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2017년도 L-fellowship 브라질학과 박수현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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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8-28 10:37 | Read | 2,595 |
본문
인턴십 수기
2013OOOOO 브라질학과
박수현
1월, 첫 달
Juiz de fora에 위치한 연방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5개월을 보냈다. 한 학기동안 페스타도 다니고, 여행도 하며, 친구들도 많이 사겼다. 한국보다 더 개방적이고 능동적인 수업도 재밌었고 다양한 학교 행사에 참여해서 추억도 많이 쌓았다. 꿈 같던 5개월이 지나고 1월 3일부터 현장실습이 시작되었다. 인턴십을 시작하기 바로 직전까지 놀고 싶어서 새해를 Rio de Janeiro에서 보내고 출근 하루 전 1월2 일에 회사가 위치한 상파울로주 Limeira지역으로 이사왔다. 처음 버스 터미널에서 내렸을 때 Limeira의 첫 이미지는 내가 이미 지내봤던 São Pualo나 Juiz de fora와 다르게 조용하고 한가로운 동네였다. 밤인데도 치안이 걱정되지 않는 동네였다.
출근 전 날 밤, 짐 푸는 것도 내버려두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6시부터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했다. 삼십 분이나 일찍 일어났는데도 집이 익숙하지 않아서 준비하는 시간이 빠듯했다. 샤워기를 틀었는데 너무 뜨거운 물만 나와서 정신없이 샤워를 했는데 드라이기 콘센트까지 집에 있는 것과 맞지 않아 말썽이었다.
내가 오기 전까지 인턴으로 있었던 동기가 알려 준 통근 벤을 타는 곳으로 나가는데 하마터면 벤을 놓칠 뻔 했다. 위치를 잘못알고 10m나 떨어진 곳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감으로 멀리서 나를 기다리는 듯해 보이는 벤을 보고 헐레벌떡 뛰어와서 다스가는 차가 맞냐고 물어보고 차에 올라탔다. 인수인계 받으러 이미 회사에 와본 적이 있지만 거의 처음 보는 직원들이 차에 있었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창 밖을 보는데 회사는 정말 큰 대로 한가운 데에 위치해 있었다. 근처에는 다른 공장들이 위치하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회사에 도착했는데 바게트 빵이랑 커피를 아침으로 나눠줬다. 학생일 때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서 항상 일어나면 점심을 먹었었는데 새벽 6시 부터 일어나서 활동을 하니까 굉장히 허기졌다. 브라질에서 아침으로 주로 먹는 빵과 카페 꽁 레이치는 점심 전까지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인수인계때 잠깐 앉아 있었던 내 책상에 앉아 먼저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켰다. IT팀이 나를 위해 새 계정을 만들어 주었고, 간단하게 프린트와 스캔 사용 설명을 들었다. 인턴인 나에게도 일반 직원들처럼 회사 계정이 생기고 네트워크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는게 뭔가 감지덕지했다.
매주 월요일 9시에는 Sonata회의실에서 팀장회의가 있다. 기술 파트 팀장들과 , 영업, 외주개발, 물류 팀장들이 모여서 전 주에 있었던 일을 브리핑하고 이번 주 계획에 대해서 보고를 하는 회의이다. 내가 주로 통역을 맡아서 하는 소과장님께서 사람들을 회의실로 부르라고 하셨는데, 잘못 알아듣고 회사 전 직원을 회의실로 불러버렸고 30명이 넘는 직원들은 의아해하면서 회의실로 모였다. 첫 날 부터 제대로 신고식을 했다. 모인 사무실 직원들을 돌려보내야 했고 너무 민망하면서도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내 첫 회의 통역은 너무 절망스러웠다. 인수인계 받을 때 여러 기술용어 단어들을 족보처럼 받아서 외었지만, 실전에서 그 단어들은 하나도 기억안나고 전부 모르는 단어들 투성이였다. 모르는 단어가 들릴 때마다 핸드폰으로 단어를 찾어보려고 했지만 일일이 찾다가 통역해야 하는 다른 말들까지 놓쳐버려서 단어 찾는 것도 포기했다. 그래도 내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통역했다. 겨우 회의 30분 통역을 했는데 기운이 빠졌다.
