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아홉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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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6-01 11:08 | Read | 1,227 |
본문
세 개의 민들레(2)
-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러시아에서 발트 3국 여행은 학생비자가 단수비자(러시아 내에선 여행이 가능하지만, 타국을 나갈 시 돌아오는 것이 불가)가 아닌 복수비자(자유여행 가능) 상태라면, 서울에서 부산을 가듯이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 발트 3국에 대한 정보는 유럽 여행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유명한 카페 ‘[유랑]유럽여행의든든한동반자’와 ‘발트한국인마당’에서 찾아보았는데, 생각보다 적은 자료 때문에 오히려 일반 개인 블로그에서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일정은 상트 뻬쩨르부르크 - 리투아니아(빌뉴스), 2박 - 라트비아(리가), 1박 - 에스토니아(탈린), 3박 - 상트 뻬쩨르부르크, 3박이었습니다.
[유랑]유럽여행의든든한동반자 - http://cafe.naver.com/firenze
발트한국인마당 - http://cafe.naver.com/balticassociation
[러시아(상트 뻬쩨르부르크)에서 리투아니아(빌뉴스)까지 간 후,
라트비아(리가)와 에스토니아(탈린)을 경유해서 다시 러시아(상트 뻬쩨르부르크)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러시아 제 2의 수도라 불리는 ‘상트 뻬쩨르부르크’에서 출발하여 발트 3국 중 가장 아래에 있는 빌뉴스까지는 대기시간을 포함하지 않고 버스로 총 16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크게 느껴졌던 ‘16시간’이라는 숫자는 와이파이가 되었던 편안했던 버스와 발트 3국 나라 제 각각의 창밖 풍경의 매력, 그리고 엄청난 피곤함 덕분에 금세 지나가버렸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었던 점은 ‘상트 뻬쩨르부르크’와 세 나라 같은 경도 덕분에 시간과 시차적응에 구애를 받지 않고 10일 동안 불편함 없이 여행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국경선을 넘을 때 마다 확연하게 달라지는 나라들의 분위기는 버스창문에 가로 막혀 있을지언정, 뚜렷하게 느껴졌기에 감탄을 연발하며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룩스(럭스) 익스프레스 - http://www.luxexpress.eu/en
에코라인 - https://ecolines.net/en/
여행은 위 두 회사 버스를 번갈아 가면서 이용하였는데, 두 버스 모두 유럽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국가 간 유명 이동 버스들입니다. 가격대는 국가 간 2-3만원 사이에 있을 정도로 비싸지 않은 편입니다. 또한 홈페이지에서 탑승권 구매가 용이하니, 처음 여행을 준비해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발트 3국은 유럽연합국이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에스토니아의 국경을 넘어올 때를 제외하고는 따로 여권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에스토니아로 넘어올 때 하는 국경검사는 공항의 입국과정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차량이 많은 시간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여행 팁입니다.
[에코라인 버스 표. 시간과 날짜, 가격, 위치까지 정확하게 명시되어있어서 한 눈에 알아보기 쉽다.
티켓은 꼭 프린트를 해가야 한다.]
호텔스닷컴 - https://kr.hotels.com/
호스텔월드 - http://www.korean.hostelworld.com/
친한 친구와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숙박의 구애를 받지 않는 점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 저렴하고 위치가 좋은 호텔이나, 호스텔에 번갈아 가면서 묵었습니다. 앞 선 칼럼에서 발트 3국의 물가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하루 약 4만원(개인 2만원) 정도에 불편하지 않고 깨끗한 숙소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숙박비만큼은 저렴했습니다. 해외여행을 할 경우, 항상 지하철역이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는 편이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작은 세 나라 수도 구시가지는 도보로 다니기에 충분한 거리여서 구시가지의 중심지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주황빛 향기가 나는 도시
- 리투아니아, 빌뉴스
[아프리카 국기인 줄 알았던 리투아니아의 국기. 노랑은 ‘태양’, 초록은 ‘들판’, 빨강은 ‘피’를 나타낸다.]
세계무대에서 유명한 농구팀이 있는 리투아니아는 한국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입니다.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기보단, 투박하지만 소박한 빌뉴스는 소련에서 해방된 이후 9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수도입니다. 빌뉴스는 보통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많다고 하는데, 양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저는 흔히 알고 있는 유럽의 성당보다는 동, 서양의 양식이 반반씩 섞인 모습으로 더 많이 느꼈습니다.
[빌뉴스 거리거리 마다 볼 수 있는 여러 성당들. 내 눈엔 동양 양식도, 그렇다고 서양 양식도 아닌 두 양식이 섞인 느낌이었다.]
