 것이 좋겠지만, 거주가 목적이라면 좋은 도시임이 분명하다. 다른 브라질의 도시들도 쿠리치바처럼 살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할 텐데, 브라질의 빈부격차만큼 도시 간의 격차도 큰 것 같다. 사회 문제가 조속히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다음 칼럼에는 브라질의 장애인 복지 문화에 대해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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