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2017년도 L-fellowship 브라질학과 장예경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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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8-29 15:36 | Read | 2,373 |
본문
그리고 제조업체의 특성상 모든 직원과 작업자들에게 결점 없는 부품 생산을 응원하기 위해 ‘Zero deffect Day’라는 날이 있다. 이날은 정해진 날이 아니고, 일정 기간 동안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특식을 제공하는 행사인데,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일정 기간 유지가 됐다면 특식을 제공하는 이벤트이다. 20일 이상 Zero-Deffect를 달성하면 슈하스쿠(Churrasco: 브라질식 바베큐 파티)를 사내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마치 게임에서 단계를 밟아가며 받는 포상의 느낌이다.
마지막으로는 한 달에 한번씩 이달의 우수 사원을 소개하고,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품 추첨 행사가 있다. 이 날은 매달 있는 회사의 축제인데, 올해 상반기에는 현장 작업자 중 우수한 사원을 뽑아 추첨해서 여름 휴가 기간 북동부 여행을 보내주고, 그 모든 경비를 회사에서 부담해 주는 추첨까지 있었다. 이런 행사 하나하나가 직원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고, 이어서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며 장기적으로는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 기업이, 한국인 관리자들이, 직원과 소통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나로써는 다소 생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사 덕분인지 브라질 사람 특유의 친화력 덕분인지, 현지 직원들과 한국인 관리자들은 대게 친한 편이다. 내가 생각했던 보통의 회사 분위기와는 달랐다. 보통은 함께 일하는 직원과는 그 직원의 직책과 상관 없이 보통 말을 조심할 거라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상사의 흉을 보거나 업무 때문에 화나는 일이 있을 때 언성을 높이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건 드문 일이며 조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브라질 직원들은 생각과 달리 아주 자유분방하게 대화한다. 업무를 보는 중에 발생한 일들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소통하고, 상사와의 대화 또한 자유로웠다. 한국인과도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인 관리자와도 어깨동무를 하거나 장난을 치는 모습이 종종 보이는데, 나에겐 놀라운 장면일 뿐이다.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행동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브라질 직원들은 상사를 본인의 윗사람인 ‘上司’로 생각하기 보다는‘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Amigo de trabalho)’로 생각을 한다. 그렇다 보니 함께 일하는 한국인 주재원들 또한 이들에겐 친구 같은 존재이다. 어깨동무도 하고, 같이 맥주 한잔 할 때는 친구처럼 대화하고, 본인의 집안 얘기, 그리고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에 대한 자랑도 서스럼 없이 한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물론 직원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국 회사의 무겁고 어려운 분위기와 달리 다소 가벼운 공기다. 따라서 가끔은 출장을 가는 차 안에서 너무 친화력이 좋은 브라질 직원과 함께 이동할 때는 말이 너무 많아서 한국인 주재원이 지쳐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서로를 어려워하거나 무거운 대화만을 주고 받는 문화보다는 분위기 자체가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국인도 브라질레이루도 도로의 문화와 행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소 오해할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회사가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잡아가면서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 브라질 노동 상황과 자동차 산업
“한국인은 일개미야, 일 하는 것만 좋아해”
한국인에겐 브라질 직원들이 퇴근도 시간 맞춰 하고, 업무 진행도 느긋하게 하면서 바라는 게 많다고 불만을 표할 순 있겠지만, 사실브라질 직원들이라고 한국인들이 마냥 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브라질레이루들의 입장에서는 본인을 위한 개인 시간도,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도, 휴식도 없이 일에만 매달리는 한국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현지 직원들은 내가 6시에 그들과 함께 퇴근하는 것에 의아함을 표현할 정도다.
브라질 직원들이 장난 삼아 나에게 “한국인인데 왜 6시에 퇴근해? 일 더 해야지! 한국인이니까!” 이런 말을 농담 삼아 하고는 한다. 아마도 모든 주재원 중 6시 정각에 퇴근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 때문에 근무 중에 집안일로 잠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빈번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시 여기기에 이른바 칼퇴근을 하고 주말 내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현지 직원들로서는 한국인인 내가 일찍 퇴근하는 것이 신기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회사가 아닌 개인의 시간을 중요시 하는 브라질레이루들에게도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일을 고의로 만들어 주말에 출근하는 것이다.
브라질 현지 사무직 직원들의 한달 평균 임금은 약 3000헤알 정도다. 브라질은 임금 격차가 심한 나라 중 하나인데, 팀장 급은 ‘만 단위’ 임금을 받는 사람이 있는 한편, 나머지 일반 직원과 공장 직원의 경우는 2000에서 4000헤알 정도를 받는다. 1헤알을 350원정도로 잡고 한화로 계산하면 약 107만원 정도의 박봉이다. 한화로 약 100여만원의 수준인데, 브라질의 최저 임금이 한국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공장 안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경우는 더 박봉이다. 사무실 직원이 받는 것의 절반 혹은 3분의 1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그렇다 보니 이들에게 추가 근로 수당은 주말에 근무를 하는 불편함과 귀찮음이 따르더라도 달콤할 수 밖에 없다.