- 문화 지킴이
빌뉴스는 놀랍게도 인구의 80% 정도가 가톨릭교입니다. 성당을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거리 곳곳 마다 기도를 드리거나 꽃을 성당에 놓는 사람들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리투아니아를 지배하던 시절 리투아니아의 많은 성당을 박물관으로 개조해서 사용하였습니다. 신앙심이 깊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해방이후 박물관을 다시 성당으로 돌리는 복원작업을 하는데, 발트 3국 중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북유럽의 예루살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빌뉴스를 세운 ‘게드미나스’의 동상(위), 빌뉴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게드미나스 타워’(아래)]
당대 동유럽 최고의 통치자 ‘게드미나스’는 꿈을 꾼 후 1323년에 빌뉴스를 수도 새로운 수도로 정합니다. ‘게드미나스 동상’은 빌뉴스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빌뉴스 대성당 앞 광장에서 엄숙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구시가지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는 ‘게드미나스 타워’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 1420년에 세워져 러시아, 폴란드 전쟁에 휘말려서 대부부분 붕괴되었지만 성 바로 옆에는 복원작업이 한창입니다.
[‘게드미나스 타워’에서 주황색의 향기를 뽐내는 구시가지와 ‘빌넬레 강’을 경계로 있는 신식 건물들이 있는 신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 나폴레옹 반했다!?
‘게드미나스 타워’에서 멀지 않은 곳엔 특이하게 나폴레옹과 관련이 있는 교회가 있습니다. 바로 ‘성 안나 교회’입니다.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중세고딕 건물로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쳐들어가던 도중에, 빌뉴스에서 이 교회를 보고 아름다움에 빠져서 손에 그대로 들고 가 파리에 가져가고 싶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교회입니다. 이 이야기가 무색할 만큼, 러시아에게 패배한 프랑스 병사들은 ‘성 안나 교회’의 내부를 손상시켰다고 합니다.
[‘성 안나 교회’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유명세 때문인지 가장 많은 관광객을 만났던 곳이다.]
- 시가지안의 또 다른 나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나 ‘이웃집 토토로’에서나 나올 법한 거짓말 같은 나라가 ‘성 안나 교회’에서 15분 거리에 존재한다면!? 호기심에라도 가볼 수밖에 없는 이곳은 예술가의 마을 ‘우주피스 공화국’이 있습니다. 강 건너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공화국은 거짓말같이 매년 4월 1일 하루 동안 독립을 하여 여권도 들고 가야합니다. 자치적인 헌법 존재하며, 대통령 또한 있는 이 곳은 ‘할렘’가와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그라피티들은 예술가들의 자유로움과 독창성도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행사가 없는 4월 1일 이외에도 작지만 강렬한 이 곳을 한 번 둘러볼 것을 추천합니다.
[다리를 건너면 볼 수 있는 표지판(위)과 예술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주피스 공화국.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트라카이
리투아니아 ‘빌뉴스’하면 항상 수식어처럼 따라오는 ‘트라카이’는 버스로 40분이면 갈 수 있는 옆 동네입니다. 발트 3국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 곳은 빌뉴스로 이전의 수도였습니다.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연합국이 독일기사단들과 대항해 승리를 거둔 리투아니아인들이 가장 추앙하는 역사적 인물인 ‘비타우타스’는 이 성에서 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현재 트라카이 성 내부에는 ‘비타우타스’ 대 공작을 비롯하여 대 공작들의 삶과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물과 중세 시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갈베’호수를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트라카이 성을 볼 수 있다.]
버스에서 내려 걸었던 거리는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적어서 ‘천국 같다’라는 연신 30분을 감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빌뉴스’에서 추적추적 내리던 비를 ‘트라카이’에서 햇빛으로 감싸주던 하늘 덕분에 기쁜 마음이 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와 아무 생각 없이 쉬다 걷다 했던 이 거리는 여행을 마치고도 한참동안 마음속에 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천국 같은 길을 걷다보니 동화 같은 성이 나타났다.]
‘트라카이 성’을 보고는 ‘우와’라는 감탄사 보단 잊고 있던 동심을 떠올린 것처럼 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화 속에서 나올 법한 성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섬에 위치해 있었고, 성은 어느 적이 쳐들어와도 부수지 못할 것 마냥 단단한 요새 같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친구와 함께 탄 오리 배에 심취해서 성 문이 닫히는 시간까지도 강 위에서 물장구질을 쳤다는 것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재미있었던 점 또한 이것입니다. 성의 온 주변을 돌아 가까이도 가보도 멀리도 보면서, 사진도 찍고, 인사해주던 스페인 꼬마 친구들 두 명도 태워주며 이야기 했던 시간들은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발트 3국을 다녀온 선, 후배 그리고 친구들은 하나 같이 ‘어느 나라가 제일 좋았다’, 혹은 ‘빌뉴스’는 정말 볼 것이 없다고 했지만. 제게 있어서 발트 3국은 그 어느 나라도 순위를 매길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따뜻했고 또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입니다. 우리에게 생소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발트 3국을 이 글을 읽고 관심을 가지고 꼭 한 번 여행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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