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여덟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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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5-30 12:18 | Read | 781 |
본문
★알고 즐기자, 러시아의 휴일!
러시아에 유학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현지생활을 하면서 즐거웠던 점을 물어본다면 쉬는 날이 많아서 좋았다고 하는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모든 공휴일이 예전과 같이 크게 기념하지는 않지만 지친 학업 속에서의 하루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임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조금 자세히 들어갈 휴일들은 실제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즐기고 인상 깊게 남은 날들이다. (러시아의 전체 공휴일은 아래 표와 같이 나열할 수 있다.)
1월 1일 |
신정 |
1월 7일 |
성탄절 |
2월 23일 |
조국수호의 날 |
3월 8일 |
여성의날 |
5월 1일 |
노동절 |
5월 9일 |
전승기념일 |
6월 12일 |
러시아의 날 |
11월 7일 |
국민 화합의 날 |
12월12일 |
헌법의 날 |
(*공화국 자체 휴일은 제외된 숫자)
1월 1일 신정
친구들과 맞이했던 새해
전 세계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신정을 안 보내는 5개 국가들을 제외하고 많은 사람이 축하의 자리를 연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12월 31일 새해맞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해 가볍게 그동안 못 했던 말들이나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새해 특집 방송을 시청하기도 한다. 밤이 어두워지면 분위기는 슬슬 기승전결로 봤을 때 전 단계로 이동할 기미를 보인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 뚜껑을 따기는 이르다.
12월 31일 11:00 시경 왁자지껄 들떠있던 파티 분위기는 일순간 침묵에 휩싸이고 러시아 첫 번째 채널인 삐에르비날(первый канал)로 채널을 돌린다. 그리고 아무리 러시아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한눈에 알아본다는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모두 귀를 기울인다.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강요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이 광경은 실제로 보지 않고서는 ‘신기하다’라는 말로 다 표현될 수 없다.
한 해의 일을 돌아보고 미래의 번성과 영광을 기원하는 연설 중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를 신호로 바닥에 내려놨던 샴페인 병을 열어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과 서로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며 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파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1월7일 성탄절
С Рождеством! (스 라줴스트봄!) 러시아식의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말이다. 지난 12월 25일 세계는 크리스마스의 열기에 물들었고 아이들은 설렘을 안고 선잠에서 깨어나 선물을 열어 봤지만, 러시아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직 오지 않았다.
러시아의 크리스마스는 러시아 정교의 월력에 따라 1월 7일 이다. 지금은 예전만큼이나 엄격하게 날짜를 구분하지 않아 12월 25일에도 기념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러시아 공휴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12월을 그냥 보내지는 않는다. 12월부터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극, 인형 놀이 등 다양한 축하행사가 열리며 시내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는 등 서유럽의 크리스마스 축제 못지않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드디어 새해의 전날인 12월 31일! 러시아의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들고 오시는 이 날 러시아 전역에서 어린아이들은 선물을 기다리면서 밤을 지새다가 늦잠을 자다가 설친 밤을 깨우는 선물과 함께 새해를 시작하게 된다.
