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기사] ‘브라질의 우상’ 룰라 전 대통령 징역 9년6월 | ||||
---|---|---|---|---|---|
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7-19 12:59 | Read | 4,743 |
본문
업체에서 13억원 수수 혐의 인정
내년 대선 재출마 앞두고 빨간불
룰라 쪽 “정치적 동기 수사·판결”
브라질 역사상 가장 인기가 높은 대통령이었던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1)가 뇌물수수죄가 인정돼 징역 9년6월을 선고받았다. 내년 10월 대선 출마를 준비해온 룰라 전 대통령의 재집권 전망이 크게 어두워졌다.
권력형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세르지우 모루 판사는 12일 룰라 전 대통령과 그 부인이 건설업체 OAS로부터 상파울루주의 해변가 고급 아파트와 그 수리 비용으로 370만헤알(약 1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법원은 이 돈이 OAS가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와 유리한 계약을 맺는 데 도움을 준 대가라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될 때까지 구속은 면했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예전만은 못 하지만 20%대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며 재집권을 노려온 그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법원은 이번 형량이 확정되면 그 두 배인 19년간 공직 취임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라질 법원의 항소심은 더디게 진행되는 편이어서 내년 대선 전에 확정 판결이 나올지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2003~2010년 집권한 룰라 전 대통령은 빈곤층 복지 확대와 경제 활성화 등의 업적을 쌓으면서 퇴임 때 지지율이 87%였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남미병’을 상징해온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그가 후계자로 삼은 지우마 호세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브라질 검찰이 ‘세차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진행해온 반부패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불거졌다.
룰라 전 대통령 쪽은 문제의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은 적이 없는데도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다고 비난해왔다. 그의 변호인단은 “지난 3년 이상 룰라 전 대통령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수사를 받아왔다. 유죄를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증거는 없으며, 그의 무죄를 입증하는 압도적 증거는 무시됐다”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가 내가 유죄임을 입증하는지 한번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증거는 없다면서도, 지난해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대규모 시위에 브라질의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룰라 전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부패 사건 수사 지휘와 판결로 ‘국민 판사’로 떠오른 모루 판사가 룰라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루 판사는 “이번 선고는 나 개인한테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이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매우 통탄할 일이며, ‘아무리 지체가 높은들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금언이 이겼을 뿐”이라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선고로 브라질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집권한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은 육가공 업체로부터 3800만헤알(약 131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제공받기로 한 혐의로 기소됐다. 테메르 대통령은 재판 개시 여부를 결정할 의회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2017/07/19 13:00 한겨레 "‘브라질의 우상’ 룰라 전 대통령 징역 9년6월" 원문스크랩
해당 기사의 저작권 및 모든 권한은 전적으로 한겨레에 있음을 밝힙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