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남미 - 박정아

안녕하세요, 브라질학과 12학번 박정아입니다.

 

신은 브라질사림일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넓은 땅,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남미는 최근 각종 여행프로그램을 통해 그 매력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남미는 12시간이라는 시차와 기본 2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여행을 계획하기 어렵습니다. 브라질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유명한 도시 뿐만이 아닌 숨겨진 도시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페루, 아르헨티나, 칠레 등 주변 남미 국가를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남미에 대한 오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Title 세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3-08 09:42 Read 646

본문

 


어디까지 가봤니, 브라질

 

여러분은 ‘브라질’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사람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축구와 삼바를 대답하곤 합니다. 그리고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축구에 열광하고 흥이 넘칠 것이라고 생각하죠. 과연 그럴까요? 오늘은 2월 15일부터 19일까지 Rio de Janeiro를 여행하면서 보고 들었던 것을 바탕으로 브라질 혹은 브라질 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한국과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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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에 브라질리아에 도착한 후 저는 두 명의 후배와 함께 리우데자네이루, 포르투갈어로는 히우 지 자네이루(Rio de Janeiro)라 부르는 곳으로 친구를 만나러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Rio de Janeiro는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Copacabana해변이 있고 브라질의 랜드마크라고 볼 수 있는 Cristo Redentor(구원의 예수상)이 있는 곳입니다. São Paulo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도시기도 하지요. 총 4박 5일간의 여행 기간 중 2박 3일을 Rio중심지에서 떨어진 작은 도시 Petrópolis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신세를 졌는데 친구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과 꽤나 많은 부분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도 모르게 브라질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 대학진학과 교외활동

한국에서도 요즘 들어 대학 진학을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을 합니다. 2013년 기준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68.2%로 OECD회원국들 중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친구 Rafaela의 언니 Izabele는 한국으로 따지면 아직 고등학생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중 본인은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조금은 놀란 말투로 왜? 라고 물으니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좋고(엄마를 도와 일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브라질뿐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도 대학 진학을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제가 특히 놀란 점은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이 아닌 그들의 교외활동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높은 만큼 대학 진학을 그들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꼽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해 봐야 할 청소년 시기에 공부에만 집중을 하게 됩니다. 브라질은 아닙니다. Rafaela는 독학으로 기타를 치는 법을 익혀 이미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림 실력 또한 따로 학원에 다닌 것이 아닌데도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 외에도 틈틈이 재봉틀로 옷을 직접 만들어 입었으며 옷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습니다. Izabele또한 다양한 재주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들이 타고난 재주가 많을 수도, 그런 능력을 맘껏 보일 수 있도록 말 없이 응원해 준 부모님의 지지가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땐 아니었습니다. 공부 외에도 그들은 다양한 경험을 학교 생활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그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워 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축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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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 올림픽 결승전에서 독일에게 7대 1로 패배한 쓰라린 전과가 있지만 브라질에서 축구가 유명하다는 것, 브라질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동의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브라질은 국제적으로도 그 실력이 뛰어나고 유명하지만 자국에서 진행되는 리그 또한 유명합니다. 브라질 축구 리그 시스템을 먼저 설명하자면, 브라질 축구 리그 시스템은 동시에 별도로 진행되는 두 개의 축구대회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Campeonato Brasileiro de Futebol이라 부르는 전국리그이고 또 하나는 각 주에서 진행되는 주별 리그 Campeonato Estudal de Futebol입니다. 전국 리그는 브라질 축구 협회에서 주관하고 각 주별 리그는 주별 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데, 전국 리그는 매년 4월에 시작해 12월쯤 끝이 납니다. 주별 리그는 각 주의 사정에 따라 기간과 일정이 다르며, 각 주별 리그에 참가하는 상위권 팀들이 동시에 전국 리그에도 참가하기 때문에 주요 주별 리그는 1,2월 경 시작해서 4,5월 경 끝나게 됩니다. 전국 리그에 참가하는 상위권 팀이 없는 주에서는 좀 더 긴 기간 동안 주별 리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각 주별 리그 우승팀과 준우승 팀은 이듬해 Copa do Brasil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자체적으로 큰 리그가 열리는 기간이 아니더라도 팬 층이 두터운 팀들의 경기가 있는 경우 그 날은 경기장 근처에 가지 말라는 게 브라질 친구들의 조언입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경기가 끝나고 난 후에는 항상 신문 사건•사고 면에 어제 축구 경기 후 몸싸움이 있었다는 기사가 실리곤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극성인 팬들이 있기 때문에 브라질 사람 중에도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Rafaela가족 외에도 전공 원어민 교수님 중에도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보면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축구를 좋아할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들에 대한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한국과 일본, 브라질과 포르투갈.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한국은 일본의 직접적 지배 속에서 살았습니다. 35년이라는 시간 동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브라질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식민지 시절을 보냈지만 그 기간은 약 300년으로 한국보다 훨씬 깁니다. 브라질이 발견된 해인 1500년이 아니라 포르투갈인의 정착이 시작된 1530년을 시작으로 하여 포르투갈-브라질 알가르브 연합 왕국이 출범한 1815년 그 역사가 끝이 납니다. (브라질에서는 카브랄이 도착한 1500년부터 포르투갈 왕실이 브라질로 옮긴 1808년까지를 식민지 시대로 본다.)

