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남미 - 박수진

브라질에서 6개월 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통번역 인턴으로 활동하게 된 브라질학과 13학번 박수진입니다.

 

앞으로의 브라질 생활과 남미에 대한 정보들, 그리고 해외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겪게 되는 고충이나 여러분께 도움 될 내용들을 정리하여 성실히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브라질에 대한 두려움이 즐거움이 되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Title 열여섯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12-01 12:31 Read 646

본문

일하기 좋은 나라 브라질 직장생활과 직장문화

벌써 브라질에서 직장생활을 한지 6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아직 많은 것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그동안에 제가 느낀 것, 본 것, 들은 것을 토대로 브라질 직장생활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앞선 칼럼에서 브라질의 노동법과 해고, 소송 등 브라질에서 일을 하거나 브라질 사람과 일하는 경우에 알아야 할 사항들을 얘기해 보았습니다. 이번 칼럼은 브라질의 직장생활과 그 문화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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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직장문화는 회사마다 아주 다릅니다. 같은 한국회사끼리도 많이 다르고, 브라질 회사끼리도 이 차이는 클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는 것들이 브라질 모든 회사에 다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시점에서 일반적인 것들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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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주제는 회의입니다. 한국 회사의 경우, 회의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각자 해야 할 업무가 많기 때문에 모두가 모인 회의에서는 원인과 진행사항, 결과, 계획 등을 요약하여 간략히 얘기합니다. 회사 방침에도 회의 시간은 1시간을 넘기지 말 것과 같은 사항이 있을정도로 긴 회의는 지양하는 편입니다.

 

브라질의 경우, 회의 시작에 앞서 사적인 얘기를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어제 축구 경기를 보았는지, 저번에 가족들이랑 간 여행은 즐거웠는지 등등 개인사로 회의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무거운 회의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회의 시간이 길어지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 브라질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 싶으면 상대방의 생각도 듣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회의의 본질을 흐리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A라는 주제에 대해서 회의를 하다가 누군가가 B에 대해 얘기합니다. 다시 A를 얘기하다가 어떤 이는 C를 얘기합니다. 물론 A, B, C가 아예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꼬리의 꼬리를 물고 대화 범위를 넓혀가는 탓에 결국엔 A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기가 어렵고, 시간도 많이 지체됩니다. 따라서 10분이면 끝날 수 있는 회의가 1시간, 2시간, 또는 그 이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회의 시간엔 에티켓이 따로 있습니다. 휴대전화 벨소리는 진동이나 무음으로 하고, 회의 중 휴대전화 사용은 자제하며 급한 전화의 경우,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의장을 나가서 전화를 받는 것이 옳다고 저는 배웠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몇몇의 경우 회의 시간에 직장 상사가 이야기 중일 땐 전화 수신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또 몇몇은 회의 시간에 전화를 그냥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여러번 회의 중간에 큰 벨소리가 울렸고, 그 주인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한국인들과의 회의 자리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질만한 행동이지만 브라질에선 이게 큰 실례는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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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주제는 자료 준비입니다. 회사 안에는 많은 정보, 데이터들이 있고 이를 토대로 보고서, 발표 자료 등을 만듭니다. 이런 자료들을 만드는 데 이용하는 것들이 엑셀(Excel) 혹은 파워포인트(Power Point) 등입니다.

 

한국의 경우, 취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교육받으며, 관련 강의나 강좌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이 프로그램들을 사용하고, 취업 전에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하지만 브라질의 경우, 이런 교육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취업을 한 사람도 엑셀이나 파워포인트같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보고서 하나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또한 문서를 만드는 기준이 한국인과 좀 다릅니다. 한국의 경우, 가시성을 중요시 생각합니다. 어떤 자료든 보기 쉬워야 이해하기 좋고,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 구성은 심플함을 추구하고,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등도 중요한 요건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보기에 좋지 않으면 관심을 끌기가 어렵고 보는 사람도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엔 자료 구성이나 디자인에 대한 수업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브라질은 가시성보다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보다 많은 정보, 보다 많은 증거를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가시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문서를 작성합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를 좁은 공간에 우겨넣거나 부록 문서를 축소해서 이미지처럼 첨부하는 등, 가시성보다는 정보의 양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보기에 그 문서 한 장은 꽉 찼지만 실질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제로(Zero)에 가깝습니다.

