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신승주

안녕하십니까, 글로벌-K 러시아 리포터 신승주입니다.

 

청주 출생으로,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러시아학과에 재학 중이며, 야쿠츠크 파견 학생입니다.

 

로컬리티 광역특화전공 1기생으로서, 활발하고 직접적인 활동들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적이 면적 인만큼 광활하고 드넓은 러시아의 모든 지역을 샅샅이 파고들 수는 없겠죠? 그러나 제가 러시아에 머물면서 지나가게 되는 지역들은 결코 놓치지 않겠습니다. 갈고 닦은 지식과 더불어 여러 가지 시선으로 누구나 흥미로우며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보고서 작성 하는 리포터 되겠습니다.

Title 아홉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5-09 11:12 Read 608

본문

레나석주국립공원(Ленские столбы)

-야쿠츠크 탐사기-

 

 

 

 

견학 계획이 생겼다며 외국인 학생들이 모여 있는 채팅창이 시끄러웠다. 읽어 보니 야쿠츠크에 와서 언젠가 한번 들어본 적이 있던 장소였다. 야쿠츠크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설날이 있었다. 당시 있었던 한국학생들은 야쿠츠크지사 LG사장님댁으로 초대를 받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갔었다. 한국인 교수님 두 분도 더 계셨다. 그리고 교수님들께서 어딘가 다녀오셨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곳이 바로 저 곳이었다. 강을 건너기 위해 보트를 타고 가셨고 바람이 굉장히 세고 보트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무섭기까지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오면 꼭 가야하는 곳이라고 했던 말씀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나는 정확히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그저 교수님들께서 하신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서 인상이 깊었다. 물을 사먹어야 하는 이 곳에서는 기숙사에서 대부분 5L 혹은 6L의 큰 물통을 사다두고 마시는데, 5L통으로 파는 물중에 ‘야쿠쨘카’ 라는 물통은 이름에 맞게 야쿠티야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레나석주국립공원의 전경을 붙여두었다. 다들 물을 마실 때마다 여기가 어떤 곳이길래?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우리끼리 소수로 견학을 가볼까 하는 계획을 세운 적도 있었다. 그런데 견학으로 말고 개인적으로 가기에는 힘든 곳이기 때문에 여럿이서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교통편이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이다. 당시 견학비로 냈던 가격은 3000루블로 한화로 6만원이 좀 안 되는 돈이다. 여기서 견학치고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잠시, 그나마 겨울이라서 이정도고 여름에는 약 20만원까지 가격이 오른다고 한다. 그런데 20만원도 싼 편이라고... 내가 다녀왔을 때는 3월19일로 아직 사람들이 두꺼운 외투를 벗지 않던 시기였다. 그러면 왜 겨울이 더 저렴할까? 단지 추워서 일까?

레나석주국립공원은 ‘레나’강을 따라서 거대한 자연 석주들이 장관으로 펼쳐져 있는 곳이다. 레나강은 야쿠츠크를 접하는 동시베리아를 지나는 강이다. 2012년, 러시아에서 가장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곳 레나석주국립공원이다. 이 들의 형성된 암석모양을 보고 지금껏 지나온 기후변화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적어 온 칼럼에서 여러 번 이 곳의 계절에 대하여 언급한 적이 있듯이, 겨울에는 최하 영하 60도까지 여름에는 최고 영상 40도까지 1년에 약 100도정도의 기온차가 나는 이 곳의 날씨는 암석들을 충분히 깎아내고 다듬기에 좋은 여건이다. 기온 변화로 생성된 멋진 자연 암석층은 레나 강변을 따라서 100~300m로 하늘을 향해 우뚝 치솟아 있다. 굉장히 거대한 모습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석주는 얼었다 녹았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모양이 울퉁불퉁해졌고 깊은 협곡으로 서로 분리되었다. 여러 층으로 쌓인 석회암과 이회암, 백운암, 점판암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과학자들이 거의 5억 년 전에 끝난 것으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는 캄브리아기 화석도 발견된 바가 있다.

