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남미 - 강혜원

스물 하나, 처음으로 가본 브라질. 그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은 삼바의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브라질레이루들을 만나면 그 누구보다도 신나게 포르투갈어로 수다를 떨고, forro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제 모습이 저 스스로도 너무나 신기합니다.

 

항상 상상 그 이상의 다양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남미의 매력에 이미 푹 빠져버린 제가 이번에는 외교부 중남미 지역기구 인턴으로서 브라질을 찾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을 넘어 중남미 지역전문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열정 가득한 23살의 남미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Title 세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7-04 12:23 Read 657

본문

 

Global – K 리포터 2월 칼럼​


상파울루에 도착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에 도착해 바로 월요일부터 영사관 방문과 업무 OT가 진행되었고, 화요일부터 정식으로 CPDOC/FGV SP 인턴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현재 외교부 중남미 지역기구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CPDOC(브라질 근현대사 자료 연구센터)는 상파울루시의 중심가 파울리스타 대로에 위치해 있으며 상파울루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MASP(상파울루 미술관)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숙소 또한 걸어서 출퇴근을 하기 쉽도록 근무지와 가까운 Consolacao 구역에 구했습니다. 근무지 위치를 한국으로 따지자면 강남대로 한복판에 위치한 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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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상파울루 미술관 MASP

 

사실 브라질리아 연방대학교에서 교환 학생 생활을 할 때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 상파울루 여행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이 저의 상파울루 첫 방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3 4일의 여행을 위한 여행지로서의 상파울루와 6개월의 거주를 위해 방문한 상파울루는 엄연히 다른 인상과 모습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관광지로서 상파울루를 방문했을 때 제가 가졌던 이 도시에 대한 첫 인상은 정말 대도시란 것이었습니다.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공부했던 저였지만, 사실 상파울루를 처음 방문했을 때 이 곳이 훨씬 더 수도스럽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상파울루시의 크기와 도시 발전 정도를 보고 놀랬었습니다. 도시의 세세한 모습을 보기보다는 주요 관광지들을 돌아다녔던 일정인 만큼 첫 인상은 그게 다였습니다.

하지만 생활을 위해 방문하게 된 상파울루의 두번째 인상은 첫번째로 느꼈던 크다그 이상이었습니다. 상파울루는 단순히 그 면적의 규모뿐만 아니라 인구, 행정, 경제 등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1등을 차지하는 도시임에 틀림없습니다. 브라질 국내총생산의 40프로 이상이 상파울루주에서 생산되는데, 주도인 이 상파울루 시에서만 GDP 34프로가 생산되며, 미국의 뉴욕,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처럼 브라질을 넘어 남미를 대표하는 최대의 경제 도시입니다. 또한 부루마블에 나오는 몇 개 안 되는 브라질의 도시들 중 하나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편에 속하고, 그만큼 브라질에서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진 도시인 이곳은 브라질의 수도로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이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만 1100만명이 넘고, 유태인들부터 일본인들까지 다양한 이민 사회가 정착한 곳이기도 합니다. 1주일을 여기서 생활을 해보니 이러한 모든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근무지가 위치한 파울리스타 대로에 즐비하게 서있는 고층건물들과 각종 은행 건물들, 바쁘게 거리를 걸어다니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까지 이 곳의 모든 것들이 이 곳은 상파울루다!”라고 제게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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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파울리스타 대로를 따라 서있는 고층 건물들.

지난 주 목요일 오후 점심식사를 위해 건물을 나왔을 때 해가 잠시 나 겨우 촬영했던 파울리스타 대로의 모습

 

 

상파울루는 현재 여름의 끝자락에 서있습니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보통 브라질의 여름은 우기를 뜻합니다. 우기가 거의 끝날 때쯤 도착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난 주 일요일 상파울루에 도착한 뒤부터 칼럼을 작성하고 있는 현재까지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첫 주에는 정말 매일 같이 비가 내렸고, 주말에는 잠시 해를 보여주는가 싶더니 다시 또 밤에는 천둥번개가 쳤습니다. 바다가 가까이 위치해 있는 고원 도시답게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출근하기 전 일기예보를 체크하는 것이 벌써 습관이 되었고, 가방에는 항상 우산을 들고 다닙니다. 사실 도착했던 첫 날부터 지금까지 우중충했던 날들이 대부분이라 도시 자체의 인상이 위에서 썼던 것처럼 대단하게는 느껴졌지만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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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정말 매일 소나기 혹은 폭우가 내립니다. 언제쯤 맑게 개인 쨍한 하늘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요?

