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중남미

Title [기사] '한인 청년을 잡아라'...브라질에 나붙은 수배전단
Writer 관리자 Date 15-09-18 11:13 Read 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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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청년을 잡아라'...브라질에 나붙은 수배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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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저녁 브라질 최대 공중파 방송인 <글로보(Rede Globo)>에서 '한인 교포 청년들의 아파트 절도'에 대한 뉴스가 보도됐다.

방송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상파울루 8개 지역에서 총 50여 건의 아파트절도 사건이 있었다. 발생 지역은 한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봉헤찌로, 아끌리마썽, 깜부시 등이었다. 이 범행에는 한인 청년들도 포함됐고 이들은 한인들의 아파트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한인 아파트 노린 절도범, 배후엔 한인이 있다?

이들은 동양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아파트 경비의 눈을 쉽게 속이고 사전에 물색한 범행 장소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이날 방송에서는 피해를 당한 아파트의 CCTV 영상을 공개하고 범인들의 인상 착의와 범행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주상파울루 총영사관은 한인아파트 절도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수사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다며 경찰 당국에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서 홍영종 총영사가 방송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오래 전부터 한인사회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아파트 절도 사건을 두고 배후에는 한인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긴 했다. 하지만 경찰 당국의 늑장 수사로 범인 검거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때문에 많은 한인들이 불안해 했다. 정작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러 가도 오히려 경찰서에서 금품의 출처를 묻거나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 피해자들은 신고조차 꺼렸다.

하지만 작년 연말에는 이제노뽈리스 지역에서 한인 아파트를 침입해 금품을 털고 도주하다 붙잡힌 범인이 20대 초반의 한인 청년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한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조 시몬이라는 20대 초반의 한인청년이었다. 그는 아파트 경비에게 "강도를 당해 삼촌에게 돈을 빌리러 왔다"며 거주자의 이름과 아파트 번호까지 말해 아무런 의심 없이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나와 열쇠공을 데리고 올라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비의 신고로 검거됐다.

주정부공안국은 지난 2013년부터 총 47건의 동양인 대상 아파트 절도 사건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용의자 6명을 구속하고 4명의 용의자를 수배중이라고 밝혔다. 범죄 조직에 가담한 동양인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가 공세에 밀린 한인 의류시장, '불똥'은 2세들에게

왜 브라질 한인사회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기자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50년 전 '농업 이민'으로 브라질에 정착한 우리 교민들은 의류사업에 눈을 떠 농업보다는 상업을 위주로 하는 이민 생활을 했다. 남다른 패션 감각과 손재주를 활용해 브라질 전역에 한국인이 만든 의류 제품을 판매했고 한국 교민들은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임금으로 한인들의 모방 의류를 만들어 내는 볼리비아인들, 중국에서 저가에 의류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중국인들, 거기에다 인터넷 시장의 성장 등이 겹쳐 교민의류 도매시장은 활기를 잃어갔다. 문을 닫는 옷가게들도 늘어났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학비도 밀렸고 심지어는 학교를 중퇴하는 한국 교민 자녀들도 생겨나게 됐다.

브라질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받는 초봉을 한인 의류사업체에서 버는 수입과 비교하면 아주 적은 액수다. 때문에 부모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브라질 사회에 취직을 하려는 자녀들을 자신의 옷가게에서 일을 시켰다. 직장 생활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의류제조업은 하향길로 접어들었고 옷 만드는 것만 아는 우리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이민 2세'인 아이들의 경우, 현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현지어를 능통하게 하지만 청소년 시기에 이민을 온 아이들은 언어적인 장벽과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한다. 학교를 가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또한 브라질인들과도 어울리지 못한다. 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학교도 가지 않고 방황하고 심지어 마약을 하기도 한다.

이런 우리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부모의 의류사업도 좋지 않아 사업도 이어받지 못하고, 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배운 기술도 없는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일을 할 수가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면서 용의자로 지목된 우리 아이들을 잡아서 감옥 보내면 된단 말인가?

재작년에 당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브라질을 방문했다. 김 교육감은 현지 교민 자녀들의 교육 현황을 보겠다며 고등학교 몇 곳을 탐방했다. 하지만 그곳은 학비만 해도 브라질 최저 임금의 몇배가 되는 비싼 사립학교였다. 소위 '있는 집' 자녀들 외에는 들어갈 수도 없는 학교였다.

때문에 김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구나 생각했을 수도 있다. 기자는 교육감 보좌관에게 공부 못하는 없는 집 자식들을 위한, 그들이 먹고 살게라도 할 수 있는 기술학교라도 마련할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무런 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

'기술 한가지만 있으면 평생 먹고는 산다'는 말이 있다. 공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기술학교를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만들 수는 없는 걸까? 현지에도 한국교육원은 있다. 하지만 예산이 적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인들의 경기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이런 절도행각을 벌이는 아이들은 늘어날 것이다. 또 이들은 감옥을 다녀온 후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수배중인 우리 아이들을 체포해 감옥에 보내는 것에만 신경 쓰지 말고 이런 우리 아이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총영사관 그리고 한인회는 공부 못하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우리 아이들도 우리 교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란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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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출처: 이석재 기자 / 2015년 1월 26일 기사, <'한인 청년을 잡아라'...브라질에 나붙은 수배전단>

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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