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남미 - 박수진

브라질에서 6개월 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통번역 인턴으로 활동하게 된 브라질학과 13학번 박수진입니다.

 

앞으로의 브라질 생활과 남미에 대한 정보들, 그리고 해외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겪게 되는 고충이나 여러분께 도움 될 내용들을 정리하여 성실히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브라질에 대한 두려움이 즐거움이 되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Title 일곱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9-21 10:11 Read 1,988

본문

인종차별과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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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은 브라질의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브라질에 대해서 배울 때, 브라질에는 딱 세 가지가 없다고 했습니다. 자연재해, 전쟁 그리고 인종차별. 이렇게 세 가지가 없다고 배웠는데 브라질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 세 가지가 모두 있다고 합니다.

 

인종차별은 저 또한 느낄 수 있었고, 자연재해 또한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강이 넘쳤고, 특히나 배수시설이 좋지 않은 상파울루 도심은 잠기기 일수였습니다. 전쟁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와의 전쟁은 없지만 내부적인 싸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셋 다 없다고 배웠는데, 실제로는 다 있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중에서도 인종차별에 대해서 다뤄보려 합니다.

 

브라질은 다인종 국가로, ‘인종 간에 차별 없는 나라라고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브라질의 사회학자인 질베르뚜 프레이리(Gilberto Freyre)도 브라질의 인종문제를 연구하면서브라질은 인종적 민주주의 국가다.” 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 인종 차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차별받는 대상은 주로 흑인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흑인노예 후손의 대부분은 아직도 빈곤계층이며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흑인계층은 절대빈곤층의 64% 수준이었습니다. 2003년에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87%가 자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함을 인정한다고 답했으며, 단지 4%만이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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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인종과 인종주의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인종이란 용어는 원래 생물학상의 특징(혈액형, 피부색, 모발 등)으로 인류를 구분할 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인종주의는 생물학상의 특징이 지능 ·도덕 ·능력의 차이와 유관하여 출생하면서부터 유색인은 열등하고 백인은 우수하다고 하는 사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역사적, 이론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합니다. 백인 우수설, 유색인 열등설에는 근거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은 식민지가 독립한 1960년대 이후 세계정세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였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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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브라질 하면 혼혈인으로 구성된 나라를 떠올리곤 하는데 공식적으로는 백인, 흑인, 동양인, 혼혈인 등 네 가지로 인종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혼혈의 수를 헤아릴 수가 없으며, 백인과 흑인의 혼혈을 '물라또(Mulato)',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을 '까보끌로(Caboclo) 또는 마멜루꼬(Mameluco)', 흑인과 인디오의 혼혈을 '까푸주(Cafuso)', 백인과 동양인의 혼혈을 '메스찌쿠(Mestico)'로 표현합니다.

