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기사] 러시아혁명의 쓸쓸한 100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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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11-14 14:31 | Read | 4,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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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축해야 하나?”
과거 소련공산당 기관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프라우다>는 최근 러시아혁명 100돌에 관한 질문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린 대변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혁명 100돌을 맞는 다수의 러시아인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반응을 압축한 말이다.
오는 7일은 볼셰비키혁명 또는 10월혁명으로도 불리는 러시아혁명 100돌이 되는 날이다.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가 케렌스키 임시정부를 전복한 날이다. 러시아혁명은 20세기에 세계를 뒤흔들고 노동계급과 피압박 민족들, 지식인들에게 굉장한 영감을 제공했지만 러시아에서조차 제대로 된 기념식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초라해졌다.
기념행사는 소련공산당의 적통을 자임하는 러시아 공산당이 여러 도시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하지만 두마(하원)의 450석 중 42석을 점할 뿐인 공산당은 대대적 기념식을 개최할 형편이 아니다. 이밖에 제정러시아의 겨울궁전 자리에 들어선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외벽에 붉은 조명을 비춰 100돌을 기념하고 있다. 제19차 세계 공산당-노동당 회의는 2~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렸다.
러시아인들의 냉랭한 태도의 배경에는 모순적 평가가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45%는 이 혁명이 “당시 러시아제국 대중들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43%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혁명 당시를 기준으로 한 평가는 이렇지만, 이후 스탈린의 학정과 소련 붕괴까지 감안한 러시아인들의 평가는 부정적인 쪽이 다수다.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도 부정적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그는 소련이 나치를 이겨낸 ‘대조국전쟁’에 관해서는 대대적 기념행사를 열며 소련공산당과 스탈린의 역할을 평가하지만 큰 틀에서 러시아혁명은 잘못됐다고 말해왔다. 지난달 17일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한 연설에서도 혁명 100돌의 교훈을 말하면서 “모든 혁명은 책임감 결여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와 수백만 생명의 잔혹한 파괴라는 대가를 치르는 혁명 대신 일관되고 점진적인 진보를 추구하면 안 되는가?”라고 말했다. 제국을 무너뜨리고 황족을 비롯한 많은 이의 목숨을 빼앗은 혁명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차르(제정러시아 황제)라는 별칭을 얻은 그가 혁명의 의미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인들이 또다시 봉기한다면 그것은 반 푸틴 혁명일 것이기 때문이다.
혁명 100돌에 대한 기념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소련 붕괴 노력에 앞장선 영국에서 활발한 편이다. 지난달 19~23일 유럽 각국의 마르크스주의자 300여명이 런던에 모여 토론회를 열고 런던 외곽에 있는 카를 마르크스 묘지를 참배했다. 영국 노동조합회의도 오는 4일 기념식을 연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2017-11-03 16:06 한겨레 신문 "러시아혁명의 쓸쓸한 100돌" 원문기사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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