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남아시아

Title [기사] 허왕후가 인도에서 왔다?…"후대에 만들어진 허구일 뿐"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1-23 10:26 Read 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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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고대사 전공 이광수 교수가 본 허왕후 신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저는 아유타국의 공주입니다. 성은 허(許)이고 이름은 황옥(黃玉)이며, 나이는 16세입니다."

 

고려시대 후기 승려 일연이 1281년 편찬한 '삼국유사'의 '가락국기'(駕洛國記)조에서 허왕후가 자신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허왕후는 가락국의 초대왕인 수로왕의 부인으로 서기 48년 인도에서 가야로 넘어와 태자 거등공을 낳고 157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허왕후가 자신의 고향이라고 밝힌 아유타국은 과연 어디일까. 그간 학계에서는 인도, 태국, 중국 등이 아유타국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들은 허왕후의 인도 출신을 기정사실화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고대사를 공부한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는 신간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에서 허왕후가 인도에서 건너왔다는 이야기는 후대에 창조된 허구일 뿐이라고 단정한다.


저자는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에 김수로의 탄생 신화를 더욱 극적으로 꾸미기 위해 허왕후 이야기에 인도를 의미하는 아유타국을 집어넣은 것"이라며 삼국유사가 작성된 시점과 허왕후의 출생 연도 사이에 1천200여 년의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어 '삼국유사'에 고대 한국과 인도가 접촉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설화가 5개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허왕후 이야기만 역사 기술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비판한다.


그는 허왕후가 파사석탑을 배에 싣고 왔다거나 허왕후의 오빠인 장유화상이 불교를 한반도에 들여왔다는 것도 모두 날조된 신화라고 강조한다. 인도에서는 탑을 배에 탑재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고대에 돌무더기를 실은 배가 인도에서 한국까지 항해하기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숭유억불을 지향한 조선시대에는 양반의 '뿌리찾기'로 인해 허왕후 신화가 부풀려졌다.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양천 허씨 허적(1610∼1680)은 수로왕릉과 허왕후릉을 보수하면서 "허왕후가 아들 열을 낳고, 그 가운데 두 아들에게 허씨 성을 하사했다"고 적은 비석을 세웠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허왕후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관심이 가지 않는 설화 속 인물에 불과했다. 그러다 1977년 아동문학가 이종기 씨가 상상력을 동원해 쓴 소설 '가락국탐사'를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몇몇 사학자들이 허왕후가 인도의 공주라고 주장하면서 실존 인물로 둔갑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반도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향하고자 하는 콤플렉스와 민족주의가 허왕후를 '국민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면서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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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기자 psh59@yna.co.kr

 

2017/01/23 10:26 연합뉴스 "허왕후가 인도에서 왔다?…"후대에 만들어진 허구일 뿐"" 원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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