회의 이 후에 내가 한 일은 소과장님이 부르실 때 마다 자리로 가서 브라질 직원들에게 통역을 하는 것이었다. 소과장님은 주로 품질 팀의 레안드로와 물류 팀의 클레버와 대화를 많이 하신다. 품질 팀장 레안드로는 주로 고객사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에 대해서 대안책을 주로 과장님과 대화하고, 클레버는 부족한 자재에 대해서 공급처에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서 주로 과장님과 대화를 한다. 레안드로와 클레버는 브라질에 다스가 설립될 때부터 같이 있었던 직원들이라서 내가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는다. 부품명을 몰라 돌려서 설명하거나 영어로 부품명을 말해도 잘 이해한다. 사실 브라질 사람들은 다스같은 중견회사에서 일을 해도 관리자들을 제외하고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영어 단어를 알아도 포르투갈어식으로 발음해서 가끔은 아예 다른 단어로 들릴 때가 있다. 영어가 기본 중의 기본인 한국과 달리 브라질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것은 대단한 능력으로 간주된다.
과장님은 브라질에 5년 정도 거주하셔서 일상적으로 듣고 이해하는 것은 가능하시지만 직원들과 소통할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통역을 두고 계신다. 가끔 내가 전달을 잘못하면 지적도 하신다. 포르투갈어에서는 한 표현을 위해 다양한 단어가 사용될 수 있는데 어떨 때는 내가 정확하게 전달을 해도 과장님이 예상한 단어가 들리지 않으면 내가 틀렸다고 지적하신다. 그래서 가끔씩은 자주 사용되는 단어로만 사용해서 표현을 구사하게 된다.
일 대 소수 사람을 통역하는 것은 큰 회의에서 통역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편하고 듣고 전달하는데 훨씬 유리하다. 회의실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도 커야하고 또박또박 발음해야 한다. 그리고 멀리 앉은 브라질 직원이 포어로 과장님에게 보고를 할 때 굉장히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하지만 과장님 자리에서 한 두 명의 직원이랑 대화를 할 때는 직원이 내 앞에서 바로 말을 하기 때문에 입 모양을 보면서 더 단어를 파악할 수 있고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또한, 시간에 대한 압박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차분하게 통역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과장님이 소수의 직원을 불러서 지적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듣는 직원에게 전달할 때 부담이 된다.
11시 반에는 현장직원들이 점심을 먹고 12시에 사무실 직원 점심시간이 되면 한국 직원들끼리 모여서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다스는 피라시카바에 위치한 다른 현대자동차 협력처들과 달리 20분 정도 떨어진 리메이라에 있기때문에 한식당에 가는게 쉽지 않다. 따라서 회사 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는데 샐러드, 페이죠앙, 밥, 고기류, 계절과일, 후식, 쥬스가 제공된다. 소브리메자로 불리는 후식은 주로 달달한 도씨들이 많이 나온다. 브라질 사람들은 후식을 메인 음식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이 식단 외에 하루 전날 선택을 할 수 있는 메뉴가 있다. 닭가슴살, 삶은 계란, 또는 오믈렛을 라이트 식단으로 선택할 수 있다. 나는 현지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점심시간이 기다려지지 않지만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하루 중 제일 기다려 지는 시간이 점심시간이라고 한다. 나는 퇴근하고 집가서 만들어 먹을 한식 저녁이 제일 기다려진다.
한 시간의 점심시간이 끝나고 한시 반에는 DQUIC 회의가 공장 제일 끝, 격리장 옆에서 진행된다. 기술과 영업파트 팀장들은 일간 단위로 그 날의 오픈 이슈나 일정 또는 문제 사항에 대해서 보고하고 의견을 나눈다. 공장 안 쪽에서 진행되는 회의라 소음 때문에 통역에 어려움을 겪는다. 첫 날에는 한 두 문장 정도 이해했는데 한달이 지나니까 반 정도 알아 듣게 되었다. 많은 기술용어들이 쓰이지만 생각보다 반복되는 표현과 단어들이 많이 쓰였다. 예를 들어,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처음에 모르는 단어들이 수두룩하게 생긴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대안책이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그 단어가 언급되기 때문에 익숙해지고 머리속에 남게 된다. 마지막에 액션 플랜을 번역할 때는 훨씬 쉽게 느껴진다.
