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신승주

안녕하십니까, 글로벌-K 러시아 리포터 신승주입니다.

 

청주 출생으로,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러시아학과에 재학 중이며, 야쿠츠크 파견 학생입니다.

 

로컬리티 광역특화전공 1기생으로서, 활발하고 직접적인 활동들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적이 면적 인만큼 광활하고 드넓은 러시아의 모든 지역을 샅샅이 파고들 수는 없겠죠? 그러나 제가 러시아에 머물면서 지나가게 되는 지역들은 결코 놓치지 않겠습니다. 갈고 닦은 지식과 더불어 여러 가지 시선으로 누구나 흥미로우며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보고서 작성 하는 리포터 되겠습니다.

Title 열한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5-23 13:23 Read 878

본문

Korean club

 


  야쿠츠크에 온 지 일주일정도 지났을 때, 전 칼럼에서 살짝 소개했던 John이 자신이 NEFU international의 장이라며 방에 찾아와 종이를 하나 준 적이 있다. 그 종이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학교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나는 Tandem과 Korean club을 골랐다. Tandem은 언어 교환 프로그램으로 한국어에 관심 있는 러시아 학생들을 모아서 한국인 학생들과 연결을 해 준다. 일주일에 1번씩 반드시 만나야 하며 사진으로 그 경과를 보고한다. 우리나라의 스터디 그룹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Korean club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들을 포함해서 한국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함께 만나는 클럽이다. 문화 교류도 하고, Tandem과는 다르게 공부를 하는 개념이 아니라 같이 노는 개념이다. 여기 외국인 학생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Korean club, English club, Chinese club 이렇게 딱 3개만 있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사실 한국인이 그렇게 많은 인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국 학교도 따로 있고, 이 학교에 한국어과도 있어서 그런지 이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사하한국학교라고 불리는 어린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는데, 거기로도 인사를 간 적이 있었다. 


   학생들의 질문은 대부분 언어보다는 한국의 문화에 대한 것들이었다. 인사를 90도로 하는 것이 중요한지, 절을 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또 왜 모르는 사람을 사진 찍으면 안 되는지 등이었다. 사실 여기에 있으면서 한국의 문화를 자주 설명하다보니 나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특히나 절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고 그 의미도 다양하다.

  

  종이를 제출한 뒤 며칠 후, 그룹이 만들어졌다. Tandem과 Korean club 각 각 톡 방이 생겨서 자기소개를 가볍게 한 뒤 약속을 잡았다. 나는 항상 생각하지만 이곳은 다른 어떤 러시아 지역보다 현지인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고,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이 되어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다. 나는 오기 전에 내가 무조건 먼저 다가가는 방법으로 친구를 열심히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이곳에 오니 일단 한국인을 너무 반겨주고 먼저 다가와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었다. 러시아에서 이렇게 한국인을 환대해주는 곳은 여기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바로 다음 학기에 글로벌캠퍼스에서는 야쿠츠크로 교환학생을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날씨와 관련해서는 이해를 하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이곳의 장점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야쿠츠크의 대부분 학생들은 영어도 굉장히 잘해서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영어로도 잘 가르쳐준다. 항상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여기 현지인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모두 친절하고 나서서 해주고, 무엇을 하자고 먼저 제안을 해줘서 여기서 생활하는 것이 심심하지 않았다.

 

