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레브 - 송광은

안녕하세요, 외대 학우 여러분 ? 저는 1전공으로 프랑스학, 이중전공으로 광역특화 마그레브를 전공 중인 송광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그레브는 어떤 곳일까요 ? 이 질문에 대해서 자문해 본 결과 저 또한 학문적으로만 배웠지 ‘진짜’ 마그레브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부로 직접 마그레브를 느껴보고 싶던 와중, 운이 좋게도 2016년 2학기 코트라 알제리 무역관으로 선발되어 마그레브에 속한 국가 중 하나인 알제리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지역 리포터라는 이름처럼 제가 직접 경험한 이곳을 학생다우면서도 독창적인 저만의 방식으로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Title 다섯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11-07 10:26 Read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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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칼럼

 

 

알제리에 두 달 넘게 거주하면서 ‘안녕’이라는 말을 딱 한 번 들어보았다. 그것도 내가 ‘니하오’, ‘곤니치와’에 반응하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던진 꼬마의 ‘안녕’이었다. 작년에 2주간 모로코를 방문했을 때도 호객행위를 하는 한 상인에게서만 한국말을 들을 수 있었다. 지중해 남쪽에 위치한 이 땅에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그저 아시아 끝에 존재하는 미지의 국가로 여겨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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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Week’ 행사 사진이다. 반시계방향으로 ‘국경의 날’, ‘한국 사진전’, ‘KOPIA 한국 농산품 전시회’, ‘한식 뷔페’ 순이다. 또한 ‘한글 말하기 대회’, ‘난타 공연’, ‘태권도 시범’, ‘한국 영화, 애니메이션 관람’ 등 다양한 행사들도 진행되었다.]

 

 

10월 4일부터 10월 8일까지 주 알제리 대한민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KOREAN WEEK’ 행사가 알제 문화궁전에서 개최되었다. 이 정도 규모로 한국과 관련된 행사가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는데 행사 기간 중 수 많은 알제리인들이 행사장을 방문하였다. 필자가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코트라는 한국의 화장품을 홍보할 목적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방문객들에게 무료 샘플도 나눠주고,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는데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안녕하세요.”, “잘 지내세요?”,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 연이어 쏟아졌다. 어느 정도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류의 바람은 이 곳, 북아프리카에서도 불고 있었다. 특히 여성들이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에 관심이 있는 모녀는 눈이 빛나서 이곳저곳을 구경하였지만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는 아버지로 구성된 가족의 형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마치 한국의 백화점이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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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화장품 행사’ 사진이다. 역시 ‘美’는 만국 여성들의 관심대상이었다.]

 

행사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어 적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행사기간 수 많은 알제리인들과 사진을 찍은 것이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이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자는 줄 알고 어려운 일도 아니니 기꺼이 승낙을 했다. 그렇게 한 두 사람의 요청을 들어주다보니 “Can you take a picture with me?”, “Est-ce que vous pouvez nous prendre une photo?” 부터 영어, 프랑스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바디랭귀지를 하면서까지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구했다. 족히 500장 넘는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나에게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SNS를 보고 찾아왔다며 나에게 당신은 알제리에서 스타라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마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SNS로 퍼져나갔나 보다. SNS를 하지 않아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타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진실은 저 너머에 놔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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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스타가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행사 기간 가상으로 스타체험을 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이다.]

 

 

주 알제리 한국 대사관에서는 한국 식품(홍삼, 라면, 불고기)을 홍보했는데 알제리 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였다. 두 번째는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 친구들은 알제리 ‘세종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던지라 한국에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 수준은 다르지만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Bonjour’라고 인사를 건네면 그들이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또 한 번은 누군가가 테이프를 빌려달라고 해서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한 손으로 가위와 테이프를 건네주었다. 한국이었다면 절대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칫 건방져 보일 수 있는 이 행동은 알제리인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을 보고 터득한 행동중 하나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한다는 말처럼 우리식으로 하면 상대방이 당황할까봐 그들의 방식으로 전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마치 한국 사람처럼 예의를 갖추듯이 머리와 허리를 숙이며 두 손으로 공손히 물건을 받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나도 예의를 갖추어 다시 물건을 전해 주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그 친구도 알제리식으로 대하면 내가 어색해할까 봐 그렇게 행동했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나은 결과였다고 생각된다.

 

한국에서 알제리를 가려면 비행기로 최소 15시간은 걸린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러한 지리적 원인때문에 그동안 양 국가 간 교류도 많지 않았으며 서로를 잘 몰라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알제리들인이 보여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놀라웠으며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욱 자주 생겨 두 나라가 더 가까워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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