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2017년도 L-fellowship 브라질학과 장예경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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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8-29 11:03 | Read | 2,402 |
본문
실제로 내가 소속된 팀의 브라질 현지 직원과 한국인 관리자 사이에 협력업체 입찰 건으로 미묘한 마찰이 있었다. 다행히도 이 한국인 주재원은 욕을 하거나 소리와 윽박을 지르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말을 따뜻하게 하는 편은 아니다. 회의 동안 수많은 대화가 오고 갔는데, 그 중 나쁜 말은 중간에서 내가 다 자르거나 부드럽게 순화시켜 전달했다. 간혹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비속어의 경우에는 아예 통역을 하지 않았으나 그 부분이 비어 보이지 않도록 상황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하거나 앞에 했던 말을 강조하며 반복했다. 현지 직원이 한국인에게 말한 것이든, 한국인이 현지 직원에게 말한 것이든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내가 말을 하지 않았으니 둘 다 서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것이고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둘 다 알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부드럽게 말하려고 노력하든, 이미 말하는 사람의 표정에서 나타나는 법이고 상대방은 그 상대의 표정과 제스처로 그 사람이 뭘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지 다 느낄 수 있던 것이었다. 내가 통역하지 않고 넘어가는 순간들은 오히려 더 큰 오해로 변해, “저 사람이 나한테 욕했지? 내 나쁜 말 했지?” 이런 식으로 상상의 나래를 더 키워 감정의 골을 더 크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일 이후로 나는 굳이 나쁜 말을 통역하지 않거나 완전히 좋게 말하려 노력하는 것을 관뒀다. 대신,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통역하기 보다는 조금 더 예의를 갖춘 표현으로 바꿔 말하는 편이다.
산업군별로 재직하는 사람들의 특성은 모두 다르다. 은행, IT기업, 서비스 기업 등 각각 회사의 문화가 존재함은 물론이고 산업군의 특성이 분명하게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은 특히 그 특성이 뚜렷하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다소 거친 환경의 제조업계 사람들은 언성도 말투도 거칠다. 특히 현장에서의 한마디 한마디는 안전과도 직결된다. 또한 현장이 아닌 사무실이더라도, 대화 하나 하나에 따라 생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듣기 좋은 부드러운 문장일 수 만은 없다. 게다가 제조업 특성상 여자 직원보다 남자 직원의 비율이 매우 크기 때문에 분위기와 언행 자체가 내가 지내오던 사회와는 다소 달랐다. 따라서 나는 그 좋지 않은 말들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 지 고민하느라 생각도 못할 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 말을 전해주는 통역의 역할이 그들 관계를 더 악화할 수도, 개선시킬 수도 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문장 안의 어휘와 어투가 바뀌면 문장의 뉘앙스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좋은 대화를 딱딱하게 만드는 것도, 딱딱한 대화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내가 뱉는 문장에 달려있다. 즉, 내가 참석한 회의의 분위기는 내가 뱉는 말에도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상대방의 말을 굳이 좋게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겠지만, 또 구태여 좋은 말을 딱딱하게 바꿔 말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융통성과, 나쁜 말을 듣고도 멀쩡할 수 있는 정신 건강이 통역에서 가장 중요한 듯싶다.
– 번역?
부끄럽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자동차에 대해 무지하다. 진로에 대해 간략한 설계를 해볼 때도 제조업계, 게다가 자동차 분야는 내가 가고 싶어하는 순위 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지금은 이곳에서 자동차 부품 생산에 관련된 문제 해결 보고서, 계약서, 협력사 동향 분석 등의 서류를 번역하고 있다.
통역도 마찬가지이지만, 번역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려운 단어들이었다. 어느 업종이든 그 분야에서 번역을 하려면 그들이 말하는 제품의 정보,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계, 제품별 프로젝트명 등을 알아야 한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제품에 대한 정보가 더더욱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 사이에서 벙찐 채 넋이 나가기 십상이다. 이미 나도 그런 경험을 했고, 여러 달이 지난 지금도 아직 벙찔 때가 많다. 아무리 익히고 외우고 정리해서 적응했다고 생각해도, 계속해서 새로운 단어들이 쏟아진다.
