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신승주

안녕하십니까, 글로벌-K 러시아 리포터 신승주입니다.

 

청주 출생으로,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러시아학과에 재학 중이며, 야쿠츠크 파견 학생입니다.

 

로컬리티 광역특화전공 1기생으로서, 활발하고 직접적인 활동들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적이 면적 인만큼 광활하고 드넓은 러시아의 모든 지역을 샅샅이 파고들 수는 없겠죠? 그러나 제가 러시아에 머물면서 지나가게 되는 지역들은 결코 놓치지 않겠습니다. 갈고 닦은 지식과 더불어 여러 가지 시선으로 누구나 흥미로우며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보고서 작성 하는 리포터 되겠습니다.

Title 일곱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4-11 10:00 Read 733

본문

야쿠츠크 속 또 다른 도시

(Старый город) 

 

  야쿠츠크의 시내로 나가면 넓은 레닌광장이 있고, 광장을 지나 올라가면 시내의 크고 번쩍이는 건물들과는 대조적으로 건물들이 나무들로 되어있으며 낮고, 한적한 기운이 느껴지는 작은 시골의 느낌이 나는 곳이 있다. 정말 시내의 한 구석에 턱하니 조성되어있는 이 곳은 처음에 믿기지 않았고, 혹시 옛 문화를 보존해오는 어르신들께서 사시는 곳인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인가? 라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뿜어내는 분위기가 젊은이들과는 거리가 멀고 고상한 느낌이 나기도 한다. 왜 이런 곳에 만들었을까. 언젠가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야쿠츠크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들에게 너희 여기서 어디어디 가보았니? 혹시 ‘스따릐 고라드’ 가봤니? 라고 물어보셨고, 안 가봤다는 우리의 대답에 여기 더 오래있던 한국인 친구에게 안 데려가고 뭐했냐고 눈길을 주셨다. 그래서 그때부터 궁금했었다.

 

  바로 저 번 칼럼에서 ‘스트로가니나’라는 야쿠츠크 전통 음식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저 음식을 먹으러 스따릐 고라드를 처음 갔었다. 그리고 조금씩 감지했다. 이 곳에서는 현대적인 새로운 어떤 무엇도 없다. 내가 갔던 야쿠츠크 전통 식당도 당연하고, 여기에는 알고 보니 여러 가지 작은 박물관들이 모여 있었다. 신기했다. 보통 박물관이라고 하면 건물이 커다랗고,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기도 하는데 여기 스따릐 고라드에 있는 작은 박물관들은 박물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와 외관의 모습이었다. 그냥 지나가면 아무도 박물관이라고 생각 못 할 것이다. 나도 그랬고, 그 내부는 더욱 박물관이라고 여기기 힘들다. 이유는 볼 게 없다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작아서 박물관의 느낌보다는 더 안락하고 편안한 집 같기 때문이다. 겨우 4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정말 자신들의 작은 역사와 그 작은 부분까지도 모두 소중히 여기며, 함부로 대하지 않는 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작은 박물관에는 손님도 드물 것이고 그렇다 보면 당연히 수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보았던 박물관에 계셨던 아주머니들께서는 박물관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우리에게 설명을 해 주실 때 그 열정은 수업을 하시는 교수님의 모습 못지않으셨다. 애정을 가지고 일하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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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이루어진 건물들의 스따릐 고라드 내부>

 

 

 

 

​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이 건물들이 대부분 저렇게 생겼고, 저렇게 생긴 선물이 또 박물관인 건물들이 있다. 외관으로는 정확히 어떤 곳을 하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레스토랑, 술집, 상점 등등 다양하게 있다.