매 달 초에는 고객사인 다이모스로 품질 문제 회의를 하러간다. 회의는 영어로 진행되고 가끔 질의응답 시간에만 포어로 하기 때문에 내가 별로 할 것은 없었지만, 고객사 회의라는 이유로 굉장히 긴장됐다. 내가 다이모스를 가게 되는 경우는 한달에 한 번 있는 품질 회의 때문이거나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20분을 차로 달려 다이모스로 간다. 회의를 빼고 다이모스에 갈 때는 사실 품질 문제로 긴급하게 가는 거지만 점심시간이 겹치면 근처 한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나에게는 외근이 너무 즐겁다. 다이모스 현장에 가면 여러 공급처들이 자신의 회사에서 보내 제품들을 검사하고 라인에 투입한다. 한 쪽에서 다스 직원들도 남의 공장에서 외롭게 납품된 제품을 검사하고 있지만 마치 전방에서 싸우는 군인 같다. 다이모스 공장에 갈 때는 안전장비를 갖춘 채 들어가야한다. 사실 다스 공장에 있을 때는 장비를 다 갖추고 들어가지 않지만 다이모스는 고객사이기 때문에 최대한 갖춰야 한다. 안전화, 안전 안경, 그리고 안전 귀마개가 필수 안전장비(EPI)이다. 여성 안전화는 굽까지 있어서 신기했다.
다스의 노동 시간과 휴일은 현대자동차 일정에 따라 간다. 다스 퇴근시간은 5시 48분인데 그 이유도 현대자동차 때문이다. 현대가 금요일에 한 시간씩 일찍 끝나는데 협력사에서 똑같이 따라가면 생산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한 시간을 5 일로 나눠서 매일 12분씩 일찍 끝난다. 5시 48분에 퇴근을 하면 벤을 타고 다시 집에 돌아온다. 첫 일주일 간은 퇴근해서 밥 해먹는게 너무 귀찮아서 라면만 먹었다. 그리고 10시가 되기 전에도 잠이 들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2층짜리고 원룸이다. UNICAMP 대학교 후문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부분 학생들이 모여서 산다. 회사가 지원해준 신축 원룸에는 필요한 모든 전자 제품과 가구들이 있다. 현재 인터넷비만 내가 부담하고 있다. 브라질에 흔치 않은 에어컨까지 있어 집 자체는 너무 좋지만 단점은 터미널이 있는 시내랑 매우 멀고 집 근처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슈퍼를 가려해도 택시를 타고 가야한다. 작은 도시라서 그럴듯한 쇼핑센터도 없다. 대부분 리메이라 사람들은 바로 옆동네인 피라시카바나 캄피나스로 쇼핑을 간다. 그나마 외식할 수 있는 리메이라Shopping Pátio는 25헤알, 현 환율 기준으로 택시비 9000원을 내야 갈 수 있다. 인턴에게 왕복 18000원은 큰 돈이라서 집 근처에 사는 가끔 한국인 직원 언니랑 택시비를 나눠서 간다. 쇼핑에서 외식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마트에서 장까지 보고 온다.
내가 생각하는 브라질 물가는 높다. 야채, 고기 같은 식료품들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저렴하지만 샴푸, 생활용품 같은 공장재와 수입품은 굉장히 비싸다. 나는 과일을 좋아해서 과일을 아무리 많이 사도 결코 비싸지 않지만 샴푸, 칫솔 같은 생필용품을 사면 갑자기 가격이 확 뛴다. 브라질 마트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돈을 받는 직원들은 굉장히 행동이 느리다. 한국이였으면 벌써 고객들이 클레임 걸고 난리 났을텐데 브라질 직원들은 손이 정말 느리다. 과일이나 야채를 사면 무게를 계산대에서 재기때문에 더 시간이 오래걸린다. 상파울로 도시를 제외한 외각 도시는 장 본 것을 담아 갈 비닐 봉투을 무한대로 제공한다. 그만큼 질도 좋지 않아 우유나 맥주를 넣을 때는 봉투를 두 겹으로 담아야 한다. 가끔씩 마트에 손님들이 많으면 계산하는 직원 외에도 물건을 봉투에 넣어주기만 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한번 장보면 봉투가 10개 정도 생긴다. 이 봉투들은 잘 모아두었다가 집에서 쓰레기를 버릴 때 사용한다. 브라질은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분리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 봉투에 페트병, 음식물, 일반 쓰레기를 모두 같이 버린다. 내 입장에서는 쓰레기 버리는게 너무 편리하지만 많은 인구가 사는 브라질에서 이 모든 쓰레기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 된다.