특히 번역의 경우는 소속 부서 상관 없이 필요한 팀의 필요한 사람이 부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새로운 단어들이 많다. 이제 막 개발팀과 품질팀에 적응했나 싶었더니 갑자기 보전 팀에서 번역을 요청한다. 이럴 경우엔 난 또 새로운 단어들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금형, 펀치, Flush, PO, 견적서 등등, 내가 듣고 말하는 단어 중 인턴을 하기 전에 접해본 단어가 뭐가 있을까, 있어도 나에게 친밀한 단어는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초반에 더더욱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물론 좋은 번역을 위해서는 나의 언어 실력도 바탕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언어 공부도 많이 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어 공부도 공부이지만, 이 회사가 만들어내는 제품에 대한 공부에 집중을 더 많이 했다. 살면서 포르투갈어 단어를 외운 것 보다 인턴을 하면서 외운 회사 내 전문 용어와 제품 정보가 더 많을 정도다.
예를 들어 A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는 큰 코일을 자르는 블랭크(Blank), 잘린 코일을 제품 모양대로 형상을 만들고 필요한 구멍을 뚫는 프레스(Press), 프레스라인을 거친 부품들을 용접해서 붙이는 어셈블리(Assembly) 세 단계가 있고, 각각의 세 단계에도 다양한 방법과 단계들이 있다. 그 제품 안에 들어가는 실러(Sealer), 하드웨어 등 소재료들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흔히 볼트, 너트라고 불리는 이 하드웨어들에도 여러 가지 사이즈가 있을 정도다.
그러니 어떤 분야든 인턴을 막 시작했을 때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왜 아는 게 없을까’ 혼자 자책할 필요도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내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는 내가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 공부를 했더라도 알기 어려웠을 단어들이다. 한 조직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걸 바로 습득하고 술술 뱉는 사람은 없고, 다른 사람이 왔더라도 모두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을 테니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모두가 모르는 일이라 해서 공부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복잡한 종류와 단계들에 대한 공부를 건너 뛰고 싶지만 기본 지식이 없으면 기계적인 번역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통번역을 하는 사람으로써 이 회사에서 지내는데, 기계적인 번역밖에 하지 않을 거였다면 회사는 나를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문맥과 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 기계적으로 번역할거라면 차라리 신경 쓸 필요 없는 구글 번역기를 쓰는 게 효율적이지 않나.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할 수 밖에 없고, 지내는 시간 동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쉽게 티가 날 수 밖에 없다. 즉 좋은 번역과 좋은 통역은 기계로 하기에 한계가 있다. 언어를 공부하지만 통번역 일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인턴 기회로 그 회의감을 약간은 떨쳐내고 언어를 배우는 것에 보람을 갖게 됐다.
따라서, 다시 말하지만 제조업 회사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가야 한다. 통역에 대해 다룰 때도 공부하기 위해 현장을 다녔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번역을 위한 공부 때문에 현장을 더 자주 다녔다. 인턴 초반이었던 1월에는 신규 프로젝트 개발 및 라인 설치 건으로 한국인 출장자들이 많았는데, 출장자들의 서류를 다 번역하느라 공부를 많이 했다. 나한테 번역 일이 생긴 것에 설레기도 했고, 이왕 받은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고자 작은 디테일까지 여러 사람 번거롭게 늘 질문을 하고 다녔다. 그렇게 초반에 공부를 끝내고 신차 개발 완료 보고서, 금형 교육 계획서, 품질 5스타 관련 서류, 주간 브라질 사회면 뉴스, 협력사 IT 운영진단계획서까지 다양한 부서와 종류의 서류들을 번역했다. 그중에 내가 주로 번역한 서류는 금형 개선 보고서와 문제점 대책서이다.
