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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기사] 북극서 '소련의 부흥' 꿈꾸는 러시아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4-26 15:17 Read 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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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서 '소련의 부흥' 꿈꾸는 러시아

러시아가 지난 18일 공개한 북극 프란차요시파 제도 알렉산드라랜드 섬의 새 군사기지. 1만4000㎡ 부지에 총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시설은 북극에 설립된 것들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가 지난 18일 공개한 북극 프란차요시파 제도 알렉산드라랜드 섬의 새 군사기지. 1만4000㎡ 부지에 총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시설은 북극에 설립된 것들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러시아 국방부]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아온 러시아가 북극에서 세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지금까지 자력으로는 불가능했던 북극 셰일가스 채취에 나선 데 이어 지난 18일(현지시간)엔 북극에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기지를 공개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북극 개척 가장 활발해
서방 경제 재제 피해 북극 자원 개발 적극 추진 

기술이전 막히자 자력으로 셰일오일 채취 기술 개발
"지금은 미국에 뒤처졌지만 옛 소련처럼 결국 앞지를 것"

최근 북극에 4개 여단급 부대, 활주로 14개, 항구 16개 신설
지난 18일엔 사상 최대 규모 북극 군사기지 언론 공개해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행동 반경이 제한된 가운데 현재 유일한 돌파구로 남아 있는 북극에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개발로 서방 제재 정면돌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천연자원의 보고인 북극이 제재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러시아의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북극 지역 내 러시아 영토의 석유가스 매장량은 20조 달러(약 2경3000조원)로 추정되며 2050년이면 전 세계 석유의 20~30%가 이곳에서 나올 전망이다.
 
2014년만 해도 러시아엔 북극의 자원을 채굴할 기술이 없었다. 제재로 인해 석유시추 기술 이전이 금지되고 서구 기업들과의 합작사업이 불가능해지면서 북극의 석유가스는 러시아에 그림의 떡이 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수년 만에 자력으로 셰일오일 채취 기술을 개발하면서 서방의 경제 재제를 무력화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가스프롬은 지난해 수압파쇄법 개발에 성공해 러시아 기업 가운데 최초로 셰일오일 채취에 성공했다. 또 다른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는 수평시추법을 자체 개발해 그동안 불가능했던 북극 지하 5000m의 원유를 채취하고 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기술 개발에 힘입어 북극의 석유 생산량을 다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6% 상승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석유 생산량 증가분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나 더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러시아 주요 석유 기업의 매출도 11% 상승했다.

가스프롬의 세르게이 바쿨렌코 전략혁신부장은 "이제 경제 재제의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의 한 금융 관계자는 FT에 "경제 재제가 러시아 석유기업들을 더 똑똑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러시아가 북극 개척에 적극 나선 계기 중 하나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시작된 서방의 경제 제재다.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서구 국가들은 러시아에 무기 거래, 석유 및 원자재 수출입, 기술 이전 금지 등 광범위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북극 프란차요시파 제도 알렉산드라랜드 섬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국방부]

지난달 북극 프란차요시파 제도 알렉산드라랜드 섬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국방부]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가 북극이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달 "지구상에서 대러시아 제재가 닿지 않는 곳은 북극뿐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북극에선 활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며 북극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앞섰던 스푸트닉, 레닌을 다시 한번
러시아의 북극 개척 야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북극 개척의 필수 설비인 쇄빙선이다. 올해 초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쇄빙선을 40척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6척은 핵 추진기를 갖췄다. 현재까지 핵 추진 쇄빙선을 소유한 것은 러시아가 유일하다. 러시아는 1957년 세계 최초의 핵 추진 쇄빙선 '레닌'을 개발하며 기술력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은 북극에 배치된 쇄빙선이 한 척 뿐이다. 댄 설리반 미국 상원의원(알래스카주)은 로이터통신에 "쇄빙선은 북극의 고속도로와 같다. 러시아는 8차선 고속도로로 여러 개를 놓고 달리는데 미국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로 다니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1957년 건조한 세계 최초의 핵추진 쇄빙선 레닌. 레닌은 1989년 퇴역해 러시아 북서부 무르만스크에서 박물관으로 전시되고 있다. [무르만스크 관광청]

러시아가 1957년 건조한 세계 최초의 핵추진 쇄빙선 레닌. 레닌은 1989년 퇴역해 러시아 북서부 무르만스크에서 박물관으로 전시되고 있다. [무르만스크 관광청]

현재 기술력이 미국 등 서구 국가에 비해 부족한 러시아인들에게 '레닌'은 과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소련 기술의 상징이다. 러시아인들은 미국보다 먼저 인류 최초 위성 스푸트닉을 개발하고 세계 첫 핵 추진 쇄빙선 레닌을 건조했던 옛 소련의 영광을 북극에서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듯하다.
 
현재는 퇴역해 박물관이 된 '레닌'의 관광가이드 블라디미르 블리노프는 로이터통신에 "냉전이 고조됐던 1950년대에도 미국이 일부 기술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 최초의 핵 추진 쇄빙선을 개발했다"며 "오늘날의 상황도 비슷하다.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스프롬의 바쿨렌코는 "셰일 기술에선 우리가 미국에 비해 조금 뒤처져 있다. 그러나 제재가 있든 없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제때에 손에 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극 군사기지화 가속…2020년까지 완료
러시아는 북극 자산을 지키기 위한 군비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북극에 설치돼 있는 러시아 군사시설들. 붉은 색은 러시아, 파란 색은 미국의 영토 및 시설이다. 방패 모양은 육군기지, 별 모양은 사령부, 닻 모양은 해군기지, 안테나 모양은 레이더기지, 비행기 모양은 공군기지 및 활주로, 미사일 모양은 방공시설을 뜻한다. [댄 설리반 의원실]

올해 1월 기준 북극에 설치돼 있는 러시아 군사시설들. 붉은 색은 러시아, 파란 색은 미국의 영토 및 시설이다. 방패 모양은 육군기지, 별 모양은 사령부, 닻 모양은 해군기지, 안테나 모양은 레이더기지, 비행기 모양은 공군기지 및 활주로, 미사일 모양은 방공시설을 뜻한다. [댄 설리반 의원실]

러시아가 18일 공개한 프란차요시파 제도 알렉산드라랜드 섬의 새 군사기지는 1만4000㎡ 부지에 삼각형 모양의 5층 본관과 여러 부속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 총 150명을 수용 가능하다. 지금까지 북극에 설립된 시설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직접 이 섬을 방문해 기지를 둘러봤을 정도로 러시아 정부는 이 기지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최근 수년 간 러시아는 북극에 새 사령부를 세우고 4개 여단급 부대를 창설했으며 활주로 14개, 항구 16개를 만들었다. 현재 북극 4개 지역에 추가로 군사기지를 건설 중이며 향후 프란차요시파 제도에도 활주로를 지을 예정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3월 "우리는 매년 북극에 상당한 수의 설비들을 새로 지어왔다"며 "러시아의 북극 군사 시설 확장 프로그램은 2020년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2017/04/26 03:18 중앙일보 "북극서 '소련의 부흥' 꿈꾸는 러시아" 원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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