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ellowship

Title 2017년도 L-fellowship 중앙아시아학과 안근우 3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2-04 17:54 Read 1,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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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 첫 프로젝트. 재즈 페스티벌.

시간 : 20179

장소 : 델리, 자이푸르

 

8월은 업무 파악과 현지 적응으로 바쁘게 보냈다. 온갖 고생을 다하며 숙소를 4번이나 옮긴 후에야 겨우 집을 얻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9월이 시작되었다. 9월엔 재즈 페스티벌 행사가 있었다. ‘신현필&NU-STREAM’이라는 한국 재즈 그룹을 인도에 초청해, 인도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내용의 행사였다. 문화원에서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인도 문화부의 승인을 받으면 최종 선정되는 과정이었다. 나는 문화부의 승인을 위한 아티스트 관련 자료 조사를 맡았다. 그들의 프로필, 음원, 과거 공연 자료를 종합하여 외무팀장에게 전달하였다. 다행히도 해당 아티스트가 문화부의 승인을 받았고 이번엔 특별히 주인도 대사관 자이푸르 방문 행사에서의 공연도 추가되었다. 보통 이런 종류의 행사가 진행될 경우, 나의 주된 역할은 아티스트 수행이다. 아티스트가 인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함께하며 지원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수행할 때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아티스트가 최상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그들을 케어하는 것이었다. 내가 담당한 첫 프로젝트를 망치고 싶지 않아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 공항 픽업에서부터 한국으로 출국할 때까지 그들의 모든 일정들을 종합해 표로 만들어 아티스트에게 나누어주었고 자이푸르에 대한 간략한 정보 또한 요약하여 전달했다. 또한 자이푸르에서의 한나절 여유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자이푸르 관광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자료 또한 첨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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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행사 진행은 준비했던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없이 무탈하게 이루어졌다. 첫 공연은 델리 중심인 네루 파크에서 진행되었다. 해당 공원에 무대를 설치하고 공연시작 3시간 전부터 공연 리허설을 진행했다. 나는 이런 공연과 관련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정확히 어떤 점들을 체크해야할지 몰랐다. 하지만 팀장님 왈,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공연과 밀접히 관련된 세밀한 부분들은 아티스트가 직접 체크할 것이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그 말처럼 공연장에서의 나의 역할은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많지 않았다. 그래도 행사가 전반적으로 무탈하게 끝났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공연은 자이푸르 기안 비하르 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두 번째 공연 역시도 델리 공연처럼 아무 문제없이 마무리 했으며 그 이후 아티스트들의 반나절 델리 투어 또한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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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네루 파크의 재즈 페스티벌, 공연 중인 아티스트 신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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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행사를 경험하고 느낀 것이 많았다. 밝은 측면은 문화 근처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는 점이다. 델리 공연에서 공연을 즐기는 인도인들을 보았고 그 인도인들과 교류하며 즐겁게 연주하는 아티스트를 보았다. 또한 행사를 진행을 맡은 문화부 소속 인도 직원들도 리허설 내내 힘들어했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편안하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나 또한 그랬다. 첫 행사라 긴장했던 것들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 모든 걱정과 긴장이 공연이 시작됨에 따라 눈 녹듯 사라졌고 그 자리에 감사함이 들어왔다. 이러한 인턴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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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두운 측면도 있었다. 그것은 전임 인턴의 자취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그리고 그 부담감은 전임자의 자취를 지우고 싶다는 욕심으로 변했다. 물론 이 감정이 단순히 재즈 페스티벌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었다. 이 감정은 근무시작 이후부터 9월까지 나를 괴롭혔다. 내가 인수인계를 받는 3일간 보았던 전임자의 모습은 멋있었다. 나와 동갑임에도 그녀는 말할 때 항상 자신감이 넘쳤으며 특히 영어를 유창하게 잘해서 인도 직원들과의 소통도 뛰어났다. 그리고 외부 거래처와 대화를 할 때도 말하고자하는 바를 잘 요약해 의사를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했다. 이처럼 그녀는 내가 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에 반해 나는 자기소개조차도 버벅거리는 실정이었다. 이로 인해 나의 자존감은 하루하루 낮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문화원에서 전임자가 언급되거나 상기 될 때 마다 왠지 모르게 약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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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날이 갈수록 무언가 삐뚤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그녀가 언급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일까? 어떠한 이유에서 그런 마음이 비롯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예상한 바대로 결국은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시 바로잡았다. 그녀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문화원 식구들과 잘 지냈다면 나는 내 나름대로의 특징을 살려 문화원 식구들과 잘 지내면 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굳이 전임자의 자취를 지워가면서까지 내 자취를 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건 내 욕심이라고 결론지었다. 그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면 전임자와 다른 느낌이지만 안근우 나름대로의 자취가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이러한 마음이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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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든 인턴이 이러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회생활 혹은 직장생활의 처음을 인턴이라는 직급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처음이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 어설프며 실수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실수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처음이다 보니 무엇이든 잘하고 싶었고 좋은 인식을 주고 싶었으며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고 실수도 많았으며 잘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보며 스스로 한탄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인턴으로써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고 자책할 때도 많았지만 그게 당연한 것이다. 학교 어느 수업에서도 인턴 기본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고 업무가 진행되는 절차에 대해 배운 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인턴이 실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고 실수가 용납되기도 하니,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존감을 갉아먹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6 장 매너리즘, 루틴 업무와의 싸움

