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두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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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8-19 10:39 | Read | 984 |
본문
카사블랑카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이 전설적인 대사는 바로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험프리 보가트(릭 블레인 역)가 사랑하는 연인 잉그리드 버드만(일사 런드 역)을 그윽하게 쳐다보며 건배할 때 하는 말이다. 누구나 이 대사를 가장 느끼한 대사로 꼽았지만 영화 속에서 냉소적인 차도남인 보가트가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사랑하는 그녀에게 나지막이 말할 때 그렇게 낭만적일 수 없다. 또한
이본느 : 어젯밤엔 어디 있었나요?
릭 :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나지 않아.
이본느 : 오늘 밤에 만날 수 있을까요?
릭 : 장래 계획을 미리 세우지는 않아.
이 옛날 감성 물씬 풍기는 대사도 보가트를 더욱 멋있어 보이게 만들뿐이다.
모로코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영화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카사블랑카는 몰라도 영화 카사블랑카는 알 정도로 유명한 영화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는 헐리웃 촬영장에서만 촬영되었고 모로코에서는 촬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스타워즈나 글래디에이터와 같은 영화들은 모로코에서 촬영되었다. 필자는 어느 한 도시나 나라를 방문하기 전에 그 곳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있으면 꼭 챙겨보는데, ‘비포 선라이즈’에서의 ‘빈’, ‘글루미 선데이’의 ‘부다페스트’가 그러하다. 영화 속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지나갈 때 마다 그 곳에 내가 있을 상상을 하면 괜히 기대감으로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러한 기대감을 가지고 모로코 카사블랑카로 출발했다.
Bienvenue au Maroc !
8월 4일 목요일,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실제로는 미국 촬영장이지만) 카사블랑카로 출국했다. 집인 경산과는 멀리 떨어진 인천공항에서 아침 9시 비행기를 타야했기 때문에 4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인천공항 행 리무진 버스를 탔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후 양손 가득 들고 온 캐리어를 부치고 나서 같이 인턴을 하게 된 후배와 만나 출국장으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모로코로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파리나 다른 한 곳을 경유해서 간다. 한국을 출발해서 파리 12시간, 파리에서 카사블랑카까지 3시간, 4시간의 공항대기 그리고 2시간의 연착을 기다리고 나서야 나는 드디어 지중해의 보석, 모로코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모로코 모하메드 5세 국제공항 ]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모로코의 날씨는 선선했다. 물론 밤늦게 도착한 이유도 있겠지만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습함이 확 올라왔던 태국과는 달리 모로코는 내리자마자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연착이 계속되면서 긴장되어 있었던 나를 반겨주었다. 마침맞게 회사 휴가기간에 도착을 했던지라 담당 직원분이 마중 나오지 못하셔서 호텔까지 택시를 타고 찾아가야했다.
수하물을 찾고 모로코 디르함으로 환전한 뒤 입국장을 나서자 손님들을 태우려는 택시가 줄 지어있었다. 공항에서 대기 중인 택시는 전부 흰색 대형 승용차로 이를 그랑 택시 (Grand Taxi)라 불렀다. (차후 모로코 교통에 대한 내용을 칼럼에서 다룰 예정이다) 공항에서 카사블랑카 시내까지의 요금은 300디르함. 여기서 짐을 더 실으면 요금이 조금씩 추가된다.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시내로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입국장을 나서니 밤 11시가 넘어 별 수 없이 돈을 더 내고서라도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야했다.
출국하기 전 가장 걱정되었던 것 중 하나가 밤늦게 도착해 호텔에 제대로 찾아가는 것이었다. 걱정과는 달리, 프랑스어를 조금 할 줄 아는 택시기사 분이 간단한 인사와 모로코에 온 것을 환영한다(Bienvenue au Maroc)고 해주면서 목적지로 데려다 주었다. 다행히 호텔에 잘 도착했고 늦은 밤에도 안전하게 목적지에 데려다 준 기사분께 고마운 마음으로 팁 20디르함을 얹어주었다. 그랬더니 환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Bienvenue au Maroc ! 이라며 앞으로의 생활을 축복(?)해주었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밤 12시. 지친 몸을 이끌고 간단히 샤워를 한 뒤 시차적응이라 할 것도 없이 곯아 떨어졌다. 그렇게 모로코의 첫 날밤이 지나갔다.
