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강호윤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국제지역학대학 러시아학과 4학년 강호윤입니다.

 

러시아를 꾸미는 수식어는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수교 30주년, 무비자 여행, 자원 강대국 등 많이 있지만 아직 많은 분들은 춥고 멀고 인간미 없는 나라라고 인식합니다.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참조가 됐으면 합니다.

 

춥지만 따뜻하면서 그곳만의 정이 있는 나라 러시아, 지금 출발합니다.

Title 아홉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6-30 11:15 Read 942

본문

문학의 길을 따라 걷는 여행 도스토예프스키 (죄 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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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박물관에 전시되있던 죄와벌 원본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은 화려한 궁전, 밤마다 열리는 웅장한 다리, 표트르 대제가 세운 러시아 제2의 심장, 2차 세계 대전 때도 음악과 예술이 끊이질 않았던 예술의 도시 등이지만 도스토예프시키는 달랐습니다. 작가는 소설 '죄와 벌'을 통해 예술의 도시의 어두운 면을 강조했습니다. 차갑고 매몰찬 분위기 속에 사람들은 길인지 아닌지도 모를 더러운 거리를 걸으며 굶주린 지식인(대학생)들과 가난한 수공업자들이 들끓는 도시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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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센나야 광장의 모습. 환승역이 많아 항상 사람으로 붐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 속의 배경을 센나야 광장(예전에 무역상인들이 주로 거래하던 장소)을 중심으로 그립니다. 소설 전개에 중요한 사건들의 배경은 주로 센나야 광장 주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 라스꼴리니코프 가 나중에 깊은 관계까지 발전하는 생계를 위해 몸을 팔던 여인 소냐를 만난 장소 스탈야르니 골목길(노어 표기: Столярный переуглок), 전망대 근처에서 스비들릴코프가 자살한 장소 -콘노드바리데이스키 가로수길(노어표기 : Конногвардейский бульвар), 소냐의 아버지 마르멜라도프 세묜자하르이치 가 마차에 치인 장소- 보스네센스키 대로 (노어 표기: Вознесенский проспект) 그리고 소냐의 새엄마이자 폐결핵을 앓고 있던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피를 토한 거리 코쿠시킨 다리(노어표기- Кокушкин мост)등 이 있습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지금부터는 소설 속 주요인물들의 거처를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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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지도는 챙기셨나요? 잘 보시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센나야 광장 그리고 소네치카 마르메라도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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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센나야 광장. 소설상의  무역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교통의 요충지이다.

 

센나야 광장은 앞서 소개되었듯이 소설 '죄와 벌'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입니다. 예전에 센나야 공장을 중심으로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도스토예프스키는 다음과 같이 묘사를 했습니다. '팔고 남은 많은 상품이 대형 벤치, 상자, 또는 탁자를 따라 진열되어있고 물건을 구경하던 손님들과 더불어, 상인들도 상자를 자물쇠로 잠구고 상점을 정리하며 집에 갈 채비를 했다. 광장의 반대편 허름한 선술 근처에는 낡고 악취가 풍기는 집들이 모여있었으며, 저녁만 되면 가난한 수공업자들과 누더기 입은 사람들이 술을 사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곳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다니던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곳이다. '

소설의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는 이 무리의 구성원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가난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어느 날 센나야 광장이 그를 유혹이라도 한 거처럼 길을 가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고리대금업자인  알료나 이바노브나가 집에 혼자 있을 것이라는 대화를 듣게 됩니다. 그 대화를 들은 라스콜리니코프(로쟈)는 평소에 그녀의 '악덕함'에 불만을 품고 있었으며 순간 그런 사람은 살 가치가 없으니 차라리 처단하는 것이 세상을 정화하는 것이라고 내면의 어둠에 삼켜져 살인을 계획합니다. 결국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살해한 뒤  로쟈는 살인을 마음먹은 센나야 광장 한복판에 서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죄에 용서를 빌듯이 사람들에게 이 끔찍한 사건을 토해냅니다. 이때 로쟈는 그전까지 불안하고 힘들었던 마음을 눈물로써 쏟아내며 나중에는 희열마저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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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위치해 있던 소네치카 마르멜라도바 (소냐)의 집

 

로쟈가 시베리아에 징역생활을 가게 되도 끝까지 곁을 지키며 자수를 권한 정신적인 지주이자 소설의 여주인공 소네치카 마르멜라도바(소냐)는 강가 근처 그리보예도바(Грибоедова) 거리와 카잔스키 거리와 교차하는 곳에 있는 73호 집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술 주정뱅이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순탄치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굉장히 깨끗한 여자로 소설은 표현하고 있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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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주인공의 집이라 그런지 다른 건물들과는 다르게 기념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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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 앞에서. 라스콜리니코프의 집 이라고 적혀있다.