 

물론 이런 날씨부분을 제외하고서도 상파울루라는 도시의 어두운 부분 또한 길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도시의 규모가 20세기 후반에 들어 급격하게 커지는 바람에 그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도시의 특정 구역들은 슬럼가로 변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구도심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판자촌이 현재까지 남아있으며,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버려진 건물들을 도심 한복판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대도시인만큼 파울리스타 대로처럼 주요 은행들이 밀집되어있는 중요한 구역에는 경찰 배치율이 높아 안전한 편이지만 그 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무법지대라고 할 만큼 범죄율 또한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또한 상파울루는 지옥 같은 출퇴근 교통체증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위성도시와 상파울루 주도 사이의 병목현상도 심할뿐더러 도심 내에서도 차가 정말 많이 막힙니다. 그로 인한 매연과 대기오염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인상과 좋지 않은 인상들에 대해 주르륵 나열해놓고 보니 서울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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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7 9일 대로에 있는 버려진 건물. 이런 폐건물들이 도심 곳곳에 남아있어 범죄의 온상이 되는 현실입니다.

사진 출처: sp antiga.com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상파울루는 서울보다 한 5배정도는 도시 구획 정리가 덜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방치되어있는 건물들이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것은 시정부 측에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허물거나 치울 수가 없는 이유는 예산의 부족을 들 수도 있지만 몇몇 대규모의 저택들의 경우 상파울루 도시 건립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들도 많아 역사적 문화유산으로 남기느냐 마느냐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계속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즘 상파울루시뿐만 아니라 브라질 전체는 정치인들의 연이은 부정부패 스캔들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지난 해 말 터졌던 브라질 국영 석유 회사 페트로 브라스의 비리스캔들을 시작으로 브라질 사법 당국은 “LAVA JATO” 일명 세차용 고압분사기 작전을 시행했습니다. 오랫동안 브라질 정치와 경제를 갉아먹었던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인데, 이것을 시작으로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브라질의 유명 정치인들이 줄줄이 잡혀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주 3 4일자로 브라질 연방 경찰이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을 체포해 구금하고 그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였습니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은 남미 좌파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브라질 노동당(PT)와 해당 정당 지지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었고 현 브라질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를 대통령 자리에 앉히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내후년에 있을 브라질 대선에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까지 한 상태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그동안 브라질 최대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한 건설업체로부터 자신이 소유한 바닷가 아파트를 공짜로 리모델링 받았으며 2006년 불법 대선자금, 페트로브라스 고위직 인사 개입, 국영은행의 대형 건설업체 금융지원에 영향력 행사 등의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룰라 전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 쪽으로부터 금품과 호화 부동산 형태로 불법 이익을 취한 증거가 있으며, 그가 페트로브라스의 임원 인사를 최종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범죄의 주요 수혜자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세탁된 페트로브라스의 자금이 집권 당인 노동자당(PT)의 선거자금으로 들어갔다고 발표하였습니다만 이러한 경찰의 발표에 대해 노동자당과 룰라 전 대통령은 반대 세력의 정치적 음모라고 비리에 대해 전격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 스캔들의 사실 여부가 어찌되었든 룰라 전 대통령이 연방 경찰들 손에 이끌려 체포되는 순간이 모든 신문의 1면에 실렸고, 그의 이 비리 스캔들이 브라질 국민들의 현 최대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브라질의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진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지목되는 만큼, 하루 빨리 브라질 사법당국이 Lava Jato 라는 작전명처럼 브라질 정재계의 부정부패를 속 시원하게 씻어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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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연행되는 룰라 전 대통령 사진출처:globo/marcos Bizzo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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