이러한 멋진 곳을 가기 위해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가면 식당이 없으니 미리 음식을 가져오라는 말에 전날 밤에 여기 와서 잘 하지도 않았던 요리를 하게 되었다. 또 바람이 거세니 옷을 단단히 입으라는 말에 3월에 간신히 벗어던진 내복 두 벌중 하나를 다시 주워 입고, 눈이 무릎까지 온다는 말에 반신반의 하면서 긴 양말도 3겹을 신었다. 그렇게 버스터미널로 가서 이미 대여해 둔 버스를 약 20명의 학생들이 함께 타고 출발을 했다. 오고 가고 총 10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사는 러시아 친구들은 그다지 멀지 않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게 우리와 그들의 차이인가... 벌써부터 피곤함이 몰려오는 기분이었지만 매일 물통으로만 보던 곳을 직접 볼 생각을 하니 설렘이 더 컸다. 편하게 졸면서 가려고 했지만 난 잊고 있었다. 도시를 벗어나면 포장도로가 없다는 것을... 버스는 마치 놀이기구가 된 듯 통통 튀었다. 단 한 구간도 매끄러운 곳이 없었다. 다들 머리를 부대고 엉덩이를 빻고 정신없이 기둥이나 안전바를 꼭 붙잡고 가야 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계속 되다보니 어지러웠다. 맞은편에 앉은 러시아 친구는 잠만 참 잘자던 모습이 선하다. 중간 중간 내려서 기지개도 펴고, 화장실 갈 사람들은 화장실도 갔다. 그런데 물론 공중화장실이니까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좀 더럽지만 써보자면 일단 푸세식이고 문은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닫히지도 않아서 한 명씩 잡아주었다. 그리고 이 것은 문제도 아니었고, 그 내부가 충격적이었다. 너무 추운날씨에 변들이 주변에 그대로 다 얼어있었다. 다들 소리 지르고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것도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다들 익숙해져 있었다. 야쿠츠크의 샤머니즘이 녹아있는 여러 상징물들도 보았다. 대부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런 이들이 믿는 종교적인 것들이었다. 러시아는 정교회가 대부분이지만 여기는 공화국이라서 그런지 역사적으로 또 전통적으로 샤머니즘을 많이 믿어왔다. 나도 소원을 많이 빌었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밖을 잘 보라면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 우리가 달리고 있는 이 길이 레나강이라고 이야기 했다.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겨울이라 레나강이 꽁꽁 얼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것이었다. 즉, 교수님들께서 말씀 하셨던 보트를 타는 것은 여름에 레나강이 다 녹으면 차로 이동할 수 없으니 보트를 타고 다녀오신 것. 여름에 가면 성수기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래도 지금 겨울은 겨울대로 또 그 만의 멋진 풍경이 있기 때문에 아쉽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다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여름에 와서 레나강을 보트를 타고 지나가서 눈이 없는 레나석주국립공원을 보고 싶은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다시 중간에 내려서 강 위를 걸어 보았다. 사진도 찍고, 오로지 언 레나강과 눈이 함께 드넓게 펼쳐져 있는 것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광활한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벌써부터 시작된 암석기둥들에 두 번째로 시선이 빼앗겼다. 그리고 정말로 곳곳에 눈들은 무릎이 넘는 깊이가 있기도 했다. 걷다가 발이 푹푹 빠져서 넘어지기도 자주 넘어지고 많이 놀랐다. 그 상태로 걷기가 힘들어서 그대로 눈에 꽂혀있는 상태에서 쉬기도 했다. 다시 생각하지만 나는 야쿠츠크에 와서 앞으로 근 10년간 볼 눈들을 몰아서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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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 모습이 버스에서 내려서 찍은 강 모습이다. 눈으로 뒤 덮여 있고 그 아래에는 두꺼운 얼음 층으로 레나강이 얼어있다.

