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양성민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제 1GlobalK 리포터로 뽑힌 러시아학과 양성민이라고 합니다.

 

후배들에게 유학 준비과정에 대한 막막함이나, 유학을 가게 무엇을 할지? 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 싶어서 Global-k 리포터를 지원하였지만, 동시에 다른 학과 학생들도 춥지 않은 따뜻한 러시아를 느끼며 러시아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7+1 프로그램으로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대학교에 약 6개월 정도 공부할 예정이며, 궁금한 점은 ysmsky1026@nate.com으로 메일을 주신다면 성심 성의껏 대답해드리겠습니다.

Title 여섯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4-04 13:58 Read 1,414

본문

러시아, 어디까지 마셔봤니?

- Do you know?

 

 

브라질에 가면 삼바와 축구가 있고~, 인도에 가면 타지마할, 카레가 있고~, 프랑스에 가면 에펠탑, 샹젤리제, 푸아그라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태권도, 김치, 김연아, 박지성, 연예가 중계가 있다~. 세계가 점차 글로벌화 되어가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자국의 이미지나 상징성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어떤 나라로 인식되고 있을까요? 러시아에 관심이 있든 관심이 없든, 공통적으로 ‘추운 나라’, ‘보드카’, ‘미인’, ‘불곰(?)’을 빼놓지 않고 언급합니다. 그 중에서도 ‘보드카’는 단연 1, 2위를 다투는 러시아의 심볼이자, 러시아의 자긍심과 같습니다. 국가의 상징이 ‘40도가 넘는 술, 보드카’인 것이 왜 당연하게 느껴지고 거리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도 술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나라인데, 왜 우리나라는 ‘소주, 소맥’의 나라로 불리지 않을까요?

 

 

- 술의 의미, 술의 역사

러시아의 역사를 배우다 보면, 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근현대사를 공부하다보면 ‘금주법’에 따르는 서기장(공산당의 최고 지도자) 지지율의 상승도와 하락세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정치와 관련해서도 술이 빠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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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소련시기 슬로건, ‘Трезвость — норма жизни!’, ‘취하지 않는 것 - 삶의 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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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강력한 ‘안돼!’]

 

 

 

 

 

위 두 슬로건만 보더라도, 특이하지만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80년대 이후 소련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과도한 알코올 소비로 인해서 공산주의적 사상의 도덕적 헤이가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술의 생산량 감소와, 주류 가격의 인상, 법적 제재는 생각처럼 경제의 활성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오히려, 주류의 밀반입과 가짜 술이 판을 치고, 주류세가 없어지자 국가재정도 타격을 입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Самогон(싸마곤)’이라는 자가 양조주, 즉 집에서 밀주를 직접 스스로 생산하기까지 합니다. 당연히 당에서 법적인 제재를 가하였고, 지금 까지도 이 ‘Самогон’의 제조는 금지되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저는 이 Самогон을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맛은 보드카와 비슷하지만 도수는 더 강하고, 뒤끝이 상당히 안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제재에도 멈추지 않고 사람들은 공업용 알코올이나, 의학용 에탄올(링겔), 공업 세제, 코팅제 등, 에탄올만 있다하면 정체해서 물과 섞어 마시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제기 되었고 부작용이 존재했지만, 술 그 자체가 그들에게 있어서 ‘삶’이자 ‘원동력’이었기에 멈추지 않고 술에 대한 연구들을 끊임없이 한 러시아인들이 대단하다고 까지 생각됩니다. 짧게나마 설명한 러시아 술의 역사는 우리나라와 다른 듯,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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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амогон(싸마곤)’, 자가 양조주, 즉 집에서 ‘직접’ 술을 만들었다.]

 

 

 

- 러시아의 ‘술술술’

 

러시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은, ‘맥주는 술이 아니다’입니다. 그만큼 젊은 친구들은 오히려 보드카보다 맥주를 자주 마시고 간편한 음료수 정도로 생각합니다. 작은 파티가 있을 때에도 보드카 보단 맥주나 와인, 샴페인 등을 마시곤 합니다. 마트에서는 정말 수많은 종류의 주류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주류 백화점 정도 가야 볼 수 있는 정도의 다양한 술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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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맥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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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이나, 호가든, 버드와이저, 1L 캔 맥주 등 다양한 외국 맥주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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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표 맥주 ‘발티카’, 맥주 가격은 보통 0.5L에 50루블(현, 850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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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이나 와인도 특별한 주류 상점을 가지 않고도 많은 종류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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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냑의 종류도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프랑스 등 많은 종류가 있다.]

