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레브 - 박준호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중해의 보석, 모로코에 대해서 소개해 드릴 Global-K 리포터 2기 프랑스학과 박준호 라고 합니다.

 

모로코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교두보 같은 나라입니다. 아랍 문화권이지만 유럽을 닮아있어 이국적인 모습을 뽐내는 모로코는 장차 마그레브 트랙을 공부하는 학우들에게 매력적인 나라가 될 것입니다.

 

유럽과 아프리카가 공존하는 곳 모로코 !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Title 세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9-19 17:19 Read 1,153

본문

모로코 교통

 

 

어느 한 나라를 방문했을 때 가장 처음 접하는 것이 대중교통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나 리무진 버스를 타고 서울이나 다른 도시로 이동하듯이, 이국의 낮선 풍경과 함께 우리들을 맞이하는 것은 그 나라의 교통이다. 대중교통은 일상생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며 특히 방문객에게는 그 나라, 그 도시의 사회·문화적인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대중교통이다.

 

모로코의 대중교통은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시스템에서부터 차체까지 프랑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지극히 ‘모로코’스러운 대중교통도 찾아 볼 수 있다. 모로코의 꽃 ‘쁘띠 택시’에서부터 프랑스 TGV를 모티브로 한 LGV 까지, 모로코의 다양한 대중교통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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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의 대표적인 기차역 CA
SA PORT역]

 

 

1. 택시

‘세계교통사고 사망률 1위’, 모로코에 먼저 갔다 온 학우들이 필자에게 한 모로코 대중교통 소개는 간단명료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과연 모로코 택시를 타보니 그 말이 괜히 한 말이 아니란 걸 몸소 깨닫게 되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경적 소리와 슈마허 뺨치는 차선 변경 그리고 어디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보행자들. 그리고 그걸 자연스럽게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가는 운전기사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모로코 택시운전 기사 분들에 대한 경외감이 드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안전벨트를 찾게 되고 손은 어느새 안전손잡이를 꽉 붙들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필자를 보면서 기사 분들은 다 안다는 듯이 씨익 한 번 웃어 보이고 다시 요리조리 곡예운전을 하신다.

 

사실 모로코의 택시에 대해 말하자면 따로 칼럼을 써도 될 정도로 쓸 말이 많다. 그만큼 택시는 모로코 사람들과 가장 밀접해 있는 이동수단이며 모로코의 특색을 가장 잘 보여준다. 또한 택시의 특성상 승객과 운전기사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자연스레 현지인과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택시만큼 모로코 현지인들의 일상에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방법도 없다.

 

 

가. 그랑 택시 (grand taxi)와 쁘띠 택시 (petit taxi)

모로코의 택시 종류는 크게 그랑 택시와 쁘띠 택시로 나뉜다. 두 택시의 가장 큰 차이는 차량의 크기와 시외로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 인데, 그랑 택시는 시외로 나갈 수 있으며 쁘띠 택시는 시내로만 운행한다. 두 번째 칼럼에서 잠깐 소개한 그랑 택시는 구형 흰색 벤츠 차량이 대부분이며 주로 장거리로 이동해야할 때 이용된다.

 

쁘띠 택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랑 택시보다 크기가 작으며 모두 경차이다. 앞서 쁘띠 택시를 말할 때 ‘모로코의 꽃’ 이라고 했는데 쁘띠 택시가 그 만큼 모로코의 교통을 상징하기도하지만 각 지역마다 택시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그 모습이 마치 알록달록한 꽃이 연상된다. 예를 들면 카사블랑카의 쁘띠 택시는 빨간색, 수도인 라바트의 쁘띠 택시는 파란색, 스페인과 가까운 땅제의 쁘띠택시는 하늘색 그리고 내륙에 있는 마라케시의 쁘띠 택시는 노란색이다. 요금은 그랑택시는 주로 멀리 나가기 때문에 흥정이 대부분이며 쁘띠 택시는 2디르함으로 시작해 0.2 디르함씩 오른다. 웬만한 거리는 한화로 2천 원 정도 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쁘띠 택시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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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택시 (Grand Ta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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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의 쁘띠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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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제의 쁘띠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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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트의 쁘띠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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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사블랑카의 쁘띠 택시]

 

 

나. 합승과 승차거부

한국택시와 비교하여 가장 큰 차이점으로 느껴졌던 점은 바로 합승과 승차거부였다. 한국과 다르게 모로코는 최대 3명 까지 합승이 가능한데, 첫 손님이 타고 길가에 가다가 차창 너머로 행선지를 말하고 가는 방향이 같으면 합승을 하고 다르다 싶으면 다음 택시를 기다린다. 그래서 인지 특히 출퇴근길에는 3명이 모여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면 잘 잡혀지지 않는다. 한꺼번에 3명을 태우면 그만큼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손님을 덜 태워서 손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모로코의 택시 시스템을 알고 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교통 불편 신고사항인 승차 거부도 여기서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시내에 운행하는 택시 수도 많아서 택시를 못 잡을 일은 거의 없다. 쁘띠 택시는 3명이 최대로 탈 수 있는 만큼 요금도 따로 내는데, 손님이 새로 탈 때 마다 첫 손님과 별개로 따로 책정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나눠 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2. 트램