그래도 무서워서 차마 뛰어다니지는 못했다. 이렇게 모든 곳이 되어있으니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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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 보이는 것은 바로 암석기둥들이 시작 되고 있는 모습이다. 옆에 작은 버스는 우리가 타고 온 버스인데 보통 시내버스만큼의 크기인데도 장난감 같이 보인다. 대충 암석기둥의 크기가 실감이 날만한 사진인 듯하다. 정말 거대하다. 이렇게 야쿠츠크에서도 처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느꼈는데 이 세상에는 얼마나 더 많은 멋있는 것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살고 싶어지는 의욕이 상승했다. 나는 누구든지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들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러시아를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많은 러시아를 돌아다녀봤으면 좋겠다. 아직 나도 여려 곳을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서 많은 것을 보려고 노력 할 것이다. 특히나 이런 자연경관은 얼마나 자연이 대단한지 실감을 하게 된다. 인간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들을 자연은 단번에 해낼 수 있고 우리가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자연은 자신들 모습을 그대로 이용하여 무엇이든지 표현해낼 수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드디어 직접 올라가서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곳이 최종 목적지로 물통에서 보던 바로 그곳이었다. 내리자마자 모든 곳이 푹푹 눈에 빠지는 곳이라 깜짝 놀랐다. 바람도 어마어마했다. 그렇지만 그 중간에 서서 웅장한 암석들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은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화장실 문화충격이 한 번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분명 문이 하나밖에 없는 공중 화장실인데 자꾸 두 명씩 들어가는 모습이 이상했다. 나중에 나도 모르는 사람과 둘이 들어갔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화장실간 두 칸이 있는 게 아니라 들어가자마자 푸세식이 두 개가 있고 그 사이에 담 같은 것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즉, 옆을 보면 상대의 얼굴이 보이는 구조였다. 의도치 않게 한 명이 먼저 다 했으면 옆에 사람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문을 열면 바로 다 보이니까. 이 것 역시 다른 의미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버스에서 각자 싸 온 도시락을 다 먹은 후에 드디어 우리는 전망을 보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월했으나 올라 갈수록 산은 굉장히 가팔랐다. 거의 90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길은 너무 좁아서 내려오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이 동시에 지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중간에 나무를 붙잡고 서있던가 옆에 쌓여있는 눈 위에 앉아서 비켜가거나 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 의지해서 올라가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안 볼 수는 없으니 다 같이 중간에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우리 말고도 중국인 관광객들도 단체로 온 듯 했고 가족단위도 꽤 있었다. 춥고 힘든 길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들까지 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정말 추웠는데 산에 오르니 땀이 삐질삐질 났다. 난 오히려 여름에 안 오길 잘 했다는 생각까지 했다. 너무 더웠고 만약에 여름에 여기서 잘못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온통 눈이 쌓여있어서 넘어져도 그리 아프지 않고 옷에 눈이 묻어서 괜찮았다. 그래서 그냥 털썩털썩 힘들 때마다 눈을 의자 삼아 앉았다. 그리고 정상에 다다랐을 때 그 곳에도 역시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만들어 둔 통로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 통로를 지나면 모든 나쁜 액 기운이 빠져나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도 그 통로를 지나가는데 그 순간 넘어졌다. 이건 무슨 징조인건지 여하튼 웃음거리가 되었었다. 정상에 올라가 바라보는 전경은 생각보다 엄청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래에서 바라보는 암석들이 더 멋있었다. 왜냐면 올라와서 보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언 레나 강과 잔뜩 쌓여있는 눈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마 여름이었다면 광활한 레나강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역시 여름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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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담지 못한다는 말이 딱 여기에 쓰일 것 같다. 나를 압도시킨 레나석주의 모습은 카메라로 담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아 그리고 이 곳은 태양이 정말 가깝고 눈이 많아서 하얀 눈에 반사되는 태양빛에 너무 눈부시기도 했다. 선글라스는 필수이다. 정상에서 실컷 사진들을 찍은 뒤 산을 내려왔는데, 모두가 우려했던 것처럼 내려오는 것이 너무 위험했다. 아까 말했듯이 거의 90도의 경사였기 때문에 차라리 미끄럼틀타듯 내려가는 것이 더 안전할 정도였다. 그래서 중간 중간 앉아서 내려가기도 했다. 여름에 오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좋은 운동화를 신고 오셔야 할 것 같다. 나는 그냥 겨울 털부츠여서 거의 10번은 족히 넘어지면서 내려왔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었고 대부분 그렇게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5시간동안 우리는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밤 10시가 넘어서야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두들 지친모습이 역력했다. 외투와 신발은 눈에 다 젖었다가 녹아 볼품없는 상태에 추워서 벌써부터 감기기운이 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아무 탈 없이 다녀왔다는 생각에 다들 만족하는 듯 했다.

여름에 가면 보트를 대여해서 타고 간다고 한다. 또 거기서 1박2일정도 있다가 오는 사람들도 있다. 보트를 타고 가는 그 길을 난 버스를 타고 간 것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 내려서 본 것이다. 보트를 타면 바로 강을 지나가면서 멋있는 그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성수기때는 보트 대여비가 시간당 4천루블 거의 한화 8만원이 되는 돈이다. 내가 낸 견학비보다 더 비싸다. 야쿠츠크로 교환학생을 오는 학생들이 꼭 한번은 다녀오면 좋을 곳으로 추천한다. 자연이 만들어 낸 진정한 절벽암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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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보면 이러한 모습이라고 한다. 겨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고 또 다른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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