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강호윤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국제지역학대학 러시아학과 4학년 강호윤입니다.

 

러시아를 꾸미는 수식어는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수교 30주년, 무비자 여행, 자원 강대국 등 많이 있지만 아직 많은 분들은 춥고 멀고 인간미 없는 나라라고 인식합니다.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참조가 됐으면 합니다.

 

춥지만 따뜻하면서 그곳만의 정이 있는 나라 러시아, 지금 출발합니다.

Title 첫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3-17 14:00 Read 945

본문

전쟁과 같은 기말고사 후에 꿀 같은 겨울방학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곧 계획이 바뀌었다. 학교에서 2016년도 1학기 러시아 파견이 결정되었다. 난 러시아를 가게 되었다. 2013년 군대 제대 직후 아무것도 모른 채 인천공항에서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러시아는 주변에서 많이 가는 동남아국가나 일본과는 달리 비행기 표만 있다고 해서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서 더 조마조마 했다.

 

 

 

러시아 내려다보기

 


●출국준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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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이자 핵심인 초청장. 이 종이 한장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비자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상황에 따라 인내심이 필요한 단계이다. 2013년 말에 양국가간 체결된 무비자 여행 협정 이후에는 ‘비자 없어도 갈 수 있어!’라며 비자 관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위로했지만, 아직 이때는 협정 체결 이전이라 시선을 피할 곳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유학 하고자 하는 학교에서의 초청장을 받기 위해 지정병원에서의 에이즈 검사, 지원서, 학과장 추천서 등 필요한 서류를 눈코 뜰 새 없이 준비했는데도 마무리 단계에서 학교 측과 오해가 생겨 초청장이 다소 늦게 도착해 비자가 부착된 여권을 받을 때까지 불면증에 시달렸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 측에서 이미 초청장을 보낸 줄 알고 있었지만 사실 내 초청장은 학교 사무실 책상에서 표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받아보면 글자와 숫자로 이루어진 작은 문서지만 이것이 준비가 돼 있으면, 출국준비의 반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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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도 많이 싸본사람이 안다. 상황에 맞게 물건을 준비하면 가벼운 여행이 될 수 있다.

 

 

 짐을 꾸리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중량 제한이다. 러시아의 경우 기내반입 12kg 항공수화물 23kg(이민 가방)의 제한이 있다. 23kg은 생각보다 아주 적은 양이기 때문에 해외에 가는 목적과 향후 계획을 충분히 고려한 뒤 우선순위에 맞춰 물건을 골라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러시아는 추운 나라다. 그래서인지 가장 먼저 따뜻한 옷이 떠오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의 경우 학교 측에서 기숙사를 제공해준다. 즉, 기숙사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면 짐 가방에 필요한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기 중 지낼 기숙사가 신축공사를 한 건물이며 난방이 잘 된다고 하면 부피가 큰 전기장판을 가져갈 필요가 없어진다. 장판 대신에 한식이나 한 번쯤 멋을 낼 수 있는 옷을 챙겨 가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옷 말고 책이나 학습서를 챙겨갈 때 욕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곰곰이 자신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말 필요한 책인가? 따로 공부할 시간이 있는가? 체류 기간은 총 얼마나 되겠는가? 등을 따져보면 자신에 대해 냉정해질 수 있다. 실제 경험을 해보니 정말로 필요한 책 한 권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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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 중요하지만 교류도 중요하다. 답답하면 나가라 그곳에 친구들이 있다.

 

 

 이제 짐도 대략 정리가 되었고 항공권, 비자, 소정의 돈까지 준비가 다 되었다면 잠시 여가 쪽에 눈을 돌릴 차례가 왔다. 해외유학 생활 중 여러 가지를 경험할 텐데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은 역시 추억을 쌓는 일이다. 언어에 자신감이 붙어갈 때쯤 새로 알게 된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하거나 다차(산장의 러시아식 발음)에 놀러 가는 거만큼 설렘을 느끼는 일도 없다. 이를 대비해 ‘국제 학생증’을 발급받아 가길 바란다. 국제학생증은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학생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카드다. 실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 궁전에 여행 갔을 때 난 350루블에 입장했지만 국제 학생증이 없던 친구는 500루블을 지불하고 들어갔던 적이 있다. 뜻밖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또 하나는 연락 수단에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메신저가 발전을 많이 해서 국제전화 없이도 다른 나라에 있어도 통화가 가능하다. 대신 국가별 인터넷 속도의 차이가 있으므로 설치가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어플리케이션은 미리미리 설치해 작동 여부를 확인해 가면 누구보다 빠르게 한국에 자신의 소식을 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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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외국에 대한 두려움보다 미소지을 여유를 챙겨가라.

 앞서 언급했듯이 2016 한 학기 동안 러시아에 또 가게 되었다. 처음보다는 비교적 수월할 것이로 생각했던 출국준비도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들로 난항을 겪게 된 적도 있었다. 비자, 수화물, 개인적인 물품 등 준비할 것이 많지만, 무엇보다 ‘시간’을 잘 관리해서 한 발자국씩 부지런히 하는 것을 추천한다. 떠나기 전 몸이 아플 수도 있고, 준비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경우도 생길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어도 떠나기 전날에는 모든 걱정 근심 내려놓는 하루로 남기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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