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신승주

안녕하십니까, 글로벌-K 러시아 리포터 신승주입니다.

 

청주 출생으로,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러시아학과에 재학 중이며, 야쿠츠크 파견 학생입니다.

 

로컬리티 광역특화전공 1기생으로서, 활발하고 직접적인 활동들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적이 면적 인만큼 광활하고 드넓은 러시아의 모든 지역을 샅샅이 파고들 수는 없겠죠? 그러나 제가 러시아에 머물면서 지나가게 되는 지역들은 결코 놓치지 않겠습니다. 갈고 닦은 지식과 더불어 여러 가지 시선으로 누구나 흥미로우며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보고서 작성 하는 리포터 되겠습니다.

Title 네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3-21 13:47 Read 745

본문

 

 

야쿠츠크 기본기

(야쿠츠크에 대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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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이 바로 지금 내가 있는 이 곳 야쿠츠크가 속 해있는 사하 공화국 혹은 야쿠티야 공화국으로 불리우는 곳이다. 위에 보이다시피 많은 러시아의 행정구역 중 가장 넓은 영토를 자랑한다. 그 중 중심지가 야쿠츠크이다. 공화국이라는 개념이 아마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사전적 정의로 공화국은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일단 러시아는 세계 면적 1위이다. 한반도와 비교를 하면 77.1배, 미국에 비교를 하면 대략 1.8배 정도가 된다. 땅이 넓은 것에 비해 인구는 약 1억 4500만 명으로 적은 편이나 그 안에 150개 이상의 굉장히 다양한 민족이 있다. 러시아를 구성하는 행정구역은 총 85개로 그 가운데 22개가 공화국이다. 이 공화국 마다 민족도 다르고, 또 언어가 다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는 고려인도 포함이 된다. 고려인은 현재 약 100만 명으로 추정이 된다. 따라서 영토가 너무 넓은 탓에 또 그만큼 다양한 민족이 있는 탓에 이렇게 여러 공화국이 생겨나게 되었다. 사하 공화국도 그 공화국들 중 하나이다. 그러니까 순수 러시아인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이들 공화국의 민족인 야쿠트인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평소 생각하던 러시아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앞으로의 칼럼을 읽는다면 익숙함과 동시에 새로울 수도 있다.

지리적으로 러시아 극동부에 속하지만 사실상 그냥 시베리아이다. 전영역의 40%가 북극권에 속해있다. 따라서 기후는 설명 없어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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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숙사 앞 사진> 3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북극권에 많은 부분 소속되어 있고 기온이 매우 낮은 탓에 땅은 영구동토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구동토란, 말 그대로 영구적으로 계속 얼어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알레스카나 캐나다에도 존재하는 이 영구동토는 특히 시베리아에서 가장 두꺼운 층을 띄고 있다. 이런 자연 때문에 신기한 건축방식이 이루어진다. 건물들의 아래가 영구동토로 이루어져 있어 그 위에 지탱하는 대를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짓는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살짝 건물이 땅 위에 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짓기 때문에 완벽한 수평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의 건물들이 있다. 여름이 되면 살짝 녹아서 건물들이 그때마다 또 기울기도 한다. 그럼에도 무너지거나 하는 일은 없는 것이 가끔 어떻게 건물을 지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들어보면 야쿠츠크에 많은 건물들은 한국에서 넘어와 지은 건물들이 많다. 높은 건물을 짓는 것도 쉽지가 않아 한국처럼 고층건물들이 없다. 14층 혹은 15층이 최대 높이라고 한다. 너무 추워서 시멘트들도 금방 얼어버리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시기가 길지 못해서 4~5개월 정도 날씨가 좋을 때 바짝 건물을 짓고 다시 휴식에 들어간다. 시멘트 양성이 어렵다. 잘 부서지기도 해서 건물 내부에 이런 현상도 쉽게 볼 수 있다. 건축 설계에 대한 설명을 현지에 오래 계신 분께 살짝 들었는데 나에겐 너무 어려웠다. 그러나 이러한 영구동토도 최근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환경문제로 인하여 여름이 되면 녹아내리는 양이 늘어나고 있어 하나의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수도 같은 경우도 당연히 만들 수 없다. 위로 다 만들어 꽁꽁 싸매둔 것을 흔하게 본다. 이러한 지리는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북극해에 가깝기 때문에 배를 통해서 물자를 받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 비행기로 물자를 운송하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가격은 높이 뛸 수밖에.

