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강호윤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국제지역학대학 러시아학과 4학년 강호윤입니다.

 

러시아를 꾸미는 수식어는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수교 30주년, 무비자 여행, 자원 강대국 등 많이 있지만 아직 많은 분들은 춥고 멀고 인간미 없는 나라라고 인식합니다.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참조가 됐으면 합니다.

 

춥지만 따뜻하면서 그곳만의 정이 있는 나라 러시아, 지금 출발합니다.

Title 네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3-21 13:36 Read 656

본문


에필로그

 

 

고민 : 정말 잘 될까?

 

2013년 카잔에 온 이유는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명시했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생겼는데, 전공에 대한 의구심과 제대 후에 진로가 걱정되었다. 제대 후 러시아 유학을 계획하고 우여곡절 끝에 정말 유학을 시작했다. 이곳에 오고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조금 익숙해졌다고 가슴을 펴면 또 다른 시련이 다가와 내 어깨를 움츠리게 했다.

어느 날 부터 공부를 하는 중에도 집에서 쉬고 있을 때도 유학을 하면 정말로 러시아어를 잘할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알고있다.]

●카잔, 성공적인 유학을 위해! - 2년간의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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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들이 러시아언어를 배우는 카잔국립대학교 건물


 

4가지의 덕목 : ‘신언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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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전에는 아무도 모른다./러시아에 도착한 소포의 사진

 

 

 

 

유학이 결정되었을 주위에서는 내가 마치 예쁜 포장지에 싸여있는 선물상자를 얻었다고 생각하며 부러움을 표시하기도 했고 훗날 취업의 지름길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예쁘게 포장이 돼 있는 상자라는 점이다. , 실제로 뜯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다. 준비 단계부터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상자 속에 내용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도착 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다고 해서 저절로 입이 트는 것이 아닌 것을 깨닫고 포장은 예뻤지만, 속 알맹이는 내가 채워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어라는 것은 수학과 같이 경우에 수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슈퍼에 가서, 길거리에서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었을 때, 혹은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경우 등 각 상황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단어가 달랐고 그에 비해 경험이 부족했다.

경험에 비추어보아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고 동시에 분함을 느끼면 일시적으로 패기와 열정이 넘쳐흐르며 만화의 한 장면을 보듯 경건한 마음으로 머리띠를 묶고 책상에 앉아 무조건 다 외우고 잔다라고 다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만화의 한 장면일 뿐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만족스러운 유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옛날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몸[體貌]·말씨[言辯]·글씨[筆跡]·판단[文理]의 네 가지를 이르는 말,신언서판[身言書判]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신身 :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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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어느새 주방에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건강 조심해라.’ 라는 말은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인천국제공항을 떠나던 그 날까지도 들었던 말이다. 다소 지나치게 걱정하시는 거아니냐는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숙사 단지 내부에 카페가 물론 있지만, 항상 사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요리와 주방 도구에 익숙하지 않았던 유학 초기, 밖에서 파는 즉석 음식과 빵으로 끼니를 때워 건강이 안 좋아진 적이 있다. 후에 잘 먹어야 건강해지고 건강해져야 공부도 한다는 생각이 들어 느린 인터넷을 의지해 달걀 밥 같은 쉬운 요리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밥을 직접해먹은 생활이 자리잡혔다. 식습관뿐 아니라 여유가 된다면 운동을 하길 권한다. 음식은 해결이 됐는데 살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운동할 곳을 찾아 거리를 헤맸다. 나가보니 카잔의 또 다른 별명인 체육 도시인 만큼 도시 이곳저곳 체육관들이 있다. 만약 체육관에 가서 덩치도 남다른 외국인들이 무섭다면, 기숙사 내에 있는 길을 따라 걷거나 뛰면서 땀을 흘리면 하루 받았던 스트레스를 날리고 건강한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언言 : 이야기를 많이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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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공부했던 친구들과의 단체 사진

 

 

러시아의 수업시간을 자세히 보면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의견을 많이 물어본다. 미처 준비 못했던 질문이나 조금 어려운 분야면 말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후 자신이 잘못 했다고 생각해서 기가 죽어버리면 안 된다. 자신은 몰라서 배우러 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처음은 단어만 말해도 나중에 가면 문장이 된다. 자신감을 잃었다면 역으로 생각하면 된다. 외국학생이 자신들의 모국어를 배우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다. 실수를 바로 잡아주기 위해 선생님 이라는 직업이 있으니 언제나 질문이나 실수는 환영이다.

 

말을 아끼다 보면 기회가 놓칠 수도 있다. 수업이 끝나고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상상했으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서로 간의 친분을 다져가는 과정에서 수업 교재와는 다른 또 다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자신의 언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와 달리 만약 혼자 방에서만 공부하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간 자기도 모르게 온 행운을 차버릴 수도 있으니 입은 항상 풀어놓는 것이 좋다.

 


 

서書 : 읽고 보고 문화를 흡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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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애니메이션 CD를 산 후 기념사진

 

 

 

 

책은 지식의 보고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라고 하면 금방 질리기 마련이다. 또한,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돼 있기 때문에 사전을 통해 단어를 찾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이럴 때 미디어 자료를 이용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DVD와 같은 영상메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어렸을 적에 봤던 어린이 만화와 같이 쉬운 내용으로 시작하면 공부가 아닌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영화관에 가서 최신 러시아 영화를 즐겨도 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더빙 처리된 방송이나 영화가 대부분이다. 특히 영화관에는 자막이 따로 없으므로 처음 러시아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자막과 여러 언어가 지원되는 DVD를 더 추천한다. 이제 조금 언어가 들리기 시작한다면 마음에 드는 대사를 외워 실생활에서 얘기하면 금방 자신의 언어가 된다.

 


 

판判 : 상황에 따라 판단해가며…!

매일 꾸준히 운동하며 체력도 기르고 슬슬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익숙해져 가고 있다. 수업 후에 모여서 먹기도 하지만 이제는 기숙사 방에 찾아가서 가벼운 대화나 가끔은 전화 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있다. 집에 와서는 쉬는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러시아어로 된 만화영화를 보다가도 습관이 되어 필요한 문장이나 대사는 공책에다가 적고 한두 번쯤 소리내 말해본다. 마지막 단계인 判(판단)은 지금까지 해온 방식들을 반복하며 생활화하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누가 무언갈 물어봐도 예 혹은 아니오 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했다면 이제는 짧지만, 이유를 덧붙일 수도 있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 잠시 잊고 있던 본래 모습을 찾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글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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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유학할 계획이 있거나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결과에 얽매이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더 배우고 더 잘하고 싶어서 정들고 편한 나라를 떠난 거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왔을 때는 쉽지가 않다. 조급해하지 말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결과는 따라오게 되어있다. 건강한 신체를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체력이 좋아졌고 법칙을 무시하고 단어만 말하던 내가 문장을 구사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책과 매체를 이용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쓰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고민은 더는 고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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