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다섯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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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3-29 14:02 | Read | 1,113 |
본문
Home, Sweet home.
- Real Variety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대학교(NSU)에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들을 지난 4번째 칼럼에 적었습니다. 좋은 대학교, 새로운 캠퍼스, 잘 짜인 커리큘럼과 미니그룹 수업 외에도 제가 이곳에 돌아오게 된 큰 이유가 사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지어진지 얼마 안 된 신식 기숙사 때문입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의 신 기숙사와 신 본관의 완공시기가 이 곳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대학교(NSU)의 새 캠퍼스와 새 기숙사와 비슷해서 학교 생각이 자주 나곤 합니다.
[노란 색 박스 안에 있는 건물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기숙사이다. 새 캠퍼스와는 10분 거리.]
완공 된지 5년도 채 안된 새 기숙사는 외국인과 교수, 대학원생만을 위한 기숙사입니다. 캠퍼스와의 거리도 다른 러시아 학생들이 쓰는 기숙사에 비해 훨씬 가깝습니다. 저는 유학생활을 하다보면 학업도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도 빼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러시아학과 의 경우에는 대학교와 기숙사 선택 관련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편인데, 개인 시설 위주의 공간보단 공동으로 함께 쓰이는 공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적으면 3명, 많게는 10명 정도가 함께 쓰는 러시아 다른 학교의 기숙사 화장실.]
[2인실, 혹은 3인실의 기숙사 방]
저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에 지금 러시아 다른 지역에서 공부를 하는 선, 후배에게 부탁을 해서 사진을 얻어 보았습니다. 보통 러시아 기숙사에서는 2-3인이 함께 방을 사용하며, 공동 화장실을 쓰고, 남, 여 구분 없이 공용 샤워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방은 외국인과 함께 쓰기도,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도 쓰기도 하는데, 불편함 때문에 한 학기만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아파트를 얻어서 따로 사는 유학생들도 종종 있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끼리 사용할 때 보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살 때 겪는 또 다른 불편함이 있다 보니, 언어를 실력을 늘릴 수 있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고 부작용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 즐거운 나의 집
러시아의 타 대학교 기숙사와 차별화 되는 이 곳의 장점은 바로, 기숙사의 1인실 입니다. 1인실 기숙사, 1인 화장실, 1인 냉장고. 1인 베란다까지!
[똑같이 생긴 기숙사 건물이 건너편에도 한 채가 더 있다.]
[(왼)항상 사감 할머니가 부스 안에 계시며, 바로 옆에는 경비원도 24시간대기중이다. (오)기숙사의 쉼터(?)와 같은 곳.]
제가 살고 있는 기숙사는 모든 캠퍼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기숙사 입구에는 항상 경비 아저씨와 24시간 부스에서 일하시는 친근한 러시아 사감 할머니가 있습니다. 방에 문제가 생기거나, 필요한 일이 있다면 사감 할머니에게 말씀드리고 노트에 적으면 되는데 항상 옆에 계시는 분들 덕분인지 내 방이 아닌 기숙사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잘 이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바로 건너편엔 매점도 있어서 끼니를 때우거나 군것질거리를 사먹을 수 있습니다.
[똑같이 생긴 복도가 2개가 있고, 각 복도에는 함께 사용하는 공동 주방이 2개 씩 있다.]
공동으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환경이 좌지우지 되는 것이 크지만, 그 모든 걸 커버해주는 청소 아주머님의 엄청난 스킬덕분에 기숙사는 항상 이렇게 깨끗합니다. 요리는 주로 공동 주방에서 해먹으며, 외국인 친구들과 파티를 할 때도 이 곳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 즐거운 나의 집(2)
남자들이 차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 공간이 생겨서라고 하는데, 저 또한 항상 이곳의 생활에서 제 방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물론 가끔은 불 꺼진 방에 혼자 들어오거나, 창문을 깜빡하고 닫지 않아 추운 방안을 들어올 때, 한 밤중에 혼자 있을 때는 외롭긴 하지만..
[2명이서 함께 쓰는 플랫이 있는 2인실과 정말로 1명만 쓰는 1인실이 있다.]
1인실 기숙사방을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도 많이 찾는 이곳에, 떡하니 2인실 방을 줄 때도 있습니다. 이 곳에 도착해서 방을 받게 된 이상 플랫이 있는 방을 받았다고 해서 옮기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가끔은 의아한 상식으로 혼돈을 주는 러시아는, 방은 결국 혼자 쓰는 셈이니 플랫이 있는 2인실 방도 1인실로 취급해줍니다. 말 그대로, 화장실 샤워실, 냉장고만 같이 쓸 뿐 방은 따로 있기 때문에 많은 불편함을 주진 않습니다.
- No. 239!
제가 제 방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똑같은 방을 1년 전 유학당시에도 썼기 때문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293의 번호가 달린 키를 받은 그 첫 날의 설레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냉장고가 있는, 화장실이 있는, 혼자 쓰는, 239호 내 방.]
방 크기는 대략 우리학교 신 기숙사 방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방음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조용하게 지낼 수 있는 방입니다. 방 안에 TV가 있기도, 선반이 2개이기도, 서랍이 2개이기도 하니 약간의 복불복이 존재합니다. 침대 커버와 베개 커버, 수건 1장은 1주일에 한 번 씩 교체할 수 있고, 램프가 나가거나 화장실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1층 사감 할머니께 말하면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고도 고칠 수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베란다. 아직은.. 너무 춥다.]
위에 있는 사진에서 창문 뒤를 자세히 보면, 베란다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눈이 오는 봄인지라 베란다를 활용하긴 아직 힘들지만, 지난여름엔 이 곳에서 빨래를 말리기도 하고 앉아서 밖을 구경하기도, 커피를 마시기도 하며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제 방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편안함을 주는 공간입니다.
- 빨래는 세탁소에서.
건너편 기숙사 지하에는 빨래방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무게 제한 없이 한 드럼 세탁기에 들어갈 정도의 양이면 빨래가 가능합니다. 대략 200루블을 지불하면 빨래, 건조, 세제, 섬유유연제까지 할 수 있는데, 아침에 가면 좀 더 저렴합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토요일도 사용할 수 있으니 빨래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상당히 전문적인 느낌을 주는 빨래방, 건조도 돼서 나오니 항상 만족한다.]
- 마지막으로
절대 기숙사가 유학 생활의 대부분은 차지하는 것이 아니며, 함께 생활 할 수 있는 공동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언어에 더 쉽게 노출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기숙사에 대해 많은 좋은 점을 나열한 것은, 이 생활 자체가 저에게 많은 활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곳도 방음이 완벽히 잘 안 된다는 점이나, 화장실에 배수구가 없는 불편한 점과 외롭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유학은 ‘공간’보다는 ‘스스로가 그 곳에서 어떻게 해나가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출처]
gelio.live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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