내가 여기 2월에 왔을 때 가장 최하온도인 -50도를 기록했었다. 혹은 -50도를 넘어가기도 한다. 12월과 1월도 춥기가 매한가지이지만 바람이 없어서 실제 온도만큼 추위를 못 느낄 수 있는데, 2월부터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50도이지만 그 보다 더 낮은 체감온도를 느끼게 된다. 서서히 봄이 오면서 바람은 더욱 세진다. 그래서 온도가 그리 낮지 않은 현재 3월, -20도 정도이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진다. 비행기에서 처음 내렸을 때, 코 안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좀 더럽지만 이물질이 코 안에 가득 찼다고 착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코 속이 다 얼어서 얼음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신기하면서도 너무 힘들었다. 기온이 낮으니까 그만큼 숨 쉬는 것도 힘이 들었다. 들이 쉴 때마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훅 들어오니 안정적일 수 없었다. 그 때의 느낌을 설명하자면, 옷을 아무리 껴입어도 몸이 냉해지는 느낌에 손과 발은 말 할 것도 없이 동상에 걸리는 느낌이었고, 내가 숨 쉴 때 마다 나오는 뜨거운 입김 때문에 속눈썹과 그 주변 머리카락이 다 얼어붙어서 실내에 들어와서 거울을 보고 놀라곤 했다.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르고 마스카라를 하고 나갔다가 검은 얼음들이 눈 밑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무서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밖에 있을 때 너무 추워서 눈물이 계속 난다. 눈물이 나오는 대로 눈 주변에서 얼어붙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 눈 뜨고 걷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생각 든다. 앞을 볼 수 없었다. 콧물이 나오는 건 당연히 느낄 수가 없다. 아마 여기 있는 한국인들은 서로의 콧물들을 다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것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바로 버스였다. 이 곳 버스들은 운이 좋으면 정차하는 곳이 어딘지 방송을 해주는 버스를 타고, 아니면 방송이 나오지 않는 버스를 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바깥 날씨에 반해 버스 안은 따뜻하다 보니 창문에 김이 서리고, 또 창문 외부에도 얼음이 얼어붙어서 아예 밖을 볼 수가 없다. 어딘지 가늠을 할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너무 난해했다. 자주 타다보니 나중에는 느낌으로 내리긴 했지만, 자주 잘못 내려서 걸어가는 일도 허다했다. 이 문제는 자연스레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최악의 불편함이다. 그렇다면 자동차가 어떻게 굴러가는 지도 궁금할 수 있다. 이 곳에서 흥미로운 연구가 바로 ‘얼지 않는 부동액’ 이라고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액이 어는 문제가 시급하다. 실내에 먼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러한 기후의 영향이 크다. 환기를 시키려면 창문을 열어야 하는데 너무 춥다보니 오래 여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다. 그러면 실내에는 먼지가 계속해서 쌓이게 된다. 2월 내내 혹한기에 살아가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처음의 일이었고 서서히 그 느낌들이 익숙해지면서 나중에는 코 속이 얼어붙는 느낌도 잘 느끼지 못했다. 지금은 털모자도 안 쓰고, 장갑도 잘 끼지 않는다. 또 하나 둘 털부츠도 벗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것. 여기사는 현지인들은 아직도 털모자와 장갑 등 겨울 용품들을 잘 착용하고 다니지만 한국인들은 벌써 하나씩 벗어던진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마 우리들에겐 이렇게 매일 같이 갑옷처럼 장착하게 되는 겨울용품들이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현지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보며 한 마디씩 한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뇌수막염이 온다라던가, 털부츠를 신지 않으면 발에 동상이 온다라던지.. 이렇게 이야기 해주지만 소 귀에 경 읽기와 비슷하다. 아마 내 생각에는 -50도에서 생활하다가 -20도로 온도가 오르면서 한국인들은 새로운 추위가 처음이라 좀만 풀려도 날씨가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이고, 또 눈으로 보이는 숫자들이 옷을 더욱이 얇게 만든다. 한국에서 만약 -5도에서 -10도로 내려갔다고 일기예보에서 보도하면 꽁꽁 싸매겠지만 이 곳에서는 나날이 숫자가 위로 올라가는 모습만을 보게 된다. 그러나 여기 계속 살아온 사람들은 이 곳의 기온에 대한 감각이 살아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각적인 요소에도 그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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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트인의 의상 착의와 한국인 의상 착의 사진>

 

 

위에 사진이 밖에서 나와 현지 친구 베로니카와 입은 의상의 차이이다. 털이 들어간 부츠와 함께 스키바지, 그 안에 청바지 하나를 더 입은 모습이다. 옆에 있는 청바지에 흰 운동화는 나, 바로 그 옆에 보이는 청바지에 검은 운동화 역시 당연히 한국인이다. 이렇기 때문에 야쿠트인들이 아무리 동양인처럼 생겼다고 해도 의상 착의로 한 눈에 구별 할 수 있다. 함께 사진 찍으면서도 한 소리 들었다. 한국인들은 참 건강한 것 같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입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봄이 찾아오는 느낌에 신이 나서 옷을 도저히 껴입고 다니기가 싫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이 시기에 감기가 찾아오는 일이 많다. 순식간에 기온이 올라가면서 옷이 얇아지니 감기 걸리기가 아주 적절한 것. 문화 차이라고 말을 해도 되는 부분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벌어지는 일은 맞다고 생각이 든다. 근데 이렇게 입는 것이 편한 것은 러시아는 겨울이 워낙 춥기 때문에 실내의 온도가 상당히 높다. 한국의 따뜻한 난방 정도가 아니고 덥다고 느낄 정도로 실내는 바깥과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그래서 실내에 오래 있을 경우에는 아예 옷을 얇게 입고 가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칼럼을 적어내려 갈수록 기후적, 지리적 영향으로 인한 문제점들만 잔뜩 적은 느낌이 드는데, 사실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살다가 이 곳에 오니 여간 신기하면서도 불편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추운 나라라고 겨울의 왕국이라고 예쁘게 칭하기에는 생각보다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이 곳 사람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이유도 그렇다.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고기인 것. 춥기 때문에 야채나 과일을 재배하는 일은 어렵다. 빵이나 고기를 주로 섭취하는 사람들이 영양소가 충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온통 겨울의 이야기를 적었지만 여름이 되면 또 다른 문제점들이 발생 할 것이다. 앞으로 날씨가 풀리니 지금은 큰 기대를 안고 하루하루 올라가는 기온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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