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신승주

안녕하십니까, 글로벌-K 러시아 리포터 신승주입니다.

 

청주 출생으로,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러시아학과에 재학 중이며, 야쿠츠크 파견 학생입니다.

 

로컬리티 광역특화전공 1기생으로서, 활발하고 직접적인 활동들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적이 면적 인만큼 광활하고 드넓은 러시아의 모든 지역을 샅샅이 파고들 수는 없겠죠? 그러나 제가 러시아에 머물면서 지나가게 되는 지역들은 결코 놓치지 않겠습니다. 갈고 닦은 지식과 더불어 여러 가지 시선으로 누구나 흥미로우며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보고서 작성 하는 리포터 되겠습니다.

Title 다섯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3-29 13:01 Read 1,152

본문

야쿠츠크 기본기

(야쿠츠크에 대하여 2)

 

 

 

 

사하 공화국(야쿠티야 공화국)이라는 곳이 어떻게 탄생되었고, 왜 러시아라는 한 국가에 이러한 다른 민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지에 대해 상당히 궁금했다. 나도 러시아학과지만 그저 러시아의 역사공부만 해왔지 러시아의 수많은 민족들의 역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너무 많기도 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곳으로 유학을 오면서 조금씩 흥미가 생겼다.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광경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서양인처럼 생긴 금발의 러시아인들과 동양인처럼 생긴 야쿠트인들이 서로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노는 모습이다. 마치 그들이 마주 하는 얼굴이 똑같이 생긴 것처럼...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함께 지내왔고, 외적인 요소가 그들의 관계에서 사라진 것은 오래인 듯하다. 적어도 이곳은 그렇다. 이따금씩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서양인들의 동양인 비하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절대 있을 수가 없다. 고로 유학 온 한국인들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이 이 도시 어딜 가도 그런 대우를 받지 않는다. 외모가 아니라, 비단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눈길을 받을 때는 있다. 그렇지만 나의 경험상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분위기가 편안했다. 특히나 동양인 자체가 보기 힘든 우랄관구 예카테린부르크의 경우에는 걷고 있을 때조차 우리를 따라오는 시선들을 감수해야 했다. 아마 이 곳이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이유는 다른 언어를 쓰지만 어쨌든 외양은 우리와 닮았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요소는 언제나 빈도수에 따라 익숙함을 주기 마련이다. 또 서양인의 외모의 러시아인역시 야쿠트인들과 함께 살아오다 보니 우리의 겉모습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유학 생활에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른 도시에 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차이가 있었다. 이렇게 거꾸로 생각해 보면 더 와 닿을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에 서양인의 외모이지만 한국인이라면 얼마나 신기할까? 한 국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 그렇다. 여기에서 새롭게 사귄 내 친구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친구들이 모두 제각각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정말 러시아인처럼 금발에 파란 눈이 있는가 하면, 우리와 같이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한 친구도 있다.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후에 허락을 받고 첨부를 할 예정이다.

그런데 남자들의 외모의 경우, 나는 처음에 굉장히 날카로움을 느꼈다. 서양인과 동양인을 섞은 듯한 외모다. 그렇다고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혼혈의 느낌은 아니다. 머리색이 검정색보단 살짝 옅고, 피부는 정말 백설기처럼 하얗고, 그런데 이목구비가 동양인 같다. 동양인 같은데 눈매에 쌍꺼풀이 서양인처럼 두껍지 않고 얇게 앉아 눈을 더욱 날카로워 보이게 한다. 그래서 학교나 길에서 남자들을 보면 이런 생각을 자주 했었다.

여자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오히려 여자들은 동양인 외모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확률적으로 동양인 외모의 여자가 많은 것뿐이지 여자 역시 서양인을 섞은 것 같은 외모, 완전히 서양인 외모 등 다양하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흐리스티나는 옅은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 갈색 눈썹을 가지고 있다. 이것만 보면 동양인 같기도 한데 진하고 큰 쌍꺼풀과 전등을 켜 둔 듯한 피부는 러시아인 그 자체 같다. 그런데 유난히 남자들의 외모는 나에겐 좀 튀었다. 절대 내가 여자라서가 아니고, 마냥 동양인 같지도 그렇다고 서양인 같지도 않은 그런 외모가 가끔씩 신기했다. 이들이 한 국가의 국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자꾸 호기심을 자극하여 결국 그들의 역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이 역사를 알아보는 데에는 현재 북동연방대학교 한국어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뚜야나의 도움을 받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현재 야쿠츠크 영토에서 살아 왔다고 한다. 고고학자들은 이미 구석기시대 초부터 야쿠츠크 땅에 사람이 살았던 기록을 발견한 바가 있다. 기원전 500년경부터 에벤키 그리고 에벤이라는 민족의 조상들이 살기 시작했다. 구석기 시대에 살았던 민족과 몽골어를 쓰는 호린퉁구스 라는 민족들이 섞여서 야쿠트라는 민족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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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벤키 민족 사진>

 

 