금형 개선 보고서의 ‘금형’이란 단어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틀을 의미한다. 나를 가르쳐주신 상사 분의 말을 빌려 쉽게 설명하자면 붕어빵을 굽기 위한 붕어빵 틀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다만 붕어빵을 만들기 위한 붕어빵 틀이 4개 이상 필요하고, 반죽의 양에 따라 빵틀이 긁히고, 망가지고, 깨지는데 그 경우 어떤 빵틀이 어떻게 얼마나 깨졌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고, 언제까지 수리를 마칠 것인지 등에 대한 서류를 주로 번역한다. 즉, 원재료가 금형을 지나가며 하나하나 형상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루는 서류다. 이런 서류를 반복적으로 번역하다 보니 덕분에 자동차 문외한이었던 내가 지금은 차체 각각의 부품명과 그 부위 및 특징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또 문제점 대책서를 주로 번역했는데, 이는 MSB에서 문제가 된 부품이 현대나 기타 고객사에 이미 납품이 됐을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보고하는 서류다. 대부분의 회사, 특히 제조업체는 납품 받는 협력사와 납품 하는 고객사가 있다. 문제점 대책서는 일반적인 회사의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서류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해결하는지, 고객사와의 마찰을 어떻게 줄여 나가는지에 대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고, 이 서류를 번역하면서 회사는 단독으로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다른 회사와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배웠다.
이렇듯 통번역 업무의 인턴을 하면서, 업무 시작 전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우선, 단순히 이 MSB의 업무뿐만 아니라 ‘사회’ 속의 한 조직으로써의 회사를 공부하는 기회가 됐다. 물론 인턴을 진행하는 회사와 그 내규마다 인턴의 업무와 그 처우도 다르겠지만, 통번역으로 일하면서 회사 전 부분의 시스템과 각각의 부서들이 하는 업무, 그리고 그 처리 방법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상세한 내용까지 듣고 말하다 보니 회사에 적응하기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하루 종일 보고 듣는 이 조직 안에서 내가 인턴이 아닌 정직원으로써 한 조직에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잘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많아진다.
3장. Brasileiros?
‘Brasileiro(브라질레이루)’, 브라질사람 혹은 브라질의 것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이다. MSB가 위치한 브라질은 한국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언어는 물론이고 문화도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데, 그 문화는 사내에서도 영향을 많이 끼친다. 문화 차이가 크다는 것은 이미 이전에 수강했던 ‘브라질 기업 조직과 인적 자원’이라는 수업을 수강했기 때문에 브라질의 노동법이 강하고 그들의 성향이 강해서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직원들과의 소송에 휘말리는 일이 많고, 그 결과도 주로 약한 노동자의 편을 들어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물론 현지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분명 사내 문화는 일반 한국 기업과 다를 거라 예상은 했지만,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그 모두가 모여 있는 집단이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인 ‘회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 브라질 직원들의 특징과 회사 분위기
실제로 와서 생활을 해보니 브라질레이루들의 성향은 정말 셌다. 처음 인턴을 시작하기 전 상상한 회사 분위기와 실제 사내 분위기는 정말이지 다르다. 게다가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자동차업계에서 일어날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늘 놀라곤 했다.
우선 첫 번째로 놀란 건 바로 칼퇴근 문화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다 못해 일상인 야근도 브라질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한 첫날, 업무 시간은 8시부터 오후 6시임을 알고 있었지만, 한국 회사이니 당연히 어느 정도 퇴근 시간이 늦어질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5시 55분이 되는 순간 놀랐다. 직원들이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방을 싸고, 옷을 입고, 6시가 되기 전에 컴퓨터를 꺼버렸다. 6시 정각이 되면 모든 직원이 카드를 찍고 퇴근을 하는 것이다. 남아서 일을 좀 더 하기를 부탁해도, 통근벤(MSB는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퇴근 벤을 제공)을 타야 한다며 거절하고 퇴근한다. 강제로 일을 더 시키면 당연히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본인이 근무를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근무를 강요하면 회사가 벌금을 물거나 차후 소송의 건수가 될 수 있으나, 사실 애초에 ‘강제’라는 게 먹히지 않는 문화라 강제로 근무 시키는 게 거의 불가능이다.
