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네번째 칼럼 | ||||
---|---|---|---|---|---|
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10-17 13:10 | Read | 622 |
본문
오전 11시 57분. 샌드위치와 피자중 무엇을 먹을 것인가....그래, 오늘은 피자로 결정! 12시. 사무실을 나섰다. 피자 가게 이름은 ‘PIZZA FOR YOU’. 이 근방에서는 꽤 괜찮은 피자가게로 통한다. 문제는 가게가 알제리 초등학교 옆에 있다는 것이다. 알제리 초등학생들은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피자를 먹으려면 아이들과의 숙명적인 만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오늘도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마냥 아이들 사이를 헤치며 걷는다. 역시 아시아인이 나타나니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조금 숙인채로, 그리고 지나가야하니 비켜달라는 제스쳐를 취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면 곧 한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니하오!’
[피자가게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특징은 남자아이들은 파란색 겉옷을, 여자아이들은 핑크색 겉옷을 입는 것이 특징이다.]
어렸을 때 지하철에서 백인을 보면 눈이 저절로 가곤 했다. 눈에 띌 뿐 아니라 당시만 해도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내가 그런 존재인 것일까? 공항을 나서는 순간부터 나를 쳐다보는 이들의 시선은 뜨겁다. 부모에게 안긴 세살 남짓 되어 보이는 한 아이는 자신과 색깔이 다른 피부를 가진 사람을 처음 보았는지 동공을 확장시키며 입을 벌리고 마치 외계인을 본 것 마냥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만화의 한 장면 같아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내가 모습을 감출 때까지 그 아이는 부모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끝까지 나를 쳐다보았다. 이 초등학생들도 그런 연유였을까. 길거리를 걸으면 뒤에서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큰 소리로 ‘니하오!’를 외친다. 인사라기보다는 ‘화이팅!’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러고서는 무엇이 좋은지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뛰어간다. 또 다른 아이는 ‘쯧쯧, 너희들은 틀렸어. 이 사람은 일본인이야.’ 라고 생각했는지 다가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나지막이 ‘곤니치와’를 속삭인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부터 어르신들의 시선 또한 마찬가지이다. 신기한 듯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으며 무심하게 흘긋 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시선이 나에게 머무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보통 이들은 아시아인을 보면 99%는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알제리에 중국 건설업체가 들어서면서 중국 노동자들이 알제리로 대거 입국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 사람, 일본 사람, 중국 사람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지만 이들 눈에는 다 같은 아시아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Chinois(중국인)’이라는 말을 길거리에서 듣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나름 이방인에게 인사를 건네는 방식이다.
[알제리 중국 건설 현장 사진이다. 가운데 건물 간판을 자세히 보면 ‘창조행복’이라고 한자로 적혀 있으며 옆에는 그 뜻을 그대로 풀이해 ‘Créer le Bonheur’라고 적어 놓았다. 중국 건설 회사는 값싼 가격을 무기로 알제리 건설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어느 정도 얼굴을 트면 더듬더듬 아랍어로 그들에게 ‘나는 한국 사람이다.’ 라고 소개할 때가 있다. 그러면 그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Nord?(북한?), Sud?(남한?)”. “물론 나는 남한 사람이지”라고 말하며 왜 그렇게 물었는지 궁금해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들은 알제리는 한 때 사회주의체제 국가였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미국을 달갑게 보지 않고 미국과 가까운 남한보다는 북한을 선호한다고 답해주었다. 그래서 한 때는 ‘러시아-알제리-북한-중국’, ‘미국-일본-한국’을 이분법해서 편을 가르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을 더 좋아한다는 알제리, 하지만 알제리에도 새로운 바람은 불어오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