 

이제 주인공 라시콜리니코프의 집으로 향해 볼까요? 주인공의 집은 코쿠시킨 다리를 건너 스탈야르니 거리(Столярный)와 그라쥐단스키 (Гражданский)거리의 교차 되는 9호집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많은 학자의 견해로 로쟈는  그라쥐단스키 거리 19호 집과 스탈야르니 거리 5호 집이 교차하는 곳에 살았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도스토예프스키는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 7월초 몹시 더웠던 날, 한 청년이 자신의 집(원문상 : 헛간 또는 작은방으로 묘사)에서 나와 스탈야르니 거리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순간 주저를 하더니 코쿠시킨 다리로 향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스탈야르니 거리가 있으면서 그의 다락방에는 13개의 계단이 있었던 점을 가장 큰 증거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수위실이 있던 스탈야르니 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 속에 주인공이 도끼를 가지고 간 장소도 있다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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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의문의 1패의 기운이정말 저 높이 까지 홍수가 난건가믿어지질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예전에는 로쟈네 집은 5층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로쟈가 나왔던 1층 문은 폐쇄가 되고 건물도 4층 건물로 바뀌었습니다. 건물이 전쟁 중 파괴되어 다시 지은 것이 아니라 1824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아주 큰 홍수가 일어나 (그전에도 홍수는 빈번히 일어났다.) 나라에서 도로의 높이를 올렸다고 합니다. (건물은 그대로 두고 도로 부분만 더 두껍게 재포장)

고리대금업자 알료나 이바노브나의 집

라시콜리니코프 집을 통과해서 나와 고리대금업자의 집으로 가보겠습니다. 살인이 일어난 날과 같은 방향으로요. 주인공은 스탈야르니 거리를 따라 걷다가 코쿠시킨 다리로 갔습니다. 그리고 운하를 건너 사도바야 거리(Садовая улица)로 갑니다. 그리고 사도바야에서 림스키-코르사코바 사거리(проспект Римского-Корсакова)로 갑니다.

왼쪽으로 이동하면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에서 많이 언급되는 유스뽑스키 공원이 보입니다.  이곳은 주인공의 친구이자 살짝 바보 같지만 정의롭고 듬직한 라주미힌과 자주 산책을 즐겼던 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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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보니 왜 도스토예프스키가 반했는지 조금은 알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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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태양을 즐기는 사람들, 자연 정말 완벽한 조합이었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이 공원을 정말로 좋아했는지 소설 속 주인공에게 자신이 생각해왔던 상상을 펼치게 합니다. '라시콜리니코프는 이 공원을 지나가면서 만약에 커다란 분수가 있으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얼마나 상쾌하고 쾌적해질까 생각을 했다. 조금씩 조금씩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면서 라시콜리니코프는 만약 예카테리나 여름궁전이 마르스 광장(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중심부에 있는 공원)을 지나 미하일롭스키 공원(러시아 미술관 앞 공원) 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겠다' 라고 말하는 대목이 작품에 나옵니다.   

작품 속 림스키-코르사코바 사거리에 있는 집들의 모습은 '어둡고 그늘지며 안에는 습기가 가득해 현관문 조차 썩어 문드러졌다.'라고 표현됩니다. 이 대목에서 작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두운면을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맞물려 독자들에게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 이제 음침한 거리를 나와 오른쪽으로 가볼까요? 사거리의 끝에 도달했을 때쯤 그리보예도바 (Грибоедовa)운하 (하를라모바 ( Харламова) 다리 근방) 알료나 이바노브나가 살던 집이 보일 것입니다. 그녀의 방은 2 7호였습니다. 이 방에서 일어난 살인은 기점으로 주인공 로쟈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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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금업자가 살던 집. 이곳에서 주인공은 돌아올수 없는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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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저지른 주인공의 도주로로 추정되는 거리와 방향

 

여행하시면서 느끼셨겠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운 면보다 어두운 면을 부각하며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작품 속에 연기를 하는 주인공들은 화려한 궁전이 도시 한가운데 있지만, 빈민층과 약자를 보호는커녕 방치를 해두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작가는 도시를 보는 시각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까지 반영하여 독자들에게 메세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여행을 통해 무엇을 느꼈나요? 실제로 비행기를 타고 그 나라에 가보는 것도 즐겁지만 때로는 책을 통해 하는 여행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습니다.

번외편 : 그외의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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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죄와벌에 자주 언급되었던 코쿠시킨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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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하얀집? 아닙니다. 지금 보이는 건물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세계의 걸작 '죄와벌'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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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건물에는 죄와벌 여기서 지어지다 라는 문구의 비석이 있습니다.

 

여행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다음 시간에는 토스토예프스키의 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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