브라질의 인종 구분법은 유럽이나 미국과 다릅니다. 혈통을 중시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조상 중에 유색인종의 피가 섞였다면 그 사람을 혼혈인, 즉 유색인으로 분류합니다. 따라서 서구의 인종은 혼혈 여부로 구분되지만 브라질에서 혼혈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고 백인, 흑인, 원주민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백인과 혼혈, 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 서구와는 달리 브라질에서는 그런 분류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브라질 사람의 인종을 구분할 때는 겉모습이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어느 쪽에 더 가깝게 생겼느냐가 중요한 결정기준입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객관적인 인종구분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브라질의 공식적인 인종분류 역시 개인의 주관적 결정에 맡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인구 조사를 할 때, 본인이 직접 자신의 인종을 체크할 수 있는데, 누가봐도 백인이 아닌 사람이 나는 백인이다라고 느껴서 백인에 체크를 한다고 합니다. 저 또한 피부색으로 브라질인의 인종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서 브라질 친구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딱 보기에 절대 백인은 아니고 흑인에 가까운 어두운 피부색인데, 제가 인종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팔 안쪽에 하얀 피부를 보여주면서 자기는 백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친구들도 백인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본인 스스로 백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백인이 되는 것입니다. 브라질의 인구통계에서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브라질에 다양한 인종이 형성된 것은 1500년부터 포르투갈인들이 식민지 개발을 목적으로 유럽으로부터 이동해 오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식민지 개발 산업으로 보다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졌고 이로 인해 대규모의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을 들여오게 됩니다. 흑인노예들의 유입으로 19세기 초 브라질 내 흑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 수준을 차지하며 백인 인구의 2배를 차지하였고 일부의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인구의 80%가 흑인의 DNA를 가지고 있으며 사실상 지구상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많은 흑인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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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잘 알려진인종적 민주주의의 나라 브라질이지만, 실제 브라질인들 중 74%에 육박하는 숫자는 인종적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지 않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응답한 수는 겨우 4%로 나타났습니다. 피차별 인종이 흑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97.19%의 브라질인들이 동의했습니다. 이는 브라질 일간지 O Estado de Sao Paulo에서 아동 입양을 희망하는 자의 66.5%가 흑인아동을 원치 않으며 이들 입양자의 70%가 백인이라고 밝혔다고 하는 기사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게 차별하는 것을 쉽게 보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의 편견은 이미 자리잡혀 있고, 모두들 차별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큰 격차가 있습니다. 브라질 지리 통계원(IBGE)의 자료에 의하면 브라질 인구의 문맹률은 13.3%인데 이 가운데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1.0%이며 백인은 8.3% 그리고 짙은 갈색 피부의 인종 경우 19.6%를 차지하였습니다. 10세 이상의 학업 기간을 기준으로 할 때 흑인은 4.5년인 반면에 백인은 6.7, 짙은 갈색 인종의 경우는 흑인과 거의 같은 4.6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학업 기간의 차이는 대학진학률에 있어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엘리트 코스로 알려진 상파울루 대학교 의과대학 입학률의 경우, 백인이 총 신입생의 72%를 차지한 반면, 짙은 갈색 피부의 학생을 포함한 흑인 전체 학생은 불과 7.3%였습니다. 입학률에서 10배 정도 차이가 나며 졸업생 수로 봤을 때도 81.6%가 백인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자료를 통해, 흑인의 경우 일류대학에 진학하기가 어려우며, 고등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자체가 백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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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GE가 브라질의 주요 6개 도시(Sao Paulo, Rio de Janeiro, Belo Horizonte, Salvador, Recife,Porto Alegre)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최대 민간은행 5개사의 백인 여성 고용률은 43.7%이고 백인남성 고용률은 37.7%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흑인 남성의 고용률은 10.6%, 흑인여성의 고용률은 8.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해당 은행들은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원인으로 흑인 응시자들의 낮은 실력을 꼽았지만 같은 조사에 의하면 채용된 흑인 직원들의 학력이 백인들보다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백인들에 비해 더 낮았고 진급 또한 더 더뎠다고 합니다. 또한 관리직에는 흑인들이 거의 없는 반면에 몇몇 백인들의 경우 대학 졸업 학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사에 준하는 자리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실제로 브라질 사람에게 질문을 했을 때도 취업 면접에서 똑같은 실력에 똑같은 조건이라면 백인을 뽑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외모적인 측면에서 백인이 흑인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흑인들이 종사하는 직업군도 백인과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일명 3D업종으로 꼽히는 건설노무자의 경우 흑인남성과 짙은 갈색의 남성이 55.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가사업무(자가용 운전기사, 정원관리사 등)에서도 57.8%를 차지하였습니다. 또한 이 자료에 의하면 이번 조사 대상이었던 사람들 가운데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정식근로자의 경우 59.7%가 백인이었던 반면에 흑인과 짙은 갈색피부의 사람은 39.8%에 불과하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흑백간의 격차는 1888년 노예해방이후 지배층이 흑인에게 교육을 받을 여건조차 마련해주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흑인 계층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척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추측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9년에는 브라질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인종차별과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그와 관련된 법안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대학 입학 쿼터제입니다. 이 법안은 대학정원 50%를 흑인이나 인디오에게 할당하는 법안으로서 노예 역사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흑인과 인디오에게 대학교육의 기회를 줌으로써 그동안의 차별을 배상하고자 하는 취지의 법안입니다. 물론 이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무조건 그들을 강의실로 보내는 것은 효율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소외 계층에 대해 관심을 갖고 법안을 제정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인구에서 52%를 차지하는 흑인(아프리카 계 후손)의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여전히 낮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형성되어 온 사람들의 인식을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 하겠지만 꾸준히 여러 제도를 통해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 나간다면 브라질의 다민종과 다문화는 오로지 브라질만이 가진,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발전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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