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양성민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제 1GlobalK 리포터로 뽑힌 러시아학과 양성민이라고 합니다.

 

후배들에게 유학 준비과정에 대한 막막함이나, 유학을 가게 무엇을 할지? 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 싶어서 Global-k 리포터를 지원하였지만, 동시에 다른 학과 학생들도 춥지 않은 따뜻한 러시아를 느끼며 러시아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7+1 프로그램으로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대학교에 약 6개월 정도 공부할 예정이며, 궁금한 점은 ysmsky1026@nate.com으로 메일을 주신다면 성심 성의껏 대답해드리겠습니다.

Title 열한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6-27 14:16 Read 1,049

본문

세 개의 민들레(마지막)

-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여행을 다녀온 지 어느 덧 한 달이 지났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 속에서 가끔씩 떠오르는 지난 기억들 덕분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곤 합니다. 너무나 좋았던 세 개의 나라, 발트 3국. 특히 아무도 추천하지 않았던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저는 아직도 설레기만 합니다. 마치 ‘엘리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웃집 토토로의 ‘메이’가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걸었던 수많은 현대식 건물들을 뒤로한 채, 주황 모자를 쓴 회색의 성벽을 통과하니 전혀 다른 세상이 눈앞에 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투박한 도시

- 에스토니아, 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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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의 국기. 하늘색은 희망, 충성, 헌신을, 검정은 토지와 에스토니아인들이 겪었던 고난을, 흰색은 눈과 희망을 상징한다.]

 

 

아직 비성수기인지라 한창 이곳저곳이 공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향기까지도 맡을 수 있을 것 같던 중세의 분위기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느낌이었습니다. 중세의 성벽과 건물, 조화로운 색감과 더불어 이곳에서는 거리거리마다 수공예품을 볼 수 있었는데, 원래 기념품에 관심이 없는 저 조차도 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색상에 누구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놓은 여러 기념품에 결국 한 끼 식사 값을 지불한 뒤 멈출 수 있었습니다. 싸지 않은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 기념품들은 제가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보았던 다른 것들보다도 훨씬 다양하고 예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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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깔의 수공예품들과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바이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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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유명관광지에서 보다도 다양하고 종류가 많았던 스노우볼. 대부분 심지어 예쁘기까지 했다.]

 

- The Times We Had

 

너무 평온한 분위기를 가진 탈린은 에스토니아의 수도이지만, 사실 이곳은 민중들을 농노로 부리던 강대국들이 만들어놓은 지배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탈린’이라는 수도명 자체도 사실 ‘덴마크인들이 세운 도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1219년 덴마크를 시작으로, 독일, 스웨덴, 제정 러시아 등, 차례차례 이 연약하고 아름다운 영토를 침략하였고, 이러한 지배의 역사는 1990년까지 계속됩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지난날의 고난의 흔적을 없애지 않고 역사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보수하고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13세기 무렵부터 주변의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지였던 이곳 탈린의 구시가지는 방어를 위한 성벽들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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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걸어도, 낮에 걸어도 너무나 편안한 느낌을 주었던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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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는 이렇게 성벽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 곳, 탈린의 구시가지를 한 눈에 담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톰페아 언덕’입니다. 에스토니아의 건국 신화 '칼렙의 아들'에 따르면 에스토니아를 건국한 거인 ‘칼렙’의 아내 ‘린다’는 남편이 죽자 엄청나게 무거운 돌을 산 위로 가져가 그의 무덤을 표시해 두려고 했지만, 갑자기 무거워진 돌은 바닷가 근처에 떨어뜨렸고 그 돌이 떨어진 자리가 바로 탈린의 톰페아 언덕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30m 높이 밖에 안 되는 이 언덕에 오르면 국회의사당과 알렉산더 넵스키 러시아정교회 그리고 에스토니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릴 만큼 탈린 시민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루터 교회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탈린의 구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 곳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과 주황색 지붕들은 아픈 지난날의 과거가 무색할 정도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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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기만 했었던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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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답지만, 너무 아쉬워서 몇 번이고 다시 올라왔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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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을 생각하면, 수 백, 수 만개의 뜻을 포함하고 있을 것 같은 ‘The Times we had'.]