35년이라는 시간도 굉장히 긴 시간인데 300년이라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고 문화 곳곳에 여전히 식민지의 잔재가 남아 있어 포르투갈에 대해 당연히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Rafaela, Izabele 모두 그들에 대해 그 어떠한 감정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비단 그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알고 지내는 모든 브라질 친구들과 이런 주제의 이야기가 나올 때 보면 다들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고 있어도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 등 꽤나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어서 유럽 포르투갈어는 본인들도 잘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 브라질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식민지의 잔재

1) Azulejo

아줄레주는 주석 유약을 사용해 그림을 그려 만든 포르투갈의 도자기 타일 작품입니다. 5세기 넘게 생산되어오며 포르투갈 문화의 특징이 되었습니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와 필리핀 등 스페인 식민지에서도 아줄레주 생산의 전통이 전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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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rtugal, Porto의 São Bento 역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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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o de Janeiro, Santa Teresa에 있는 아줄레주 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도 아줄레주 양식이 있는 건물이 있지만 사진을 찍지 않아 부득이하게 인터넷 사진을 첨부합니다.

 

2) Copacabana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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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o de Janeiro, Copacabana해변에 가면 볼 수 있는 문양입니다. 사실 Rio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문양이죠.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아름다운 문양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포르투갈이 그들의 자랑스러운 대항해 시대를 표현한 물결문양입니다.

 

 

4. 카니발의 흑과 백

세계 3대 축제를 알고 계시나요? 독일의 ‘옥토버 페스트’, 일본의 ‘삿포로 눈 축제’, 그리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입니다. Carnaval do Rio de Janeiro, 리우 카니발은 남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축제 중에 하나로서 금욕기간인 사순절을 앞둔 매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4~5일동안 열립니다. 올해는 2월 5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카니발은 리우 외에도 상파울루, 살바도르, 헤시피 등 4개 도시를 중심으로 브라질 전역에서 열리지만 그 규모와 호응 면에서 리우가 가장 크기 때문에 유명합니다.

카니발은 유럽이나, 남북아메리카, 가톨릭권의 도시에서 매년 사순절 전, 금욕기간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맘껏 먹고 놀자는 의미로 의식을 부리는 것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리우 카니발은 포르투갈에서 브라질로 건너온 사람들의 사순절 축제에 아프리카 노예들의 전통 타악기 연주와 춤이 합쳐져서 생겨났습니다. 처음에는 사탕수수 경작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힘든 노동을 끝내고, 고향에서 즐겼던 노래와 춤을 추며 고통과 향수를 달랬던 것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1930년대 초반까지는 일반적인 거리축제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후에 삼바학교들이 설립되고, 학교별 퍼레이드가 시작되며 지금과 같은 규모의 축제로 발전하였습니다. 이 기간에 매년 약 6만여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브라질의 국내 관광객도 약 25만명에 이르는 등 지역 발전과 더불어 경제적인 효과가 크다는 긍정적인 면만 있을 것만 같은 이 축제에도 문제점은 존재합니다.

금욕기간을 앞둔 마지막 축제 기간이기 때문에 카니발 기간 동안에는 무분별한 성행위가 용납됩니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에이즈 환자가 급증하며, 술과 마약의 소비 역시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의 결과로 ‘카니발 베이비’라 부르는 아이들이 탄생하는데 2013년 기준 카니발 베이비는 약 1,20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더욱더 안타까운 점은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버려지거나 빈민촌에 모여서 거주하게 되는데 가난에 허덕이며 성장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전에 마약에 손을 대거나 폭력조직에 가담해 결국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만들어 내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문제가 반복되는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카니발 기간 동안만큼은 계층의 벽을 허물고 서로 화합하여 즐겁게 지내자는 본래의 목적을 잊은 채 그저 성적 욕구를 표출하고 유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카니발 기간 동안 오히려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는 현지 리우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4박 5일 동안 Rio de Janeiro여행을 하면서 유학을 오기 전 제가 가지고 있던 그들의 식습관, 그들의 생활환경에 대한 편견 혹은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반대로 브라질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혹은 아시아인에게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나라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서 자료를 찾는 것보다는 직접 그 나라를 찾아가서 현지인들과 생활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브라질에서 생활하면서 제가 몰랐던 그들의 모습에 대해 많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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