2월,
매 달 5일은 월급날이다. 현지 돈으로 2000헤알을 받는데, 나는 여행 비자로 브라질에 있기 때문에 은행 계좌를 열 수 없어 모두 현금으로 받는다. 사실 인터넷 상으로 버스표를 예약하거나 결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현금으로 큰 돈을 갖고 있으려니까 굉장히 불편하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70만원이 넘는데 집세를 내가 내지 않기 때문에 인턴을 하면서 한달 생활비로는 충분하다. 1월 달에 일한 것을 다음 달 5일에 받는 것이라서 1월에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생활을 했지만,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번 돈은 처음이라서 너무 감격스러웠다.
한 달 동안 일하면서 아빠 생각이 가장 많이났다. 아빠는 한 직장에서 25년 정도 일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랜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하실 수 있었던건지 정말 대단하다. 나는 통역, 번역을 하는 인턴이지만 매 번 큰 책임감이 느껴지고 부담감을 느낀다. 하물며 아빠는 부원장 직급까지 올라가면서 정말 많은 부담과 책임을 겪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아빠가 받아 온 월급으로 가족이 생활을 하는데 그 돈이 다 아빠의 피와 땀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빠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할 때 나에게는 딴 세상 얘기였지만 이제는 내가 아빠한테 상담을 하고 조언을 구하게 된다.
2월에는 월급을 받자마자 여행 때문에 지출할 때가 많았다. 브라질 오기 전에 받았던 학생 비자가 2월 12일에 만료되기 전에 옆 나라에 갔다가 여행 비자를 받아 다시 들어와야 했다. 브라질에서 인턴을 위해 비자를 내주지 않고 학생 비자로 인턴을 하려면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 학교가 있는 Juiz de fora까지 왕복 20시간이 걸리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브라질에서 인턴을 하는 외대학생들은 여행 비자로 지낸다. 비자를 받을 때 주로 이과수 폭포를 보고 아르헨티나로 넘어갔다 오는데 나는 이과수 폭포를 파라과이, 브라질 쪽에서 둘 다 보았고 2014년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2주 여행을 했기 때문에 또 다시 아르헨티나에 가기 싫었다. 그러므로 내가 여행하기로 정한 곳은 우루과이였다. 사실 우루과이는 특별히 여행지로 매력이 없어서 남미 여행을 할 때 그냥 지나친다. 관광지가 발달된 것도 아니고 물가도 상당히 비싸다. 게다가 몬테비데오의 바닷물은 우리나라 서해안처럼 갈색이다. 그런데도 내가 우루과이를 여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 여행을 하면서 여러군데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휴식을 원했기 때문에 돌아다닐 많은 관광지가 필요 없었고 그나마 비행기값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우루과이에 여행가기 전에 여러가지 계획을 많이 짰다. 맛집, 관광지, 그리고 교통편도 알아보았지만 도착해서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날씨가 비도 오고 상당히 추웠다. 브라질보다 조금 선선할 거라고 생각해서 가디건 하나 들고갔는데 너무 추워서 돌아다니기가 힘들었다. 몬테비데오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은 브라질 공항보다 훨씬 더 시설이 좋았다. 다행히 우루과이에도 우버가 있어서 우버를 타고 숙소로 왔다. 택시기사님이 친절하게 Portunhol을 쓰면서 나에게 도시를 소개해주셨다. 예약한 호스텔에 도착했을 때 정말 다행히도 브라질 직원이 있어서 포르투갈어로 의사소통 할 수 있었다. 내 방에는 6개 침대가 있느 혼용룸이었다. 방에는 브라질, 호주, 아르헨티나, 스페인 사람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영어까지 동원해서 대화를 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숙소는 가격에 비해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었지만 바람이 너무 많이 부는 바람에 문이 자꾸 꽝 닫혀서 잠 자다가 몇 번 깼다. 내 일정은 4박 5일이라 한 숙소에서 4박을 했는데 주말이 지나니까 나를 빼고 다른 여행자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두 번째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지만 독립광장을 가기위해 숙소에서 나왔다. 