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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기사] 중앙아시아 춘추전국 시대 맞나…러·중·일 신경전
Writer 관리자 Date 15-10-28 13:10 Read 2,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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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현지 방문서 대규모 투자 약속 '큰 손' 행보

러시아·중국은 이미 지역경제공동체 세 불리기 경쟁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옛소련권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에서 터줏대감인 러시아에 맞서 중국과 일본이 영향력 확대를 꾀하며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각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 마지막 순방지인 카자흐스탄에서도 7억 달러 규모의 양국 투자협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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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서 방문한 키르기스스탄에는 1억 700만 달러, 우즈베키스탄에는 1억 530만 달러, 타지키스탄에는 740만 달러의 개발원조를 제공키로 하며 '큰 손' 행보를 이어왔다.

 

 

아베 총리의 이번 중앙아시아 방문은 시기적으로나 행보로나 주목된다.

 

 

일본 총리가 중앙아시아를 방문하기는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이후 9년만으로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역대 일본 총리로는 첫 방문이다.

 

 

경제 지원을 앞세운 아베 총리의 대 중앙아시아 정상외교는 우선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본 기업들의 인프라 수출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일본 언론은 소개했다.

 

 

아울러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를 육지와 바다에서 연결해 거대 경제권을 만드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 확대 모색에 맞서는 정치적 포석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이번 순방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일본이 지난 15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된 것에 대해 지지를 요청했다.

 

 

아베 총리가 그간 러시아와 중국에 우호적인 중앙아시아에서 비상임이사국 선출에 대해 지지요청을 한 것은 앞으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등 일본이 중국, 러시아와 벌이는 영토분쟁에서 자국에 유리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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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이 이미 중앙아시아에서 주도권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일본의 가세는 그 경쟁을 더욱 달아오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자국의 앞마당인 이 지역에서 다른 국가의 영향력 확대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앞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빌미로 키르기스스탄에 미군을 주둔시키자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에 미군 철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결국, 키르기스스탄은 12년간 미군에 내줬던 자국 마나스 공군기지를 폐쇄했으며 미군은 지난해 떠났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키르기스스탄에 3억 달러의 경제지원금과 11억 달러 규모의 무기지원을 약속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과 지난 1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 국가모임) 정상회의에서 잇달아 역내 정상들에게 경제·군사지원 강화를 약속하며 집안단속에 애쓰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중앙아시아에 큰 관심을 보이진 않았으나 시 주석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일대일로의 중심축이 중앙아시아라 이곳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절실해진 것이다.

 

 

이에 중국은 2013년 시 주석이 역내 5개국을 돌며 총 45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해 '통 큰' 행보를 보였다. 이어 올해 5월 카자흐스탄을 재방문했으며 지난 9월 중국의 항일 전승절 기념식에 역내 정상들을 초청해 각각 회담을 하고 대규모 투자를 거듭 약속했다.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 등으로 미국과 일본, 필리핀 등으로부터 '포위공격'을 받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최근 군사·경제에 있어 협력을 강화하며 밀월관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가 주도하는 역내경제공동체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상충해 양국은 중앙아시아에서만큼은 미묘한 갈등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 맞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과 올해 EEU를 출범했다. 단일 노동·자본·금융시장 구축이 그 목표다.

 

 

문제는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EEU를 러시아의 '옛소련 부활'의 야망으로 보며 가입을 망설이는 와중에 중국이 정치적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역내 국가들에게 EEU 보다 일대일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중국·일본이 이처럼 중앙아시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곳이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또 지정학적 요충지여서다.

 

 

카자흐스탄은 확인된 석유매장량만 300억 배럴로 세계 11위이며 천연가스 매장량은 15위고 투르크메니스탄은 2012년 기준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6위다. 더불어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곳이며 중앙아시아에서의 주도권 확대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EEU에 가입한 상태라 지금은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서 주도권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에 맞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고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번 아베 총리 방문 때 총 180억 달러 규모의 자국 천연가스 플랜트 건설 등을 일본에 내주며 양국 우호협력을 다져 앞으로의 정세변화 예측은 쉽지 않다.

 

 

mtkht@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0/27 18:1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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