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아홉번 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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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6-16 10:51 | Read | 723 |
본문
브라질 대학교 파업
이번 칼럼은 파업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 현재 상파울루 주(Estado de Sao Paulo)에 있는 상파울루 대학교(USP), 캄피나스 대학교(UNICAMP), 그리고 제가 유학 중인 상파울루 주립대학교(UNESP)는 파업 중입니다. UNESP의 경우, 현재 파업을 시작한 지 5주째이며, 앞으로도 파업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파업을 하는 이유는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의 대학교는 크게 공립대학교와 사립대학교로 나뉘는데, 공립대학교의 경우 그 명성이 높으며 모두들 공립대학교에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또한 학비가 무료라서 그 경쟁이 치열하기도 합니다. 교수들의 임금과 학교 운영에 필요한 모든 돈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며, 이런 대학교들이 각 도시(Cidade)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브라질이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또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서 많은 지출을 했기 때문에 교육에 필요한 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교수들은 임금을 받지 못 해서 강의를 이끌어 나갈 수가 없고, 학생들 또한 온전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 불만이 모이고 모여서 학교 전체 회의를 열게 됐습니다. 이를 아쎔블레이아(Assembleia)라고 부르며, 학교의 모든 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굉장히 큰 회의였습니다.
회의에 참여하려면, 처음에 가서 전공을 찾고, 이름을 말해서 서명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생긴 종이를 받게 됩니다. 이건 투표용지로써, 과마다 색깔이 다르며, 경제학과는 파란색입니다. 회의 중간에 계속해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동의를 한다면 이 종이를 들어야 합니다.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열 명 정도 앞에 섰고, 마이크를 잡고 회의를 이끌어 갔습니다. 그 후, 학생들이 한 명씩 나와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연설이 끝나면 모두들 박수를 쳐주며 그들의 생각에 동조했고, 회의는 약 5시간 동안 계속됐습니다. 결국 파업을 하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 회의는 5월 17일에 있었는데, 일단 19일까지 파업을 하기로 했고, 19일 목요일에 다시 회의를 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학생들이 운동을 펼쳤습니다. 각 과별로 시간표를 짜서 회의도 하고, 시위도 진행했습니다.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다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또, 많은 학생들이 페이스북(Facebook) 커버 사진을 이 사진으로 변경했습니다. 파업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모두들 이 이미지로 변경을 했습니다.
파업이 결정된 다음날 학교에 가니, 강의실이 이렇게 막혀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을 완전히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의자와 쓰레기통, 나무 등으로 강의실 입구를 막았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학생들만의 파업이어서 수업을 하는 교수도 있었으며, 학교 직원들은 모두 출근을 했고, 도서관과 식당도 운영이 됐습니다.
5월 19일에 두 번째 회의에서는 교수들과 학교 직원의 파업까지 결정이 났습니다. 따라서 교수들은 이 일이 해결될 때까지 수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하였고, 학교의 운영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도서관도 이용할 수 없으며, 학교 식당도 이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파업을 시작한 지 3주가 됐을 땐, 모두들 방학이 된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다들 짐을 싸서 각자의 집으로 떠났고, 많은 학생들이 헤어스타일을 바꿨습니다. 매일 소란스럽던 이곳에 정적만 흘렀고, 예정되어 있는 페스타(festa)도 그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거나 취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 6일에 세 번째 회의가 열렸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한 달째 이어지는 파업에 지쳐서 중단하자고 외치기도 했지만, 다수의 주장은 파업을 계속 이어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파업은 계속될 것이며, 그 누구도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2학기의 개강 날짜 또한 알 수가 없습니다. 원래 종강 날짜가 7월 2일, 개강 날짜가 8월 1일인데, 이미 파업이 5주째 진행되다 보니, 종강 날짜는 물론 개강 날짜까지 지나쳐버렸습니다. 학생들 말로는 이 파업이 8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UNESP의 경우 한 번 파업을 하면 두세 달 정도 한다고 합니다. 파업이라는 것 자체가 브라질 대학생들에게 익숙하다 보니, 누구도 이 일에 대해 의아하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간고사 이후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다 보니, 기말고사 또한 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몇몇 교수님들은 기말 대체 과제를 내주셨지만,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일단 계속 기다려보자는 말뿐입니다. 이번 학기 마무리와 다음 학기 개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저 같은 유학생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입니다. 문제의 근원이 되는 정부의 지원이 하루빨리 재개되길 바랄 뿐입니다. 이번 칼럼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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