 

  첫 번째로 갔던 박물관은 현재 내가 야쿠츠크에서 다니고 있는 대학교 ‘СВФУ’의 설립자 암모소프(Аммосов)박물관을 갔다. 러시아의 모든 대학교는 항상 설립자의 이름을 대학교 이름과 함께 새긴다. 정말 모든 대학교가 그렇고, 이건 마

치 이들의 전통과도 같다. 그만큼 대학교의 설립자는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물이며 그 학교의 위인이다. 박물관의 이름마저 예뻤다. ‘Мемориальный дом’. 한국어로 바꾸면 기념 집 같은 건데, 이유는 그의 집을 이렇게 박물관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고 집이라고 바로 붙여둔 것이 더 추억과 기억들이 깃들어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는 이렇게 집을 그대로 보존해서 박물관으로 바꾸어 둔 형태의 박물관들이 여러 있다. 집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내부는 좁았다. 공부하던 책상, 어떤 업적이 있었는지, 어떤 물건을 사용했는지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그는 정말 위대하고 현명하며 굉장히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시베리아에 소비에트주 수립 될 당시 전투에 참여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의 출생은 어떤 대단한 요소가 있지도 않다. 정말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용맹함과 적극적인 성격은 큰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만 일을 했던 것도 아니고 키르키즈스탄, 카자흐스탄 등 여러 곳을 다니며 일을 했다. 이러한 사람이 대학교의 설립자이기에 학교 사람들은 자부심도 있다. 참고로 이 박물관은 수업의 일부로 교수님께서 견학으로 데려가셨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곳이었고, 다들 신기 해 하면서 요리조리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한국과 이런 정서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로 갔던 박물관은 역시 집을 그대로 보존해 둔 박물관으로 이름은 ‘Якутская ссылка’ 로, 야쿠츠크의 유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아무래도 시베리아이다 보니 유배의 이야기가 없을 수 없는 곳이다. 중점으로 유배의 역사, 문화 등이 있는데 박물관에 들어가서 처음 갔던 방에는 러시아의 영화의 역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야쿠츠크에 오기 직전에 ‘러시아 희곡 및 영화’ 라는 전공 수업을 들었었다. 그 때, 러시아의 영화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했었는데 기억에 남았던 구절이 있었다. 레닌이 했던 말로, “모든 예술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이 바로 영화다.” 라는 구절이다. 그런데 이 말이 그대로 이 곳에 러시아어로 적혀 있었다.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냥 글로 읽으며 공부할 때는 그렇게 실감하지 못 했는데, 이 곳에 오니 더 그 무게의 정도가 실감나는 듯 했다. 글 아래에는 러시아의 옛날 영사기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짧은 러시아 영화사의 역사를 담은 영상도 보았다. 전함 포템킨의 배경도 짧게나마 볼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작은 박물관에서 가이드 해주시는 아주머니들께서는 의욕이 넘치시며, 이 박물관을 정말 사랑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음 방으로 이동했을 때에는 유배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19세기 중반부터 야쿠츠크가 대중적인 유배지 장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886년 야쿠츠크에 유배 왔던 사람의 수는 250243명이라는 기록이 있었다. 유배지라는 이야기만 들었지만, 이렇게 숫자로 보니 더 진짜 이 곳이 유배지였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외에도 당시 유배 온 사람들에게 행해졌던 고문방법들도 나와 있었는데, 목에 나무판자를 씌워두고 무거운 무게를 달아두는 둥 한국의 옛 고문방식과는 좀 달랐다. 이 곳으로 유배를 보내는 건 다름 아닌 혹독한 날씨였고, 이 곳에서 지내던 모습의 사진들도 굉장히 열악했다. 마음 한 편으로는 내가 여기에 지금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비록 두 곳 모두 정말 작은 박물관이었지만, 느끼게 해주었던 것은 참 많았다. 마냥 거창하고 거대하지 않아도 이 곳에 서린 역사는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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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빨간색 천막에 쓰여 있는 말이 레닌이 했던 말이다>

 

 

 

 

 

  그 뒤로 세 번째 내가 스따릐 고라드를 가게 되었던 것은 러시아의 봄맞이 축제 ‘마슬레니차’를 즐기러 갔던 때였다. 마슬레니차는 봄이 오는 시기인 3월 초에 이루어진다. 정교회를 바탕으로 여는 축제이기 때문에 부활절의 날짜에 따라서 매년 조금씩 시기는 달라지기도 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을 환영하며, 그 동안 안 좋은 액을 다 내보내는 의미로 축제 마지막 날 거대한 인형을 태우는 의식을 치루기도 한다. 또한 마슬레니차는 동슬라브의 전통이기도 해서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슬라브족 국가에서도 진행된다. 정말 행복하게도 이 기간 동안 실컷 먹고 놀지 않으면 평생 불행하게 살다 죽는다 라는 설도 있어서 마음껏 놀 수 있다. 사순절이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유, 버터, 밀가루 등을 마지막으로 먹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 사람들이 좋아한다. 

