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칼럼] 인도의 ‘Act-Korea’, 한국의 ‘Look-Indi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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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6-27 11:43 | Read | 5,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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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에서 2번째)가 4월 14일 오전(현지시간)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 뭄바이(Mumbai) 컨벤션센터에서 3일 일정으로 시작된 국제 해양박람회(Maritime Summit) 개막식에 앞서 한국 기업 한남 토탈 마린사 부스에서 투명 보트에 관해 송우석 한국무역협회(KITA) 무역현장 자문위원(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모디 총리 왼쪽은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 인도의 한국 관련 모임에서 가야국 김수로왕과 결혼한 인도 아요디아(아유타·阿踰陀)국 허황후(허황옥·인도 이름 슈리라트나)나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허황후 이야기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해 5월 한국 방문에 앞서 언급한 이래 인도 정부·기관 관계자들 사이에 보편적 지식으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관계자들까지 허황후에 대해 기록된 삼국유사를 언급하며 한·인도 관계의 역사성을 강조하곤 한다. 이쯤 되면 한국 측이 먼저 이런 사연을 거론하기 쑥스러운 느낌이다. 한국 측 인사가 스스로를 ‘김해 김씨, 김해 허씨 자손’이라고 소개할 때 환호를 보내곤 하는 인도 측 반응은 ‘한국전쟁 때 인도의 도움을 받고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 부분에서 절정을 이룬다.
조현 주인도 한국대사(왼쪽)가 지난 2월 13일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 뭄바이(Mumbai) 반드라 쿠를라(Bandra Kurla) 콤플렉스(Complex)에서 1주일 일정으로 시작된 ‘메이크 인 인디아’ 주간 전시회에서 한국관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 흰색 옷)에게 한국관과 기업을 소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한·인도 간 공공 차원의 관계는 이처럼 최상의 외교관계인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적합할 만큼 가까워지고 있다. 인도 상공부가 지난 18일 인도 진출 한국기업 전담 팀 ‘코리아 플러스’를 설치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양국이 서로를 벤치마킹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인도 내 지한파 외교관이나 한국 학자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의 근대화 모델이 인도에 유의미하다’고 말한다. 경공업-중화학공업-하이테크 산업-정보통신기술(ICT)·녹색 산업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인도가 배워야 한다는 제언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니르말라 시타라만(Nirmala Sitharaman) 인도 상공부 장관(왼쪽)이 18일 인도 뉴델리 아쇼크(Ashok)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플러스’ 개소식를 마친 후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이는 인도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인도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자랑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메이크 인디아’의 기반이 될 ‘스킬 인디아’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인도 정부는 공식 직업훈련을 받은 노동력이 2.3%에 불과한 인도에 비해 한국은 96%로 제조업 강국 일본 80%, 독일 75%, 영국 68%, 미국 52%에 앞선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수케시 자인(Sukesh Jain) 삼성전자 인도법인 부사장(왼쪽)이 지난달 25일 오후(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한 호텔에서 이날 출시된 ‘갤럭시 탭 아이리스(Iris)’ 이용, 자신의 홍채 인식을 시범하고 있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지난 1일 인도 수도권 하리야나(Haryana)주 구루그람(Gurugram)의 ‘킹덤 오브 드림스(Kingdom of Dreams)’ 극장에서 개최된 LG전자 G5 인도 출시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김기완 LG전자 인도법인장(가운데)이 G5의 ‘프렌즈’를 소개한 각 분야 인도 전문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지난해 11월 30일 인도 뉴델리 해비타트 센터에서 진행된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구영기 법인장(왼쪽)과 ‘킹(King) 오브 발리우드(Bollywood)’ 샤룩 칸(Shahrukh Khan)./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외교관과 학자들은 새마을운동에 특별한 관심을 표한다. 전체 산업인구 55%가 농업에 종사하는 인도의 상황은 새마을운동을 시작했던 1970년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 전문가들은 새마을운동이 농촌뿐 아니라 도시의 지역사회 운동이며 그 원동력이 주민들의 자발성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자조마을’ 지정 등 분위기 조성이었을 뿐 실제 지역사회의 개선은 주민들이 앞장섰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스칸드 란잔 타얄(Skand Ranjan Tayal) 전 주한인도 대사(오른쪽)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클린 인디아’ ‘메이크 인 인디아’ ‘스마트시티’ 등 사회·경제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인도가 한국이 이룩한 성과와 경험을 참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타얄 전 대사가 지난 4월 18일 