추가 근무는 이곳에서 오라 엑스트라(Hora extra)라고 불리는데, 평일과 토요일의 경우 퇴근 시간 이후까지 남아서 잔무를 처리한다고 하면 본인 월급을 근무 시간으로 나눈 시급의 60%를 더 받을 수 있다. 또한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경우는 임금의 100%, 즉 시급의 두 배를 지급한다. 따라서 한달 3000헤알을 받는 노동자가 매일마다 퇴근 시간인 6시부터 7시까지 단 한 시간만을 일하더라도 원래 임금보다 1800헤알, 즉 한화로 약 65만원 정도 더 많은4800헤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경우는 두 배를 지급하니, 박봉을 받고 살아가는 직원들에게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일을 만들어서 주말에 출근하려는 직원들도 있다.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아직 커리어가 쌓이지 않아 페이가 적은 직원들의 경우 더 그렇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끔은 평일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주말 추가 근무를 위해 다소 천천히 진행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추가 근무는 담당 한국인 관리자와 법인장의 결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 직원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을 아는 경우엔 승인을 내주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듯 노동자에겐 슬프지만 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브라질의 저렴한 노동력, 그리고 인구 2억 명의 커다란 브라질 시장, 비싼 세금 제도 등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브라질에는 한국에는 없는 완성차 브랜드 공장이 많다. 그렇다 보니 피아트(FIAT), 푸조(PEUJEOT), 시트로엔(CITROEN)등 한국에서 보기 드문 브랜드의 자동차들 또한 많이 볼 수 있다. 생소하고 낯선 브랜드도 브랜드이지만, 거리에서 보이는 차종 또한 한국과 크게 다르다.
-소형차 천국, 브라질
현대자동차는2012년 피라시카바 공장을 시작으로 브라질 내부로 진입 후, i30와 HB20 두 차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 흥행은 자동차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알고 있을 정도로 매스컴을 통해 꽤 알려진 이야기인데, 한편으론 흥행 성공의 이유가 현대자동차의 독자적인 능력이라기 보다는 브라질 정부의 자동차 관련 세금 및 보조금 조건 변경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과정이 어떻게 되든 현대자동차는 성공을 거뒀고, 2016년 브라질 시장 점유율을 10% 가까이 끌어올리며 자동차 브랜드 중 4위를 차지했다(출처:Fenabrave).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HB20와 i30 모두 중형차 이하 급의 모델이라는 점이다. 특히 HB20는 2012년 현대자동차의 브라질 진입과 동시에 전략적으로 내놓은 경차 모델이다. 현대차가 피라시카바에 공장을 세우기 이전에는 고급차를 선두로 시장 점유를 시작했는데, 공장 건설 이후 HB20를 선두로 엔트리급 시장을 목표로 한 것이다. 결과는 아주 성공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브라질은 소득이 큰 나라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요는 큰 나라다. 기본적인 대중교통이 상파울루(São Paulo)나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와 같은 큰 도시가 아닌 이상 잘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는 필요한데, 한 달에 월급은 100여만원 받다 보니 대부분의 브라질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건 가장작고 저렴한 소형차 혹은 경차이다.
CAOA의 2017년 5월 11일 현재기준 HB20는 R$42.500(헤알)에 판매되고 있다. 한화로는 약 1500만원의 가격인데, 한국에서 가장 단순한 옵션의 경차가 1000만원대 초반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비싼 가격이다. 브라질은 자동차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 중의 하나라는 말이 맞다는 증거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실제로 거리에는 한국에서 흔한 기아의‘모닝’ 시리즈 사이즈의 경차들이 주로 다닌다. 우버(Uber)로 택시를 부를 때 경차가 아닌 차는 거의 드물 정도이다.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의 차를 얻어 타다 보면 에어컨이 없어서 더운 여름에도 창문을 열고 다닐 때가 있다. 나온 지 조금 된 모델의 차 같은 경우엔 에어컨이 선택 옵션인 시절이 있었나 보다. 한국에서는 보통 준중형차 이상급의 차를 많이 선호하는데, 낯설 뿐이다.
비단 에어컨뿐만이 아니다. 비싼 휘발유보다는 디젤 차가 많아 거리엔 매연이 심하고 디젤 특유의 ‘갤갤거리는’ 소리가 도로에 가득하다. 그리고 변속기는 모두 스틱, 수동이다. 사실 인턴을 시작하고 나서 현지에서 면허를 따볼까 하는 마음에 회사 차로 몇 번 운전 연습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살면서 거의 본 적도 없는 ‘스틱’으로 기어를 변속하고, 클러치를 쉴 새 없이 밟아대다 결국 포기했다. 브라질에서 자동 변속기 오토는 Luxuoso, 럭셔리한 부자들의 것이다. 한국에서 면허를 따기 위해 수동을 연습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아직 브라질은 자동 변속기가 장착된 차가 드물다.
이렇듯 아직 선진 기술을 맛보지 못한 브라질 시장은 오히려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아직까지 오토 변속기가 신기한 나라이니, 자동차 교체 사이클이 짧은 한국보다는 브라질에 진입 시킬 아이템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이미 개발된 아이템을 진입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비롯해, 브라질이 중남미의 중심을 잡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업계에서 중요도 부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의 인턴이 아니었다면 브라질학과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가장 큰 특징인 자동차 시장과 이 산업에 대한고찰 또한 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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