 

한국에선 내가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브라질에선 내가 정보를 많이 보여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브라질 사람들은 자료를 준비할 때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준비합니다. 필요한 서류, 상대방이 요구하는 서류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자료나 증거들도 같이 준비합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을정도로 작은 글씨의 문서라도 내가 자료를 가져왔다혹은 우리는 자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준비합니다.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추구하는 탓에 어떤 것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다른 회사로 회의라도 가려고 하면 서류 뭉치를 한아름 챙깁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거 바빠서 다 보지도 못한다하지만 브라질인은 준비는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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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주제는 제 해결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도 두 나라의 차이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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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대표적인 문화인 빨리빨리 문화가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빨리 해결하고 뒷수습을 최대한 빨리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한국에선 빨리빨리하지만 정확한일처리를 좋아하고, 추구하며, 요구합니다. 모순되는 두 단어이지만 한국인은 이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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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브라질은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조사하고 알아보고 결과를 도출해서 해결하려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게 사실입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브라질 문화가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절대 틀린 절차는 아닙니다.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일처리가 늦어진다는 단점이 있을 뿐입니다. 브라질 내부에서는 아니지만, 한국과의 거래에서는 이 점이 아주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 긴급 사항이나 급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데, 브라질에선 일을 시키거나 부탁하면 빠른 시간 내에 회신받기 어렵습니다.

 

한국인의 경우, 급한 사항이 있으면 이메일보다는 전화라는 수단을 먼저 이용합니다. 이메일보다 훨씬 빠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라질 사람은 급한 사항에도 불구하고 메일을 보내고 기다립니다. 일처리가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면 메일을 보냈다고 대답합니다. 메일을 보낸 것에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 답을 들어야 다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인데, 브라질 사람은 자신의 업무를 다 했다고 얘기합니다. 답장을 하고 말고는 상대방의 일이며, 그 답이 늦어지는 것은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얘기합니다. 따라서 계속 재촉하거나 요구하지 않으면 일처리를 더 빨리 하지 않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특유의 게으름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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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주제는 기억력입니다.

 

한국 사람은 일을 하려면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번에 있었던 일, 관련 업무에 대한 세부 사항 등을 윗사람이 물어봤을 때, 바로 대답이 나와야 아 이사람 일 잘한다’, ‘자기 일에 관심 많다혹은 성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질 사람 입장에서 보면, 내가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찾아보면 있는데, 컴퓨터 또는 책상 위 문서에 적혀 있는데, 굳이 왜 외워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얘기합니다.

 

이는 교육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은 기억력을 중요시하지만 외국 교육 방식을 보면 머릿속에 있는 것 보단, 해당 정보를 빠르게 찾는 서치(Search)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은 교육 자체가 암기식이라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교수님 말씀을 달달 외운사람이 시험을 잘보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지만, 여기선 내 머릿속에 있는 것 보다는 어떤 정보를 빠르게 잘 찾아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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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주제는 책임 회피입니다. 대체적으로 브라질 사람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핑계를 많이 대거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항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을 바로 하지 않고 돌려서 그 과정을 다 설명하고 나중에 결과를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이 작업 완료 했습니까?’라는 질문에 혹은 아니오라고 얘기하면 되는데, 그 작업에 대한 시작부터 끝을 다 설명하고 결국엔 못했다고 얘기합니다. 변명이 길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한 편입니다.

 

지금까지 브라질 직장생활과 그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아직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제 칼럼을 읽고 브라질 직장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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