북쪽 극한의 기후에서 그들은 목축업, 농업과 건축양식을 보존해왔다. 이미 17세기부터 야쿠트인들이 인디기르카강, 얀나강 지역에 살게 되어, 그 지역의 목축업을 발전시켰다. 동시간대 야쿠트사람들은 툰드라 조건에서 퉁그스와 유카기르 민족들로부터 사슴 키우는 방법을 배웠다. 17세기 초에 카자크 사람들이 레나강 유역에 이르렀다. 1632년에 카자크 사람들이 레나강 유역 오른 쪽에 야쿠츠크 요새 도시를 만들어서 현재에 이르러 그 도시는 사하 공화국의 수도인 야쿠츠크가 되었다. 그 날이 야쿠티야가 러시아가 된 날이라고 여겨진다. 1638년에는 작은 마을이었고, 1725년에는 지방이 되고, 1784년에 주가 되었다. 18세기에 기독교가 전파되었다. 기독교가 전파 된 이후로 교육이 발전하고 야쿠트어로 된 책이 만들어지고 인종 간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앞서 말했다시피 굉장히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고, 사실 그 중 가장 강성했던 민족이 야쿠트민족이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인종 간의 교류를 주도하기도 했고 잘 스며들어 현재 러시아인들도 많이 정착하여 살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에서 온 농민들이 북쪽 지역의 사람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알려주었다. 또 한 편으로 야쿠츠크는 유배지였던 역사가 있다. 1640년부터 유배지였다. 야쿠츠크에 유배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의 이름으로 도시와 마을, 거리의 이름들이 많이 지어졌다. 후에 내가 쓸 칼럼 주제 중에 유배지에 관련된 주제가 있는데, 당시 박물관에서 보았던 고문 방법들이나 유배의 역사에 관해서 적어 볼 예정이다. 아마 기후적으로 너무 춥다보니 유배지로 적격했던 듯싶다. 혹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우울하고 생활이 어렵다. 방에만 박혀있으면 될 것 같지만 이따금씩 바깥 공기도 들이 쉬고 싶고, 걷고 싶어지지만 나가려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용기가 사라진다. 방에만 있으면 머리가 깨질 것 같고, 바깥에 나가려고 하면 다른 의미로 또 머리가 깨질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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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음식의 경우에는 야쿠츠크가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가깝다 보니 서쪽의 다른 러시아 도시보다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다. 이를 테면 쌀의 경우, 서쪽의 도시는 대부분 밥알이 날아다닌다.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쌀처럼 찰기가 있거나 윤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 각각 입 안에서 논다. 쌀 보다는 빵이 주식이다 보니 쌀의 품질이 훌륭하지 못 하다. 마치 밥이 건조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보통 식당을 가면 다 그렇다. 그런데 여기는 어떤 식당을 가던 마치 한국 식당에서 나오는 쌀처럼 찰기도 있고 밥알도 작고 맛있다. 그리고 빵을 주식으로 먹는 만큼 밥도 많이 먹는다. 밥이 들어간 블리늬(러시아식 팬케익)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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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Блины с рисом> 밥이 들어간 블리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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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롭 사진>

<기숙사 밥>

보기에는 부실해 보이지만 저렇게 한 그릇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하다.

 

 

 

 

 

 플롭은 사실 중앙아시아의 전통 음식이라고 해야 맞다. 러시아식 볶음밥이라고도 불리지만, 사실은 아니다. 물론 그만큼 여기서 대중적인 음식인 것은 맞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먹었던 플롭은 기름밥 그 자체였다. 원래 플롭은 기름에 볶아내는 밥이 맞다. 그 특징을 잘 살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기름향도 많이 나고 밥알은 기다랗고 날아다니며 미끌미끌하다. 그에 반해 여기 야쿠츠크에서 먹은 플롭은 마치 우리나라 볶음밥처럼 찰기 가득하고 밥알은 작고 입에 짝짝 붙는다. 분명 향과 들어간 재료 모두가 비슷한데 이런 지리적요소와 환경적인 요소 때문인지 몰라도 차이가 많이 났다. 제대로 된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중앙아시아로, 그래도 입에 익숙한 맛이 더 좋다면 야쿠츠크로 오면 좋을 것이다.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겠지만... 오게 된다면 드셔 보십시오! 그래서 내가 가장 만족하는 것 중하나는 바로 기숙사 식당의 밥이다. 다른 도시에 나가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기숙사 식당이 별로라서 대부분 밖에 나가서 사먹거나 요리를 직접 해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는 워낙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나는 항상 기숙사 식당을 애용한다. 일단 밥이 마치 집에서 한 듯이 찰지고 따뜻하고, 다른 고기나 생선들 역시 간을 하는 정도가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항상 맛있게 먹는다. 보면 여기 와 있는 한국인들 전부 기숙사 식당을 좋아한다. 보통 러시아 와서 초콜렛이나 케익 같은 디저트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한국에서처럼 밥을 잘 먹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가 비교적 잘 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먼 역사부터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야쿠트족과 유사한 부랴트족은 한국인과 일치하는 DNA까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난 이 곳에 온 것을 만족하고 있고 물론 날씨는 어쩔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먹고 자는 문제는 한국과 별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시차가 없는 것도 한 몫을 한다. 비슷하게 생겨서인지 여기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이 굉장히 많다. 특히나 K pop 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이지 싶었는데, 시내의 한 큰 상점을 갔을 때는 지드래곤의 노래가 나왔고 유명한 칵테일바에 갔을 때는 싸이의 노래가 나오기도 했다. 그냥 어린 소녀들 사이에서 유행한다고 하기에는 꽤나 이미 대중적이었다. 아마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들 중 하나도 그들과 우리의 유사한 외양이 한 몫 하지 않나 싶다. 미의 기준이 조금은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화에 대해서도 적어보려고 했으나, 신화는 내가 여기서 겪었던 경험과는 거리가 멀어서 역사와 그 역사로부터 내가 알아낸 현재의 경험을 위주로 적었다. 다음 칼럼에서는 친구들과의 사진도 첨부 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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