사실 정각 퇴근이라는 것이 단순히 퇴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되면 업무를 접고 떠난다는 것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기엔 맡은 업무에 쏟는 신경의 정도가 한국인의 그것과 다르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의견을 풀어보자면, 현지 직원들은 확실히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강도가 낮고 맡은 업무를 완벽히 끝내고자 하는 모습이 한국인만큼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의 근무 문화가 좋고 모범적이라 꼭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비교만 하더라도 확실히 업무 하나를 처리하는 데에 현지 직원의 업무 방식이 비효율적이거나, 생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원래 느긋한 성향 때문인지 일이 쌓여 있어도 커피 한잔을 하는 것은 미덕으로 생각하고, 옆의 직원과는 업무와 관련 없는 대화도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브라질 공공기관에서 민원처리가 미뤄지는 걸 생각하면, 사기업이라고 다를 것은 없는 것이란 결과가 나오는 듯싶다. 결국 함께 일을 하는 한국인 주재원들은 지켜보며 답답해 할 뿐이다.
또 한가지 큰 차이점은 책임 회피 태도다. 이는 적극적인 자기 변호로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인은 어떤 사건의 모든 전말을 캐내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나쁘게 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기 변호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인 입장에서는 다소 브라질레이루가 너무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 한국 사람이 생각하기엔 3일이면 해결될 일을 일주일이 넘게 끌고 있어서 왜이리 시간이 지체되냐고 물으면 ‘일이 많다’ 혹은 ‘업무 관계자가 답을 늦게 준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한다. 이런 현지 직원들의 성향을 이미 시간과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상대 업무 관계자에게 피드백을 하고, 다른 회사의 한국인 주재원들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음으로써 업무 속도를 높이는 편이다.
이렇게 자기 성향이 강한 직원들이다 보니. 드라마 ‘미생’ 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욕을 하거나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행동들은 바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한국 회사 문화 자체의 문제인지, 제조업체의 특성인지, 혹은 이 회사와 이 업종의 사람들의 대부분이 경상도 출신이라(울산과 경주에 자동차 업계가 많기 때문에 주변 회사의 주재원들을 봐도 경상도 지역이 특히 많다) 특유의 강한 억양과 사투리를 쓰는 탓인지 모르겠으나 거친 말투와 행동, 높은 언성이 오가는 대화 등 브라질 직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회사에 나쁜 마음을 먹고 퇴사한 직원들이 한국인 상사가 욕을 했다고 제소한 사건도 있었고, 최근에는 회사에 악심을 품을 또 다른 퇴사한 직원 하나가 중요도가 하나도 없는 사내 문서에 본인의 이름으로 사인이 되어있다며 소송을 거는 바람에 회사가 시끄러워진 적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법이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벌금을 내게 되는 편이다. 따라서 직원을 뽑을 때 공식적으로 묻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이 전에 근무한 회사에서 왜 나왔는지, 혹시 소송에 연루됐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느낀 차이점은 사내 이벤트다. 나는 아직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사내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지만,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늘 정숙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MSB는 하루하루 신기한 행사들이 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에는 사내 여직원들에게 꽃 한 송이와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와 동시에 그날 하루 종일 모든 남자 직원들이 와서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해주며 여성의 날을 함께 응원하고 축하해준다. 한국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경험과 들어보지 못한 응원이라 낯설지만, 현지 직원들에게는 매년 있는 행사와 같은 것이었다.
장미꽃 이외에도 부활절에는 커다란 계란 모양 초콜릿을 받았다. 또 직원들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MSB의 모든 직원들이 모여 회사 로고 모양으로 선 뒤 드론으로 찍은 사진이 박혀 있는 컵 또한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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