시간 : 201710, 11

장소 : 델리

 

10월은 휴식의 달이다. 9월 마지막 주를 시작으로 추석과 인도 휴일이 겹쳐 장기간의 휴식을 취했다. 이 휴식 기간동안 처음으로 인도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한바탕의 재즈 페스티벌이 끝나고 나니, 특별히 바쁜 일이 없었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러한 생활은 10월 내내 계속되었다. 설상가상으로 11월부터 해가 빨리 저물었고 그러한 이유로 퇴근시 안전을 위해 6시였던 퇴근시간이 5시로 조정되었다. 업무시간은 줄고 개인시간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나는 주로 퇴근 후에는 운동을 하곤 했다. 그리곤 피곤한 몸을 씻고 책을 읽고 잠을 자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한국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아프지 않기 위해서였다. 혼자 지내는 타지 생활에서 아프지 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매일 꾸준히 운동을 했다. 그러한 반복적인 일상들이 계속 되자 또다시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도 괜찮은 것일까?’, ‘너무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마음들이 왠지 모르게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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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은 업무에서도 같았다. 10월은 특별한 행사가 없는 달이었기에 특별한 일상이 없었다. 매일매일 주어진 기사를 번역하고 각 팀에서 전달되는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바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각 팀의 업무들은 매일 업데이트되었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항상 바쁘게 일했었다. 일은 바쁘게 했지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내리기 어려웠다. 매일매일 새로운 종류의 업무들이 주어졌고 나는 마치 로봇처럼 그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매일매일 단편적인 업무들이 이어졌고 업무의 연속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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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달 내내 바쁘지 않음에 괴로워했다. 어떻게 보면 약간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 있으나, 나는 문화원에 편안한 생활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었다. 최대한 다양한 행사와 문화 공연들을 접해보고자 온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바쁘지 않았고 그 속에서 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루틴 업무 및 문화원의 기본적인 업무들은 나에게 너무 쉽다고 생각했고 조금 더 어렵고 복잡한 업무를 경험해보기를 원했다. 11월엔 16, 17일 자미아 밀리아 이슬람대학(JMI) 한국 축제와 25, 26Korea Festival이라는 행사가 계획되어 있었다. 10월은 행사가 하나도 없었던 터라 11월이 되어 행사가 생긴 것이 약간은 반가웠다. JMI 대학 행사 지원의 경우, 크게 어려운 업무는 없었다. 태권도 팀의 공연을 지원하고 한국 사진전이 무리없이 진행되도록 보조하는 것이 문화원의 업무였다. 이 행사는 그때의 나의 관점에선 어려운 업무가 아닌 단순한 업무였다. 이에 반해 Korea festival은 꽤 큰 규모의 행사였다. 이 행사는 작년까지 문화원에서 기획ㆍ진행했지만 올해는 한국관광공사(KTO)가 기획ㆍ진행했고 우리는 그 중 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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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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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오만한 생각들을 품은 채로 행사를 시작했다. 조금 더 어렵고 복잡한 업무를 원했으며 그러한 업무를 완벽하게 마침으로써 내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11월의 두 행사는 내 능력상 문제없이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JMI 대학 행사 첫날 무참히 깨졌다. 단순히 태권도 팀과 사진만 옮겨주면 되는 업무라고 생각했고 요약하면 그 업무가 전부였다. 전혀 난이도가 있거나 많은 시간과 준비를 필요로 하는 업무가 아니었기에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일반 버스에는 화물을 일정부분 이상 실을 수 없다는 운전기사의 말에 무너졌다. 그때부터 발을 동동 굴리며 이리저리 해결책을 알아보았다. 그나마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방법은 팀장님에 의해 산산조각났고 나는 결국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 팀장님이 오시자 문제는 큰 무리없이 잘 해결되었다. 남들이 보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이 사건은 꽤 큰 충격을 주었다. 내가 얼마나 자만했었는지, 얼마나 거만하게 굴었는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한주 뒤, 다시 Korea festival이 시작되었다. JMI 행사 덕분에 Korea festival 때는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다. 물론 그렇게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음에도 행사 도중 실수가 종종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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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시간들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자만하지 말자는 것이다. 업무 자체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기에 반복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처음엔 실수 없이 잘 해보자는 마음이 강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레 나태해진다. 그리고 나태해지면 자연스레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그러한 실수가 생겨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실수 하나하나를 당연시 생각하고 무감각해지다보면 어느새 노력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10월과 11월을 넘기며 느낀 것이 있다면 결국 행사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자만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앞으로의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도 결국엔 같은 일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회사생활을 하지 않거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매일같이 혹은 매년 새로운 일을 하며 사는 삶은 그렇게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 문제를 비단 한 인턴 직원의 나태함이라고 좁게 생각하기 보단 반복이라는 과정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느냐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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