 

  야쿠츠크에서는 마슬레니차가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우리 학교 앞 강에서는 물론, 공원, 그리고 스따릐 고라드가 있었다. 나는 이 전에 왔던 스따릐 고라드의 분위기를 잊지 못해 친구들과 함께 이 곳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축제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소리에 아 주 오랜만에 나도 들떴었다. 이 전에 ‘시베리아의 이발사’ 라는 영화를 보고 마슬레니차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영화 속에서 보여 지는 마슬레니차는 굉장히 신나고 어마어마한 축제이다. 그래서 사실 나도 마슬레니차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야쿠츠크의 기온은 봄이 오려면 먼 온도였다. 단지 시기적으로 봄이 올 시기이지 지리적으로 이 곳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과연 이 것이 봄맞이 축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덜덜 떨면서 축제를 구경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여러 사람들이 이 추운날씨에도 축제를 즐기려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도 분장을 하시고서는 돌아다니시고, 어린 아이들이 준비한 춤과 노래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마슬레니차하면 과연 하이라이트는 바로 ‘블린’이다. 이 전 칼럼에서 이 음식에 대해 적어본 적이 있다. 러시아의 전통 핫케익 정도로 썼었는데, 블린은 또한 둥근 형태로 태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슬레니차는 블린을 먹는 날이다. 그래서 온갖 장식의 화려한 블린부터 여러 가지 토핑이 들어간 블린 등 정말 많은 종류의 블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기 전에 듣기로는 블린이 공짜라고 들었는데 와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말이 되지 않긴 했다. 이 많은 음식들이 공짜라는 것이... 그래도 인심 좋은 아주머니들께서는 우리에게 그냥 주시기도 했다. 직접 블린 만드는 방법을 그 자리에서 보여주기도 하며 과연 이 축제의 주인공은 블린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모여서 하는 축제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큰 명절에도 가족, 친척과 함께 보내지 절대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여럿 모여 진행되는 전통 축제는 없는 것 같다. 당연 그렇다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축제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마슬레니차는 일주일동안 진행되는데, 나는 마지막 일요일에 갔다. 예전에 러시아 문화 수업때 내가 러시아의 다양한 축제에 대해서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마슬레니차는 원래 요일마다 하는 행사가 있다. 그래서 요일마다 즐기는 것도 새로울 수 있었는데, 전혀 다른 날은 보지 못해서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른 도시에 나가있는 친구들과 마슬레니차의 사진을 서로 공유하면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나라에 있구나 라는 생각에 굉장히 신기했다. 이렇게 넓은 영토에서 그들의 전통이 동시에 지켜지는 모습은 절대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이다. 기념으로 러시아 친구들과 기숙사 부엌에서 함께 블린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기 때문에 한국에 가서 가족에게 해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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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블린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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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으로 올라와 찍은 사람들의 사진인데, 정말로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야쿠츠크에서 여기에서만 축제를 하는 것도 아닌데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밖과 안 모두 너무 많아서 마냥 뛰놀진 못 한다. 그래도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축제라서 그런지 몰라도 얼굴에 다들 웃음꽃이 계속 피어있었다. 정말 기분 좋아지는 날이었다. 러시아는 전통 축제가 참 많다. 러시아에 유학을 간다면 이런 축제들을 꼭 빠지지 말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몇 년씩 유학을 하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든 것이다. 나는 워낙 축제같이 여러 사람 모여서 북적한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다녀왔다. 곧 있으면 러시아의 전승기념일로 휴일이 많다. 그 때도 어떤 행사를 하고,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다니는지 빨리 보고 싶다. 러시아에 유학을 와 있는 사람은 물론, 유학을 갈 사람들은 꼭 러시아의 문화에 대해서 한 번 더 공부하고 가면 즐길 수 있는 범위가 넓을 것이다. 단지 언어만을 배우려고 오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를 배우러 왔다는 생각에 작은 것 하나하나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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