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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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12-01 11:12 | Read | 4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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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 극장에서의 발레>>
내가 다니고 있는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어학원(ЦМО)에서는 학생들에게 발레 표를 저렴하게 팔고 있다. 한 달에 10회 정도의 공연이 있으며, 유명한 백조의 호수나 돈키호테부터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전래동화를 각색한 작품가지 다양한 공연이 있다. 백조의 호수의 경우 인기가 많아 최소 한 달 전에 미리 사 두어야 한다.
그중에서 나는 800루블(15,000원 정도)을 주고 “снегурочка”라는 공연을 봤다. снегурочка는 러시아 사람들이 어렸을 때 읽는 옛날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산타클로스의 손녀이다. 특이하게도 러시아에서 산타클로스는 항상 손녀와 함께 다닌다. 금발의 미녀인 снегурочка는 그 누구라도 한 번 보면 다 반할 정도로 미녀라고 한다.
모스크바에서 유명한 발레 극장은 발쇼이 극장과, 크렘린 극장이다. 한국인에게 크렘린 극장은 발쇼이 극장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다 저렴하게 수준 높은 발레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러시아인들이 많이 찾는 극장이다.
대부분 전래동화가 그렇듯 снегурочка 또한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그중 발레나 오페라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줄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산타클로스의 손녀 снегурочка는 인간 세상을 보고는 내려가서 살게 해달라고 할아버지에게 간청한다. 그리하여 снегурочка는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서 지내게 되었고, 한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 청년은 결혼할 여자가 있는 남자였고, 왕에게 снегурочка를 벌해달라고 요청한다. 왕은 снегурочка를 벌하려고 불렀지만, 반했고, 그녀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오히려 도와주려고 한다. 여기서부터 결말이 다양한데, 내가 본 발레에서는, 왕의 축복을 받은 남자와 снегурочка가 춤을 추다가 снегурочка가 녹아서 없어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살짝 이상한 줄거리이긴 하지만, 배경이나 무대 장치, 발레리나들의 연기 등을 보느라 지루할 틈 없이 2시간이 지나갔다. 발레를 처음 봤는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아름답게 움직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멋진 무대였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사람들은 한참을 박수를 쳤다. 러시아에서는 여름에는 발레 공연을 볼 수 없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것 같다. 겨울에 러시아에 오는 사람들이라면 발레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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