택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지하철이 가지고 있는 정시성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트램은 매우 반가운 교통수단이었다. 지하철이 아직 뚫려있지 않은 카사블랑카에는 그 대신에 트램이 운행되는데, 지하철을 타는 느낌을 가지는 동시에 카사블랑카의 풍경도 볼 수 있어 한국이나 프랑스에서 트램을 타 본 적이 없는 필자에게 매우 신선한 매력을 주었다. 바쁜 출근길에 발 동동 구르며 굳이 택시를 잡지 않아도 시간만 시키면 제 시간에 탈 수 있는 트램은 아직까지도 매우 고마운 교통수단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던 동료인턴의 말에 의하면 파리에 있는 트램과 거의 흡사하다고 한다. 교통카드 시스템도 프랑스와 유사한 점이 있는데 10회 충전 가능한 일반 카드가 있고 우리나라 교통카드와 같은 선불식 카드, 학생용 카드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요금은 한번 탈 때 6디르함으로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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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충전이 가능한 일반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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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 충전식 교통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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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에서 운행중인 트램]

 

 

3. 기차

모로코의 철도망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잡혀져 있다. 주로 해안선을 따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어져 있고 마라케시나 페스와 같은 웬만한 도시들은 모두 기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프랑스에서 고속철도를 TGV라고 부르듯이 모로코에서는 고속철도를 LGV라고 부른다. 좌석은 1등석 2등석이 존재하는데, 1등석에만 에어컨이 나오기 때문에 특히 여름에 장거리 여행을 할 때에는 1등석을 타는 것이 좋다. 금액도 크게 부담스러울 만큼 차이가 나지 않는다.(50~60 디르함 차이) 그리고 한국에서의 좌석 배치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좌석이 배치 되어있는 반면, 모로코에서는 1대의 차량 안에 여러 개의 객실이 있으며 1등석은 한 객실 당 3명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의 6좌석, 2등석은 4명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의 8좌석이다.

 

장거리의 경우 좌석 배치는 위와 같지만 카사블랑카에서 라바트로 가는 것과 같은 단거리의 경우는 오히려 좌석배치가 복도를 두고 양 쪽으로 나뉘어져 있고 1층, 2층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냉·난방 시설도 장거리에 비해 단거리가 잘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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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운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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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운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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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기차표. 검표원이 검표 후 사진과 같이 구멍을 뚫는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모로코의 기차는 연착이 많다는 것이다. 필자가 카사블랑카에서 땅제로 5시간 30분인 장거리 열차를 탔을 때도, 1시간 거리인 라바트에 갔을 때도 항상 연착이 있었다. 특히 장거리의 경우, 예정시간 보다 한 시간은 기본적으로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5시간이 넘는 운행이면 지칠 법도 한데 이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모로코의 승객들은 아무렇지 않게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린다. 대부분의 모로코 승객들은 5분이고 10분이고 1시간이고 느긋했다. 마치 처음부터 6시간이 넘는 운행이었던 것처럼. 당연히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있었던 필자는 정시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반면에 연착이라는 불편에도 별다른 불평하지 않고 기다리는 모로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가 느껴졌다. 짜증내고 불평한다고 기차가 빨리 도착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적어도 모로코에서 만큼은 이러한 삶의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4. 버스

모로코시내버스는 트램과 비교해 봤을 때 시설이 열악해 보였다. 이동은 주로 트램을 이용하고 트램을 타지 않아도 택시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필자는 카사블랑카에 있으면서 버스를 탈 일이 없었다. 더군다나 버스가 지나갈 때 마다 대부분의 경우 차량의 연식이 오래되 보였고 그 마저도 승객들로 가득 차 있어 도저히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트램과 택시가 활성화 되어서인지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버스 노선은 그리 많지 않았고 정거장도 표지판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자칫 잘못하다간 못 보고 지나칠 정도였다. 게다가 버스도 모로코 버스답게 (택시만큼은 아니지만) 도로 위를 종행무진하며 다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모로코엔 한국에서 사라진 직업인 버스 안내원이 있었다. 주로 버스기사 옆에서 요금을 대신 받고 승하차 역을 안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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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카사블랑카 시내버스. 연식이 오래되 보인다]

 

 

모로코의 시외고속버스는 CTM이라고 한다. CTM은 티켓팅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고 시내버스 보다 쾌적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주로 관광객들이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이용한다. CTM은 기차로 갈 수 없는 쉐프샤우엔이나 테투안 같은 도시를 갈 때 매우 유용하지만 비인기 노선은 그 만큼 운행도 적다. 요금은 www.ctm.ma 사이트에 가서 확인 할 수 있다. 인터넷 예약은 거의 불가능 하지만 요금과 시간표를 확인하면 이동 루트를 짜는데 편하다. 그리고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짐에 대한 추가요금도 있고 추가요금을 지불한 티켓이 있어야 내릴 때 짐을 찾을 수 있어 꼭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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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CTM 버스]

 

 

모로코의 교통은 한국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잘 구축 되어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택시잡기가 어색하고 모로코 운전문화가 익숙하지는 않다. 그래도 투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모로코의 대중교통은 그만의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앞으로의 출퇴근을 책임져 주고 1년 동안 나의 발이 되어줄 모로코 대중교통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이번 칼럼을 마친다. 그럼 다음 칼럼까지 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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