다행히 좀 걷다보니까 비가 멈추고 햇빛이 쨍쨍했다. 독립광장에 가기 위해서는 몬테비데오 구시가지의 메인 거리를 따라가서 쭉 가야하는데 그 거리에는 여러 가게들이 있었다. 특히, 악기상점이 눈에 띄었는데 기타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이쁜 기타들이 유리창에 걸려있으니까 괜히 사고싶어졌다. 우루과이에 동양인 관광객이 없는 편인지 그 날 그 거리에 동양인은 나 혼자 뿐이였다. 옷 가게를 들어가도, 슈퍼에 들어가도 관심을 받았다. 다행히 차별적인 시선보다는 도와주려하고 신기해하는 시선이여서 안심이였다. 독립광장에는 거대한 동상이 있는데 우루과이의 파란색 하늘과 주변의 유럽양식 건물들이 어우러져서 굉장히 멋있었다. 독립광장을 보고 구기사지에 있는 예술 역사 박물관에 갔다. 예술계의 특정 시기 별로 모형물과 작품들을 전시해두었는데 그리스 문화 조각 모형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좀 더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여행정보센터에 가서 관광지가 표시되어있는 지도도 얻고 자전거 대여 정보도 얻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져서 우루과이 오기 전부터 알아두었던 근처에 있는 한식당에 갔다. 멀리서 간판이 보이는데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한식당에 들어갔는데 한국인 주인이 요리를 하고 계셔서 너무 반가웠다. 우루과이 직원이 서투른 한국말로 주문을 받았는데 김치찌개를 가장 맵게 해달라고 하니까 놀라했다. 김치찌개랑 반찬이 나오고 맛을 보는데 사실 그렇게 맵지 않아서 실망했지만 오랜만에 먹는 찰진 밥이랑 김치, 반찬이 너무 반가웠다. 가격은 만 이천원정도로 너무 비싸지만 가치가 있었다. 오후에는 숙소에 와서 좀 쉬다 저녁먹으러 또 한식당에 갔다. 저녁에는 육개장을 먹었는데 또 맵지가 않아서 실망했지만 그냥 우루과이 와서 한식을 먹는 다는 거에 만족했다.
세 번째날에는 일요일마다 선다는 장에 갔다. 사람들이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져다가 팔고 있었다. 음료수 뚜껑, 액자, 인형, 촛대 등 여러 골동품들을 파는데 하나하나 구경하면 뭘 이런걸 다 팔고있나 싶을 정도다. 공동품 외에도 치즈, 강아지, 과일도 판다. 강아지 파는 곳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데 나도 거기서 한시간 넘게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장에서 직접 바로 만드는 오랜지 쥬스와 우루과이를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있는 컵을 샀다.
장에서 돌아와 숙소에서 라면을 먹었다. 라면을 끓이는데 칠레에서 온 여행객이 자꾸 옆에서 얼쩡거리길래 맛보고 싶냐고 물어봤다. 반을 덜어 줬더니 매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잘 먹었다. 그 친구가 칠레 음식을 나눠줬는데 정말 입에 안맞아서 몰래 쓰레기 통에 버렸다. 역시 한국인은 매운 신라면이 최고다. 라면을 나눠줬더니 배가 고파서 우버를 타고 몬테비데오에서 가장 큰 쇼핑에 갔다. 입구부터 외관이 너무 멋있어서 그 자체로 관광지였다. 물가가 비싼 탓에 아무 것도 못사고 있었는데 ZARA만큼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해서 옷 한벌을 구입했다. 우루과이 옷 매장을 구경하다보니 브라질과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브라질은 최대한 노출이 되고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그래서 앞에가 파여있지 않아서 뒤에를 보면 등에 천 쪼가리하나도 없거나 그물망으로 되어있다. 또, 반바지도 엉덩이가 보일정도로 짧은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우루과이 옷을 보면 그렇게 노출된 옷도 없고 딱 달라 붙기보다는 하늘하늘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색깔도 화려하기 보다는 연하고 무늬가 화려하지 않은 것을 선호한다. 쇼핑에서 맥도날드를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맥도날드는 어느 나라를 가도 가장 무난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것 같다. 숙소로 오니 다른 남미 여행객들이 방에 들어와있었다. 포르투갈어로 최대한 대화를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말이 안통해서 핸드폰만 만지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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