 

 

- 두 발의 자유

 

길치인 제가 처음 도착한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건, 두 발로 걷는 것과 지하철을 타는 것뿐입니다. 탈린에 처음 도착해서 캐리어를 끌고 길을 잃어갈 때 쯤, 우리를 도와주었던 자전거를 탄 친구는 구시가지의 방향을 알려주면서, 한 공원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꽤 멀었던 곳이었는데, 관광객보다도 탈린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거리가 멀어 둘째 날에 자전거를 빌려 공원으로 향했는데, 슬슬 지루해질 때 쯤 나타난 공원 앞에 감탄과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너무 평온했던 카드리오그(kadriorg) 공원은 적은 사람들 덕분에 더 아름다웠고, 자전거와 함께 있어 자유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꽤 아담했던 구시가지를 나와서 도착한 공원은 생각보다 컸는데, 멀지 않은 곳에 발트 해의 탈린 만(Tallinn Bay)이 있어서 생각지도 않은 만남에 더 기뻤습니다. 공원 내에는 분수들과 쉼터들 그리고 카드리오그 궁을 볼 수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 곳은 러시아의 표트르대제가 그의 아내 예카테리나를 위해 만들었으며, '예카테리나의 계곡'이라 불린 이 곳은 에스토니아어의 명칭 '카드리오르그'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건축을 시작할 때 표트르대제가 직접 벽돌 세 장을 얹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크지 않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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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발트 해가 보이는 풀과 바다가 있는 공원. 평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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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의 또 다른 ‘일본정원’ 일본정원은 어느 나라에 가도 자주 접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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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는 ‘카드리오르그 궁’. 색감과 건축양식이 러시아를 연상시킨다.]

 

 

공원과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한 발트 해의 탈린 만(Tallinn Bay)은 추운 수온 때문에도 여름에도 수영을 잘 하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곳이 중요한 이유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핀란드를 2시간 만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핀란드에서 탈린으로 혹은 그 반대로 당일치기 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고, 핀란드의 비싼 물가 때문에 핀란드 사람들이 술을 사러 자주 탈린에 온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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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였는데도 상당히 쌀쌀했던 탈린 만. 앞에 보이는 배들은 핀란드를 향하는 여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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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도달하기 전에 볼 수 있는 ‘천사의 상’. 이것 또한 러시아 군함 ‘루쌀까’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개성만점 구시가지

 

다시 돌아온 구시가지는 정말 작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고 여러 여행지에서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습니다. 10번은 지나다녔을 법한 구시가지 광장은 시청 건물이 들어서기 전까지 오랜 세기 동안 시장으로 이용되어 왔는데, 대대로 이곳은 많은 축제가 열렸으며 죄인들을 처형하는 장소로도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있던 날에도 축제가 열려 많은 노점상들이 나와 여러 기념품들과 먹거리를 팔고 있었는데, 꼭 한 번 크리스마스에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름부터 재미있는 ‘뚱뚱한 마가렛 성탑’은 탈린 구시가지에서 몇 안 되는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인데, 뚱뚱한 마가렛 성탑이 탈린으로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했고 전쟁이 나면 최우선으로 방어해야했던 곳이었기에 이름처럼 뚱뚱한 모양으로 성탑을 지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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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이 보이는 구시가지 광장. 값이 꽤 나가는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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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종 수공예품과 기념품들을 팔았던 마켓.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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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뚱뚱한 마가렛 성탑’.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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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장소에서도 탈린만의 분위기는 항상 풍겼다.]

 

 

마지막으로

 

너무나도 사랑했던 발트 3국. 하나하나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세 나라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서 기쁜 마음이 큽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제가 느꼈던 기분들과 분위기를 글을 읽으면서 함께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꽤 길게 칼럼들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물가가 싸고(지금은 아니지만) 러시아어가 통한다는 메리트덕분에 러시아학과 학생들에게 조금 더 친숙한 발트 3국이 요즘 유럽여행을 많이 하는 대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여행지가 되고 기쁨을 주길 바랍니다. 꼭 다시 한 번, 두 번, 세 번 가고 싶은 발트 3국은 아픈 지난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보듬은 자긍심과 배려심이 있고, 그것들을 사랑한 국민들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여행이었을지도 모르는 이 경험이, 가슴에 추억으로 더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stonia_stub.svg?uselan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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