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세번째 칼럼 | ||||
---|---|---|---|---|---|
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1-31 15:37 | Read | 794 |
본문
<<러시아의 황금고리 그리고 세르기예프 파사드>>
황금 고리(Золото́е кольцо́)는 모스크바 북동부 근교에 위치한 도시들을 의미한다. 러시아 중세의 역사와 문화, 예술, 러시아 정교회의 형성에 큰 역할을 한 도시이다. 세르기예프 파사드, 페레슬라블잘레스키, 로스토프, 야로슬라블, 코스트로마, 이바노보, 구시흐루스탈니, 수즈달, 블라디미르, 리빈스크, 우글리치, 미시킨, 알렉산드로프 등이 해당한다. 이 도시들을 연결해보면 반지 모양의 고리 형태를 이루고 있어서 황금고리라고 일컫는다. 이 도시 중 대표적인 황금고리 세 도시는 세르기예프 파사드, 블라디미르 그리고 수즈달이다.
그 중 세르기예프 파사드는 모스크바에서 70km 떨어져 있는 곳으로, 러시아 정교의 중심지이다. 버스나 기차로 한 시간 반이면 갈 수 있어 모스크바 근교 당일치기 여행지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모스크바 북쪽의 ВДНХ역에서 버스를 타고 아침 일찍 세르기예프 파사드로 향했다. 지하철 역과 버스 정류장이 꽤 떨어져 있어서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봐야 했었다. 아주머니는 파사드에 사시는데 매일 모스크바로 통근하신다고 했다. 가까운 거리라 이렇게 파사드와 모스크바를 오가며 일하는 러시아인들이 많을 것 같았다.
이 날은 차가 막히지 않아 한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처음 본 파사드는 작은 시골 마을 같았다. 높은 건물도 없고, 아시아인도 별로 없는 마을이라 사람들이 나와 친구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역에서 15분쯤 걸으니 수도원과 사원들이 보였다.
세르기예프 파사드에 주요 건물은 두 개가 있다. 우스펜스키 사원과 삼위일체 사원이다. 우스펜스키 사원은 이반 대제의 명을 받아 26년만에 지어졌다. 내부에는 러시아 삼대 이콘 화가인 우샤코프가 남긴 이콘을 비롯하여 수많은 이콘이 빽빽하게 붙어 있어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검은 옷을 입은 사제들이 정교회 의식을 진행하고 있어서 관광객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성하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삼위일체 사원은 파사드 수도원의 가장 오래된 건물로, 성 세르기를 추모하기 위해 지어졌다. 터키와의 전쟁을 피해 수도원에 피난 와있던 세르비아의 수도승들이 공사를 담당했고, 천재 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이콘을 그렸다. 두 개의 거대한 황금 지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2세기에서 18세기 러시아 중세의 대표적인 건물 양식이다.
삼위일체 사원은 줄이 길어서 한참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러시아인들이 봉헌을 위해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측면에 관광객들을 위한 다른 문이 있다고 한다. 종교적 이유로 찾아온 사람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가장 엄숙했고 사진 찍는 것도 금지되어 있어서 안에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내가 세르기예프 파사드로 떠난 날은 올겨울 들어 모스크바가 처음 영하 30도까지 내려간 날이었다. 그래서 영하 30도가 얼마나 추울지 예상할 수 없었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장갑을 10초만 벗어도 손이 얼 것 같았고, 걸어 다니는데 콧구멍 안이 얼어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밖에서는 뛰다시피 구경을했고 주로 사원들 안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다른 관광객들도 그런 것 같았다. 수도원 내 거의 모든 건물에서 작은 이콘, 파사드 풍경이 담긴 자석, 마뜨료시까를 팔고 있는데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너무 추웠지만, 러시아인들이 그들의 종교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고, 현대적인 도시가 아닌 옛 러시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