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강호윤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국제지역학대학 러시아학과 4학년 강호윤입니다.

 

러시아를 꾸미는 수식어는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수교 30주년, 무비자 여행, 자원 강대국 등 많이 있지만 아직 많은 분들은 춥고 멀고 인간미 없는 나라라고 인식합니다.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참조가 됐으면 합니다.

 

춥지만 따뜻하면서 그곳만의 정이 있는 나라 러시아, 지금 출발합니다.

Title 두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3-17 14:10 Read 930

본문


들어가는 글


카잔은 러시아연방에 속한 타타르 공화국의 수도이며 볼가 강을 중심으로 한 상공업 도시이다. 주력 산업으로는 기계제조(농기, 의료기) 지방가공, 사진필름, 가죽, 섬유산업이며 그 외에도 201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 축구팀 루빈 카잔의 본거지, 2015년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그리고 2018 년 월드컵까지 '스포츠 도시'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각종 크고 작은 경기장들이 거리에 심심치 않게 보이는 도시이다. 인구 117만 여명의(2013년 기준) 아주 큰 도시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알고있다.] 

 

●러시아, 넌 어디까지 알고있니? - 2년간의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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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과 조화가 일품인 카잔의 상징 – 카잔 크렘린

 

 

난생처음 만난 러시아- 안녕KAZAN ?


사람들에게 러시아라는 나라를 물어보는 인터뷰를 했었을 때, 다양한 주제어들이 나온다. 추운 나라, 불곰이 애완동물인 나라, 푸틴의 나라, 보드카의 중심지 등등이 나온다. 이때 '러시아의 어느 도시를 알 거나 들어보셨나요?' 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오는 정답은 항상 일정했다.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톡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이 세 곳 외에는 언급되지 않는다. 2013년 러시아 알파벳 하나 외우고 떠난 러시아 도시의 이름은 모스크바도 블라디보스톡도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아닌 카잔이었다.

 

2013년 9월 11일 모스크바 공항을 거쳐서 카잔이라는 도시에 착륙했다. 공기마저 낯설었던 이곳에 왔을 때 언어는 물론이고 아는 거라고는 현재 서 있는 곳이 '카잔'(어디 게임에서 흔히 접하는 이름 같아서 외울 수 있었다.) +7이 지역 번호라는거 그리고 이곳에는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없다는 거 뿐이었다. 그나마 나에게 위안을 준 것은 길에 달리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가 많이 보인다는 것 뿐이었다. 시간은 오후 10시 그렇게 미리 학교 측에 신청한 운전기사의 안내를 받아 기숙사KAZAN UNIVERSIADE VILLAGE 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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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연속해서 내린 비가 그친 뒤 기숙사의 모습 

 

 

 

카잔 유니버시아드 마을 (Kazan universiade village) 201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맞춰 건설된 하나의 선수촌이자, 기숙사의 이름이다. 어찌나 유명한지 웬만해서 카잔에 사는 사람들 모두 다 어디에있는지 단번에 알 정도였다. 지명이 영어식이라 정말로 누가 지었는지 고마울 정도였다. 대회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이 거대한 규모의 기숙사는 학생들에게 (특히 외국에서 온 학생들) 제공이 된다. 13층짜리 고층 동과 5층이 전부인 저층 동, 작은 슈퍼마켓, 카페 등 기본적으로 생필품을 구매할 수 도 있고 간단한 요기도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이곳은 다른 (구)기숙사보다 규칙이 엄격했다. 오후 11시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와야 했다. 모든 것이 최신식이었던 이곳의 유일한 단점은 시내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전용버스가 있었지만 약 40~50분의 시간이 걸렸다. 즉 긴장되는 하루를 끝내고 친구들과 회포를 풀 시간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또한, 기숙사 엘레베이터, 복도 그리고 방에까지 붙어있는 금지사항들이 눈에 띄었다. 내용인즉슨 싸우지 말고, 기숙사 물건 가져가지 말고, 술 금지, 큰소리로 음악 듣지 않기, 마약을 하지 말기 등 상식적이면서도 다소 극단적으로 적혀있는 규칙들을 보니 정말 해외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흩어진 '서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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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지명수배를 내리면서 쫓고 또 쫓았던 서류들 

 

 

오자마자 베란다에 있는 소세지 몇 조각을 잘라주며 나를 반겨준 중국인 방친구를 시작으로 생각했던 거보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들떠있던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정착하는 데 필요한 상점 위치를 파악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여권을 보여주며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오기 전과 달리 한결 마음은 가벼워졌지만 언어 실력은 그대로였다. 지금 나에게 무엇인가 설명하는지 화를 내는지 조차 알지 못해 멀뚱멀뚱 제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몇 분 뒤 방에 있던 중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들어온 뒤에서야 '통행증'발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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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서 부적 같은 물건이었다.(러시아 학생증의 모습) 

 

 