인도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대학교(JNU) 컨벤션센터에서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인도 한국학 차세대 연구자 학회(RASK) 창립 10주년 기념 ‘21세기 다차원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한·인도 관계’ 국제세미나에 참석, 주최 측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는 모습./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산딥 쿠마르 미슈라 인도 네두대 교수(왼쪽)가 지난해 11월 24일 뉴델리 인도 상공회의소(FICCI)에서 열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서밋’에서 “CSR 활동에 새마을운동의 철학을 접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모디 총리가 주민들과 함께 빗자루를 직접 들고 거리를 청소하면서 ‘클린 인디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새마을운동의 ‘스스로 돕는(자조) 정신’ 함양을 연상시킨다. 1947년 독립 후 인도공화국으로 거듭나면서 카스트제도가 공식적으론 패지됐지만 아직 그 그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인도, 경제성장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해체되는 중이라지만 고대 이래의 완고한 계급의식이 가시적 비(非)가시적으로 여전히 사람들의 심신을 지배하는 인도에서 카스트 최하층계급의 일로 여겨져 온 ‘청소’에 총리 몸소 나선 것 자체가 파격이다. 게다가 모디 총리는 용의주도하다. “공중위생이 독립보다 중요하다”면서 화장실을 직접 청소한 국부(國父) 마하트마 간디의 뒷모습과 안경을 ‘클린 인디아’ 포스트에 활용하면서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인도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한국 근대화 모델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통일신라-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1000년 이상의 통일국가 중앙집권의 전통, 일제 식민지 경험과 독립 후 근대화 과정을 통해 ‘단일민족, 단일언어 및 문화의식‘을 키워 온 대한민국과 인도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언어·종교·인종·문화가 크게 달라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부족의 역할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인도의 현실조건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메이크 인 인디아’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분적으로 한국 모델을 벤치마킹 할 수 있으나 인도를 한 덩어리로 상정한 형태의 ‘한국 근대화모델’ 적용은 어렵다는 얘기다.
지텐드라 우탐(Jeetendra Uttam) 네루대 교수가 지난 8일 인도 중남부 텔랑가나(Telangana)주 하이데라바드(Hyderabad) 한 호텔에서 진행된 주인도 한국대사관 주최 ‘코리아 카라반’ 포럼에서 아르빈드 쿠마르(Arvind Kumar) 텔랑가나주 산업통상에너지부 차관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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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각의 연장으로 지텐드라 우탐(Jeetendra Uttam) 네루대 교수는 한국의 근대화 모델이 인도 주정부 차원에 적합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지텐드라 교수에 따르면 수천에서 최대 2억 인구의 주정부는 언어·문화 면에서 높은 동질성을 가지고 있어 주정부의 강력하고 합리적인 리더십만 있으면 한국형 모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인도의 경제성장은 중앙정부가 큰 틀을 제시하고 주정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어 우탐 교수의 설명이 설득력을 더한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니르말라 시타라만(Nirmala Sitharaman) 인도 상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8일 인도 뉴델리 아쇼크(Ashok)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플러스’ 개소식를 마친 후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
이 같은 인도의 한국 벤치마킹 분위기 속에서 역으로 인도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의 인도 벤치마킹 대상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정보통신(IT) 산업이다.
“인도는 개발도상국이면서 소프트웨어 정보통신기술(ICT) 등 최신 IT 산업을 수출 산업화할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했다. 제조업에서도 서비스 부문의 부가가치가 높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이 인도의 서비스 수출전략을 배워야 한다.”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개선과 ‘코리아 플러스’ 개소식 참석을 위해 지난 16~18일 뉴델리를 방문 중이던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말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인도 공과대학(IIT) 등 인도 대학과 ‘스타트 업’ 인력교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한 연세대학교 김용학 총장(가운데)·김동노 기획실장(왼쪽에서 2번째)·김준기 국제처장(4번째)·이용식 공과대학 국제부학장(오른쪽)·안동욱 총장실 미래전략실 과장(오른쪽) 등 연세대 대표단이 지난 19일 뉴델리 한 호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
그런 의미에서 연세대학교 김용학 총장·김동노 기획실장·김준기 국제처장·이용식 공과대학 국제부학장 등이 최근 인도를 방문, 구글·마이크로 소프트 등 세계적 IT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인도 공과대학(IIT) 등 인도 대학과 ‘스타트 업’ 인력교류 등을 논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하만주 기자 hegel@asiatoday.co.kr
2016/06/27 11:41 아시아투데이 '인도의 ‘Act-Korea’, 한국의 ‘Look-India’' 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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