  Tandem 첫 만남 때에는 사실 한국어를 이미 좀 아는 친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가보니 아니었다. 한국인은 2명, 현지인 3명 우리 Tandem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는데 현지인 친구 중에 1명은 한국에서 한 학기 공부를 한 친구였고, 한 명은 조금 읽을 줄만 알고, 한 명은 아예 글자를 몰랐다. 공부를 했던 친구도 한국어과가 아닌 공대를 다니는 친구다. 단 한명도 한국어과가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 신기했다. 우리랑 Tandem을 하겠다고 신청한 것이 어떻게 보면 좀 부담이 되기도 했다. 들어보니 이 친구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는 자음과 모음을 처음부터 알려주고 간단한 인사말들과 한국어 이름을 지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러시아어를 가르쳐 주었는데 이야기를 오래 하다 보니 나중에는 언어교환 본분을 잊고 그냥 러시아어로 대화하며 놀았다. 일주일에 1번 만남이지만 한 번 만나면 꽤 오랫동안 같이 있기 때문에 친해지는 것도 빨라지고, 친해지다 보니 이것저것 계획도 함께 세우면서 피크닉도 가고, 쇼핑도 하면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1번 이상 만나지 않으면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만나기 위해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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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러시아인이고 한국인인지 구별이 되시나요?

 

 

  사실 이러한 외적요소도 친근감을 더 빨리 주고 받는데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친근감을 갖다가도 러시아어로 솰라솰라 말을 많이 하면 또 다시 러시아인이구나 하고 정신이 든다.

 

  Korean club의 경우에는 2주에 1번 이상의 만남을 가져야 한다. 아무래도 인원이 많아서 약속을 잡는 것이 여간 쉽지가 않다. 거의 30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그래서 한 번 만나면 넓은 세미나실 같은 곳에서 만났었다. 아까 말했듯이 이 클럽은 같이 즐기며 노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의 게임과 러시아의 게임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활동적인 것을 함께하다보면 친해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마피아 게임은 어딜 가나 통하나보다. 다 같이 마피아 게임을 했는데 방법이 살짝 다르긴 해도 우리가 아는 그것들은 다 비슷하다. 

 

  야쿠츠크 전통 음식들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또 우리는 한국음식을 대접하고, 한참 [태양의 후예]가 붐일 때는 같이 시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Tandem이나 Korean club으로 인해서 현지 친구들과 만남이 잦다보니 언어가 늘지 않을 수가 없고, 정도 많이 들어서 진짜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는 친구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Гулять(굴랴찌) 라는 단어가 ‘산책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보통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거나, 실내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데 여기 친구들은 항상 굴랴찌를 하자고 제안한다. 대화를 나누어도 굴랴찌를 하면서 하고, 날씨가 추워도 추운대로 굴랴찌를 한다. 처음에는 이게 귀찮기도 하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걷는 것이 정말 좋아졌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이들의 하나의 문화이다. 항상 방에 누워있길 좋아하던 나도 시간이 나면 나가서 걷고 싶고, 이제는 버스도 잘 타지 않는다. 이런 습관이 한국 가서도 계속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아마 러시아에 와 있는 유학생들은 굴랴찌가 얼마나 여러 가지 의미로 좋은 단어인지 공감할 것이다. 

 

  한국인 학생들은 이러한 두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또 다른 NEFU international의 다양한 행사로 인해서 러시아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야쿠츠크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어떤 러시아 기숙사에서 한국 노래가 이렇게 자주 흘러나올 것이며, 우리를 좋아해줄까. 난 곧 여길 떠나지만, 여기서 한국인으로서 행복했던 여러 가지 일들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단지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인종차별이 아닌, 환대를 받고 행복했던 기억들은 계속 어디를 가도 생각 날 것이다.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러시아에도 이런 곳이 있단 걸 알게 된 것에 굉장히 기쁘다. 칼럼으로 다 전해질지 모르지만 정말로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한국인을 좋게 생각해준다. 일부 소수가 아니라 다수이다. 대부분이다. 너무 이 점에 대하여 많이 언급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과연 여기가 러시아인가 의문이 들 정도였기 때문에 그 신기함에 계속 여기저기 말을 하고 다닌다. 지금도 다른 친구들은 거기가 러시아냐고 물어본다. 이곳은 직접 와보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에도 말하기가 힘든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반적인 러시아에 대한 개념을 바꿔 준 곳이고, 흥미를 가지고 겨울에 한 번 와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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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club때 찍었던 사진인데 역시 누가 한국인이고 현지인 친구인지 구별하시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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