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기사] 러·한 다문화 가정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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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9-14 14:57 | Read | 4,254 |
본문
한국에서 국제결혼은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국제결혼은 총 3만4235건으로 전체 혼인의 10%를 약간 웃돈다. 무역강국 한국이 문화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고립된 국가인 것이다. 외국인과의 결혼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국제결혼을 보는 한국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초 러시아와 한국이 수교한 이래 한국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의 수도 늘어나고 있고, 관광객으로 한국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나 한국인과 러시아인이 결혼하는 경우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다. 러ㆍ한 국제결혼 건수는 한국 내 국제결혼의 1%를 밑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 여성과 한국 남성 사이의 결혼이 반대의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남은 여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한 러시아ㆍ한국 부부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과연 어떤 것일까? 러시아 FOCUS가 서울에 살고 있는 러ㆍ한 다문화가정 부부들을 만나 봤다.
#러ㆍ한 러브 스토리 1
한국 생활 5년째인 다리아(28세)씨는 의료관광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한국남자와 결혼한 다리아는 국제 결혼을 보는 러시아인의 시각에 대해 “제 결혼 소식에 부모님이나 친구들 아무도 놀라지 않았어요. 한국에 간지 꽤 됐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반응이라고나 할까요 ”라고 말문을 열었다.
남편 박재성(30세)씨는 “러시아 아가씨와 사귀는 중이라고 했더니 처음엔 부모님이 상당히 당황해 하셨어요. 한국에선 러시아인이 친숙하지 안잖아요. 그런데 어머니가 집사람을 만나 보고 나서는 결혼을 적극 밀어주셨죠”라고 말했다.
사랑과 낭만도 좋지만 국제결혼은 익숙한 생활습관을 포기해야 하는 타협의 연속임에 분명하다. 러시아 여성과의 결혼 생활 중 가장 힘든 것이 뭐냐는 물음에 “먹는 문제지요”라고 박재성은 씩 웃는다. “아내가 집에서 주로 러시아 음식을 준비하거든요. 특별히 러시아 음식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아침과 점심을 직장에서 해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 여성의 차이에 대해 묻자 “러시아 여자는 독립적이고 자기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한번은 아내의 친구들과 카페에 갔는데 제가 계산하려고 나서자 아내가 대놓고 말리는 거예요. 놀랐죠. 한국에서는 남자가 음식값 계산하는 걸 당연히 여기잖아요. 더군다나 연장자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고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러시아인 아내 입장은 이와 다르다 “결혼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는 성격과 생활습관의 차이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의 경우 제일 힘든 것은 문화적 배경의 차이지요. 서로 다른 영화를 보고, 다른 책을 읽으면서 자랐으니 웃고 즐기는 대상도 다를 수밖에요.”
앞으로 어디에 정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이 젊은 부부의 생각은 일치했다. 대형 건설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제가 러시아어를 잘한다면 러시아에서 직장을 구할 수도 있겠죠. 러시아어를 배우려고 노력은 하는데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기에는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살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게다가 다리아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직장도 친구도 여기 있으니까요. 만약 러시아에서 살게 되면 제가 아내한테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건 남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러ㆍ한 러브 스토리 2
경찰관 출신으로 현재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이정식(36세)씨 역시 “제일 힘든 건 언어 문제예요”라고 털어놓았다. “제가 러시아어가 안 되니까 아내와 한국어로 말하거든요. 한참 설명 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면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요. 국제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 같아요.”
의약회사에 근무하는 부인 타티아나(30세)는 처음에는 시부모님이 못미더워 했지만 지금은 잘 대해주신다고 했다. 시댁에서 추석과 설날을 보내면서 '며느리 신고식'을 치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시부모님이 외국인 며느리의 살림 솜씨를 인정한 것이다. “물론 명절에도 저는 약간의 특별대우를 받기는 해요. 애들을 보거나 설거지 같은 쉬운 일만 저한테 돌아오거든요. 그렇지만 그게 가정 행사에서 저를 제외시킨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랍니다”라며 타티아나는 웃으며 말했다.
타티아나가 보기에 “러시아와 비교하면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가부장적 성격이 강한 것” 같다. “러시아에서는 여자가 남자와 거의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남자가 매사에 가장 노릇을 해야 하고 모든 일의 최종 결정권이 남자에게 있으며 때로는 그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는 것이다.
타티아나에게는 서구인과 결혼한 친구들도 있다. “미국인들은 이런 점에서 훨씬 민주적이에요. 부부는 각자 친구들이 따로 있고 휴일을 따로 지내기도 하니까요. 한국 가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요.” 결혼 2년차인 이들 부부는, 한 문화권의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보다 국제결혼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러ㆍ한 러브 스토리 3
세르게이(39세, 한국회사 근무)씨와 노미현(33세, 가정주부)씨 부부는 금년에 결혼 10주년을 맞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드라마속 이야기 같다. 한국 생활이 4년쯤 되던 어느날 세르게이씨가 늦은 점심을 하게 되었다. 구내 식당에서 음식 쟁반을 들고 자리를 찾던 그는 아가씨가 혼자 앉아 있는 테이블을 발견했다. 테이블에 앉은 그는 옆자리의 아가씨에게 말을 붙였고 그렇게 로맨스가 시작됐다. 마침 그날은 발렌타인데이였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친척 모두 반대가 극심했다고 미현씨가 털어놨다. “특히 아빠가 무척 화를 냈는데, 멀쩡한 한국남자가 널렸는데 왜 외국인이냐는 거였죠. 사위 후보가 러시아 사람이란 걸 듣고는 경찰에 있는 친구분께 신원조회까지 부탁했었나 봐요. 러시아 사람은 모두 마피아라고 생각했던 거죠.” 아버지의 마음을 바꾸는 데는 종교의 힘이 컸다. 세르게이가 착실한 교회 신자라는 것을 알자 아버지의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이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연봉이 괜찮은 탄탄한 한국 기업에서 일 한다는 것이 기특했는지 마침내 고집을 꺾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덕분에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라고 세르게이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에게도 국제결혼의 어려움은 있다. “저희 두 사람 의견이 자주 충돌하는 것은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이에요. 러시아에 계신 부모님이 손주들이 보고 싶어 가끔 한국에 오세요. 러시아에서는 할머니가 오시면 엄마 아빠는 정말 편하거든요. 할머니가 손주도 봐주고, 음식도 만들고…. 그런데 한국에선 반대로 부모님이 오시면 잘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늘 부담이 되는 거죠. 아내는 시부모님이 오시면 신경 쓰느라 녹초가 돼요.”
세르게이ㆍ미현 부부는 아이들을 다문화가정에서 키우는 장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빠는 아이들과 러시아어로만 말을 해요. 한국어는 엄마와, 그리고 유치원에서 사용하니까요. 첫째 다니일이 곧 학교에 갈 나이인데 러시아 학교에 보낼 생각이에요. 많은 심리학자들이 아버지의 언어가 아이의 제1 언어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이 점에서 아내도 저와 생각이 같아요. 매년 휴가 때 러시아에 가는데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러시아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합니다.”
세르게이ㆍ미현 부부의 친구 중 국제 커플은 거의 없다. “최근 증가하는 추세지만 한국에서 국제결혼, 특히 백인과의 결혼은 아직은 드문 것 같아요. 언젠가 푸틴 대통령의 딸이 한국인 남자친구와 결혼할지 모른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한국에서 국제결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겠죠. 동시에 러시아 사람을 보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근거 없는 선입견도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세르게이씨는 말을 맺었다.
일리아 벨랴코프
2017/09/14 14:56 Russia포커스"러한 다문화 가정 이야기" 원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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