옛 모습과 새로운 모습을 동시에 간직한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의 중심지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인 메디나로 나뉜다. 메디나구역은 전통적인 건축물과 전통시장이 있어 모로코의 옛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쓰레기가 곳곳에 있었고 정돈이 덜 된 느낌이 있었다. 이에 반해 신시가지는 건물들이 마치 유럽에 와있는 것처럼 신식 건물들이 많았고 Casa(집) Blanca(하얀) 이라는 명칭답게 흰색 건물들이 시내를 곳곳을 꾸미고 있었다. 게다가 구시가지와는 달리 고급승용차와 외제차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담당 직원분과 만나는 날까지 이틀간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현지 적응도 카사블랑카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메디나지역 근처에 숙소를 잡고 있었던 우리는 첫째 날엔 메디나를 통과하면서 핫산 2세 모스크를 보고 둘째 날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라고 하는 ‘모로코 몰’을 가기로 계획을 세우고 호텔을 나섰다.
핫산 2세 모스크와 모로코 몰
메디나 구역 가운데를 지나 방문한 핫산 2세 모스크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이슬람 사원으로 카사블랑카의 랜드마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웅장하게 솟아있는 미나렛은 멀리서 봐도 알아볼 수 있었고 드넓은 대서양을 뒤에 두고 강렬한 햇빛을 받아 더욱 빛나는 상아색과 옥색의 조화는 묘한 매력을 풍겼다. 이슬람 신자가 아니어도 경외감이 들 정도로 핫산 2세 모스크는 아름답고 근사한 건축물이었다. 또한 3,300명 이상의 조각가들이 공들였다는 사원은 이국적인 장식으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 핫산 2세 모스크 : 핫산 2세 재위 기간 중 1987년부터 1993년까지 7년에 걸쳐 완성되었고 2만 5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다 (네이버 백과) ]
[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는 핫산 2세 모스크의 미나렛
미나렛은 모스크 주변에 있는 첨탑을 말하며 지역마다 그 모양이 다르다 ]
첫째 날에 핫산 2세 모스크로 가면서 구시가지의 전통적인 건축물과 풍경을 보고 난 후 둘째 날에는 이와 반대로 최신식 건물을 자랑하는 모로코 몰에 가기로 했다. 카사블랑카 시내와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모로코 몰로 가기 위해서는 트램역 종점까지 가서도 30~40분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걸어가는 길에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어 모로코의 바다 내음을 한껏 만끽하며 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복합 쇼핑몰과 닮아 있는 모로코 몰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iMAX 영화관이 내부에 있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여러 유명브랜드와 명품관이 있었고 가격은 유럽보다 조금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모로코 평균물가를 보았을 때 이는 엄청난 가격이다. 일반 음식점에서 20~30 디르함에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모로코 몰에 있는 옷 가격은 평균적으로 몇 백 디르함을 넘겼기 때문에 현지 물가로는 굉장히 비싼 편이었다. ‘모로코는 물가가 싸니까 필요한 옷은 현지에서 사면되겠지’ 라는 생각이 산산이 부서진 느낌이었다.
[ 모로코 몰. 오른쪽에 있는 원형 건물이 iMAX 영화관이다 ]
인샬라 !
아랍문화권 사람들은 ‘인샬라(Inshallah)‘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이 말은 ’신의 뜻대로’ 라는 뜻이다. 무슨 일을 하든 모든 것은 신에게 달려있다는 표현인데 주로 미래에 대한 일을 언급할 때 사용된다. 약속을 할 때도, 사업을 할 때도, 계약을 할 때도 ‘인샬라‘라고 한다. 마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처럼 모든 일의 결과는 하늘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 말처럼 앞으로의 모로코 생활도 신의 뜻대로 흘러갈 것이다.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이 되기를 바라면서 인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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