카잔에 도착한 다음 날, 학교 행정처를 찾아가서 바로 학생증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며 책상에 내 사진이 들어간 학생증이 준비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려냈다. 그리고 며칠 뒤 기숙사에서는 여기에 내가 살고 있다는 증서가 있어야 한다며 들여보내 주질 않았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한국에서 출국 전에 수차례 필요 서류를 온라인 상에서 보냈는데 이제 와서 별도의 서류가 필요하다는 게 나에게 있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상대방의 태도가 워낙 강경해서 필요한 서류를 수소문을 통해 알아본 뒤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필요 서류 목록에는 병원에서의 피검사와 폐 엑스레이검사 그리고 기숙사 거주 확인증이었다. 덕분에 어디에 무슨 병원이 있고 병원 안에서도 원무과가 어디인지 내과가 어디인지 금세 파악이 되었다.


겨우겨우 서류를 손에 넣고 잠시 앉아있을 때 문뜩 수업시간에 들었던 농담이 생각났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 지어진 핵 관련 시설들이 아직 러시아에 묻혀있다고 교수님은 설명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시설들의 위치를 모두 문서로 저장해놔서 분실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설마설마 했지만 그 '설마'가 현실이 되어 되돌아오니 손에 들고 있는 서류 뭉치들이 내가 지금 어느 나라에 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수업시작! 카잔연방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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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의 본부 이곳에 행정처가 있다. 

 

 

카잔연방대학교는(원문명:Казанский (Приволжский) федераль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러시아 타타르공화국 카잔에 1804년 '카잔국립대학교'에서 출발했다. 러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긴 역사가 있는 학교로 2015년에210번째 생일을 맞이했고, 2012년 카잔 국립대학교, 타타르 인문 사범 대학교, 옐라부가 사범대학교 그리고 카잔 국립 경제 대학교들이 통합되어 지금의 이름인 '연방대학교'로써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많은 대학이 하나의 이름으로 통합이 되어 웅장한 캠퍼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러시아에는 한국처럼 모든건물들이 한울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사이사이 여러 군데 퍼져있다. 때문에 학교 행정처에서는 새로 들어온 학생들을 위해 카잔 관광지도를 구비하고있다.


카잔연방대학교의 유학생 관련 교육 제도로는 크게 두가지로 학위 취득 여부로 나눌 수 있다. 일정 학위를(학사,석사 또는 박사) 따기를 희망하는 경우 그리고 비학위 과정 (최장2년) 러시아어를 훈련하기 위한 수업이있다. 학위를 위한 제도 같은 경우 우선 러시아 공인 시험 TORFL(토르플)1급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입학이 허락된다. 공인 인증서가 없을면 대학교 예비 과정 수업을 듣게 되는데, 학기가 끝날 때 시행되는 시험에 합격하면 비로소 정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비학위 같은 경우 별다른 공인 시험 없이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학교 자체의 평가로 반을 나누게 된다. 별도의 학위는 없지만, 학기 말에는 카잔대학 명의로 된 수료증을 발급해 준다.


수업은 일주일에 5일 (월~금)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수업당 한 시간 20분 수업 10분 휴식으로 진행된다.. 시작시간은 반에 따라 다르지만, 첫 1교시 수업은 8시 반에 시작된다.  주요 과목은 러시아어 쓰기, 읽기, 문법, 발음, 듣기가 포함돼있으며, 반에 따라서는 영화, 러시아 노래와 같은 실전 러시아 실력을 키울수 있는 과목들도 포함된다. 평가 방식으로는 모든과목을 대상으로 절대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우미양가 처럼 이곳에서는 1~5의 숫자로 등급을 준다.(숫자가 클수록 좋다.)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시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출석 점수와 태도 점수가 크게 반영된다. 아무리 시험을 잘 봤어도 출석 점수가 불량하면 선생님들은 고개를 저으며 4(Хорошо '우'에 해당되는 등급)이상의 점수를 주지 않는다. 반면에 시험을 잘 못 봤어도 출석을 매번 한 학생에게는 5 (Отлично '수'에 해당하는 등급을 주는 경우도 있다.  

 

 

특명! 카잔에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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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유니버시아드 대회 마스코트와 함께! 

 

 

카잔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사건이 있었다. 이곳에 공부하러 왔으니 당연히 받을 수 있고 모든 것이 준비가 돼있는 줄 알았던 모든 것들이 그에 걸맞은 값을 치러야 했다. 지리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학생증 그리고 통행증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시간은 지나와서 생각하니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 덕분에 각종 건물의 위치와 몇시에 가야 빨리 서류를 처리할 수 있는지 나만의 노하우까지 생겼다. 정식으로 학교 수업이 시작된 이후에는 '혼자서 서류 준비' 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생겨 많은 외국인 친구들과 친분까지 쌓기 시작했다.


현재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라는 말은 익히 알고 있을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생 끝에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긴 줄을 침묵과 식은땀 속에서  시간을 보내도 몸과 마음이 지쳐가도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 자신이 생각했던 거 보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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