-러시아의 산타 Дед Мороз (뎃 마로즈)
영어로는 'Father Frost'(서리 할아버지) 라고 도 불리는 뎃 마로즈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러시아의 산타 할아버지다. 그의 외관은 우리에게 친숙한 산타 할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복장을 하고 있다. 뎃 마로즈는 러시아식의 둥근 털로 마무리된 모자를 쓰고 있으며, 매우 긴 수염을 갖고 있으며, 고급스럽게 장식된 붉은색(때때로 푸른색)의 땅까지 끌리는 코트, 많은 눈에도 견디는 털신을 신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뎃 마로즈는 밤길에도 불을 밝혀주는 은색 지팡이를 항상 지니고 있으며 8마리의 루돌프사슴 대신에 3마리의 흰색 말들이 썰매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뎃 마로즈는 1917년도 볼셰비키 혁명 후 러시아에서 (구: 소비에트 연방)는 '어린아이들만의 또 다른 종교'로 간주하여 국가에서 탄압을 받는 불운의 나날을 20여 년 보내다가 구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다시 돌아와 아이들에게 꿈과 설렘을 다시 선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기념 엽서(왼쪽에 눈의 여인 오른쪽은 뎃 마로즈의 모습)
-또 한 명의 주인공 눈의 여인 Снегурочка (스네그류치까)
러시아의 크리스마스에는 뎃 마로즈와 더불어 또 한 명의 주인공이 있다. 뎃 마로즈의 손녀로 눈의 여인으로 불리는Снегурочка(스네그류치까)이다. 스네그류치까의 어원은 러시아어인 눈: Снег(스네그)에서 비롯되었다. 눈의 여인은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며 할아버지와 같이 긴 화려한 푸른색 코트를 입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그녀는 봄과 겨울의 딸이며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축복을 내린다고 전해져 온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예쁜 미모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받거나 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녀가 사랑에 빠질 경우 녹아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주로 할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선물들을 나누고 겨울맞이를 도와준다고 한다. 눈의 여인의 인기는 러시아에서 산타 못지않아 겨울철만 되면 시내 곳곳에서는 그녀와 관련된 다양한 연극이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
다음날 눈을 뜨면 크리스마스 트리 밑이 있을 비밀상자는 없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또한 1월 1일 신정과 단 6일 차이 밖에 나지 않아서 회사나 학교들은 이 기간 동안 겨울 방학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3월8일 여성의 날
러시아에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은 수가 적어도 24시간 꽃집은 많다. 그만큼 가장 인기가 많고 사람들의 정서 한가운데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평소에 꽃을 사고 친구들, 부모님, 선생님 등에게 작은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한다. 예전에 문화 수업 중에 교수님께서 ‘러시아에 살면서 여성에게 꽃 한 번 안줘본 사람은 시간 낭비를 했다.’ 라고 말씀하셨을 만큼, 여성의 날에는 망설이지 말고 꽃을 선물해야 한다.
1913년 3월 2일 러시아에 처음으로 여성의 날이 소개된다. 당시에 투표권이 없었던 러시아 여성들은 크고 작은 집회들을 열어 니콜라이 2세에게 항의했고 1917년 3월 8일 그중에서 대규모의 집회를 연다. (역사학자들은 이 집회를 러시아 혁명의 시초가 된다고 평가한다.) 이후 4일뒤 니콜라스 황제는 황제 자리에서 물러나고 러시아 임시정부는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을 허락했다.
5월 9일
전승기념일 푸틴 대통령의 연설
러시아의 가장 자긍심 높고 큰 기념일이다. 이날은 1941년부터 1945년간 이어진 대조국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실제로 독일군 사령관은 5월 8일 오전에 군사행동을 종료한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지만, 당시 스탈린은 소련군 참관 아래에 이루어진 서명에는 효력이 없다며 다시 그날 새벽에 다시 서명을 받았다. 지금은 옛 소련이었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와 같은 국가들도 전승기념일을 기리지만, 열병식의 경우 현재로써는 러시아만 진행한다.
(사진상의 리본)
성 게오르기우스 리본 - 세 개의 검정색 선과 2개의 주황색 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리본으로
2차세계대전을 기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전승기념일에는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한다. 매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리는 열병식은 항상 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카잔에서도 수도와 비교했을 때 규모는 작지만 위용은 그에 뒤처지지 않는 군사 행진을 이룬다. 전날에 사전답사를 마치더라도 다음날이면 소용이 없다. 그만큼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전부가 이 행사를 기대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승공원(парк победы)’에서는 전통 음식인 샤슬릭(러시아식 꼬치 이) 과 크바스와 같은 음료를 팔며 축제 분위기를 조성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사용되었던 전투기(미그기) 와 탱크 그리고 장갑차 등을 전시해놓고 남년 노소 가리지 않고 사진찍기 바쁘다. 길거리에서는 참전 용사들이 오랜만에 군복을 다려 입고 사람들과 같이 사진도 찍고 서로서로 존경심을 표하며 훈훈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힐링이 필요하다’ 라고 말할 만큼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재조명하는 추세다. 지친 일상에서의 휴식도 물론 좋지만 한 번이라도 왜 공휴일인지 짚고 넘어가면 조금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적으며 이상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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