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중남미

Title [기사] #아르헨티나#시민운동가#산티아고는 어디 있나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9-20 15:47 Read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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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원주민권익운동 벌이던 청년 

헌병대 잡혀간 뒤 한 달째 행방불명
시민들 SNS 캠페인·수색 요청…정부는 ‘나몰라라’
국내외 주요도시 대규모 집회 확산

 

아르헨티나 원주민 부족 운동을 돕던 28살의 시민운동가 산티아고 말도나도의 소식이 끊긴 건 8월1일이었다. 마푸체 원주민 지도자 파군도 존스 우알라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그날 남부 추붓주의 푸 로프 쿠샤만지역에서 시위에 참가한 말도나도를 헌병대가 잡아갔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말도나도는 의류회사 베네통이 소유한 땅에서 쫓겨난 마푸체 원주민들의 권리 찾기를 지원하는 활동 등을 해왔다.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수색과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시민들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나는 XX다. XX에 있다. 산티아고 말도나도는 어디 있나?’라는 문구를 올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조사에 나서라는 전국민적 캠페인이 계속 확산되자, 국내 인권단체는 물론 인터아메리카, 유엔(UN) 인권위원회 등 국제기구와 해외 인권단체들까지 아르헨티나 정부가 즉각 사건을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실종 8일 만에 국방부 장관 파트리시아 불리치가 나서서 ‘당일 시위대가 모두 복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산티아고가 그곳에 있었다는 게 확실치 않다’는 당국의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무고한 시민의 실종에 정부가 늑장 대응해 수사와 사건 해결에 차질을 빚게 한 것도 모자라, 국방장관이 조사 대상인 헌병대를 감싸는 듯한 안이한 태도에 시민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 시민사회가 폭발한 건 말도나도가 실종된 지 꼭 한달이 된 9월1일 금요일이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광장은 물론 지방 도시들을 비롯해 스페인, 브라질, 영국, 미국 등의 여러 도시에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산티아고를 돌려보내라’라는 슬로건과 함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하루 종일 친구, 가족, 동료들과 함께 시위를 하러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5월광장부터 ‘7월9일의 길’까지를 가득 매웠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집회는 밤으로 접어들어 화염병이 등장하면서 소수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로 번졌다. 시민 30명이 붙잡혔다가 다음날 풀려났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1976~83) 군사정권이 자행한 조직적 테러, 고문, 수천명의 실종 등 ‘더러운 전쟁’의 아픈 경험을 기억하는 아르헨티나인들에게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종이 아니다. 특히 최근까지 이어진 개별 실종 사건들에 정부가 연루됐다는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독재정권의 어두운 그림자를 기억하는 시민들 앞에 정부가 늑장 대응에 대한 진실한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이정은 통신원(부에노스아이레스국립대 석사과정)

2017-09-05 (13:52) 한겨례 #아르헨티나#시민운동가#산티아고는 어디 있나 원문기사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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