 

 

- 보드카에도 규칙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보드카는 많이 취하고 싶은 날이 아니면 아무래도 덜 찾는 주류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면 이른 시간에 보드카를 사거나, 너무 젊고 어린 여자가 보드카를 사는 것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진 않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만 18세 이상부터 술을 마실 수 있지만, 도수가 높은 보드카나 꼬냑의 경우에는 만 21세 이상부터 마시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권장한다고 쓴 이유는.. 권장을 하되 만 18세 이상이면 보드카를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드카를 살 때는 마트 직원이 항상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하기 때문에, 도수가 높은 술을 사기 위해서는 여권을 소지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동양인이 많이 어려보이기 때문에, 맥주를 살 때도 여권을 항상 물어보는 편입니다.) 또한 법적으로 공공장소나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거의 우리나라 빼고는 대부분의 나라에 해당됩니다), 밤 10시 이후 오전 8시(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모스크바는 오전 11시, 상트 뻬쩨르부르크는 오전 10시)까지는 마트에서 술을 살 수 없습니다. 술집이나 바에서는 언제든지 마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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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정말 많은 종류의 보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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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품질에 따라 나뉘어져있는 보드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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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대표하는 보드카, ‘루스끼 스탄다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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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표 보드카, ‘그레이 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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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용으로 많이 사가는, 고급진 느낌을 주는 철갑상어 ‘벨루가’ 보드카.]

보드카를 샷으로도 마시지만, 대부분 과일주스나 탄산음료와 타먹습니다. 그리고 소주와 달리, 보드카는 뒤끝이 많이 없습니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보드카는 1병에 300(현, 5100원)루블부터 2000(현, 34000원)루블 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확실히 한국에서보다 훨씬 싸게 좋은 보드카를 구할 수 있습니다.

 

 

 

-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Водка(보드카), 보드카’가 ‘Вода(바다), 물’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아시나요? 뜬금없긴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물도 ‘잘’ 알고 마셔야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제가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 친구가 경고 해줬던 말들 중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이 ‘물을 잘 사야한다’는 것입니다. 마트에서는 심지어 굉장히 많은 종류의 물을 볼 수 있습니다. 미네랄워터, 탄산수, 탄산수 미네랄워터 등 다양한 종류의 물이 있는데, 특히 이 ‘탄산수’를 조심해야합니다. 멋모르고 샀다가, 아무렇게나 집다가는 탄산수를 사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탄산수를 좋아한다면 여기서 일반 생수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처럼 탄산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그대로 새로운 물을 사야하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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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종류의 물과 물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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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사기전 꼭 확인해야하는 단어! ‘Газированная(가지로반나야)’,

‘Негазированная(니가지로반나야)’ 즉, 탄산의 여부를 알려주는 단어이다.]

 

 

한 가지 더 주의해야할 점은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수돗물에서 석회수가 나오는 것입니다. 씻어도 미끈거리고, 물이 마르면 흰색 가루 자국을 볼 수 있는 석회수. 유학생은 이 석회수 때문에 피부가 좋아지기도,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지기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쓰는 것이 이 필터기입니다. 유학을 처음 했을 때, 저는 석회수로 이를 닦고 나서 이가 너무 아파서 치과에 다녀오고, 달려 다니지도 단 것도 잘 먹지 못하였습니다. 그 후로 저는 한국 칫솔과 치약, 생수로만 이를 닦는데, 거짓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나아졌습니다. 이 필터기를 사용하면, 일반 수돗물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씻기도 물을 끓여서 먹기도 하지만, 예전의 기억 때문에 저는 세수 할 때 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에 유학 온 이상 꼭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하는 필수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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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필터기. 안에 있는 필터는 3개월에 한 번씩 갈아줘야한다.]

 

- 마지막으로

 

1, 2학년 수업 때 들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며 글을 쓰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예전의 러시아인에게 술 그 차제는 삶이었다.’라는 충격적인 교수님의 말이 아직까지도 쉽게 잊히지 않았는데, 약간은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아마 러시아에서 유학하는 한국학생들이라면 러시아 친구들에게 한 번씩 들어봤을 법한 말이 있을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 술을 더 많이, 더 자주, 더 빨리 마신다.” “그리고 술을 잘 마신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술을 잘 마시는 구나..’ ‘우리 학과가 정말 술을 많이 마시는 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라는 강한 이미지 보다는 그냥 우리나라처럼 ‘술을 좋아하는 나라’ 정도로 생각되어지길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http://peterstamps.ru/item/31003

http://belan-olga.livejournal.com/1191139.html

http://tonnasamogona.ru/samogon/kak-v-domashnix-usloviyax-varit-samogon.html

http://oclipah.ru/lipah/video/samogon-a-lja-konjak-izgotovlenie-i-degustatsija.html

http://www.aliexpress.com/popular/negative-ion-water-fil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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